
작년 영화 흥행표를 다시 보다가 의외였던 건, 매출 순위와 관객 수 순위가 같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특별관에서 많이 본 영화는 티켓값의 영향으로 매출 순위가 높아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25년 개봉 영화 순위는 국내 극장 관객 수로 놓고 보는 편이 직관적입니다.
2025년 개봉작, 관객 수 상위 10편
아래 순위는 영화진흥위원회의 2025년 영화산업 결산에 실린 수치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2025년에 국내 개봉한 작품만 골라 그해 12월 31일까지 모은 관객 수대로 배열했습니다. 이후에도 상영된 작품의 최종 누적 관객 수와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 1위 주토피아 2 — 770만 5,714명
- 2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 569만 1,838명
- 3위 좀비딸 — 563만 9,964명
- 4위 F1 더 무비 — 521만 4,567명
- 5위 아바타: 불과 재 — 456만 9,557명
- 6위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 343만 1,787명
- 7위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 339만 2,542명
- 8위 야당 — 337만 8,276명
- 9위 미키 17 — 301만 3,854명
- 10위 어쩔수가없다 — 294만 2,778명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표는 매출액 기준이라 3위가 F1 더 무비, 4위가 좀비딸입니다. 관객 수로 바꾸면 두 작품의 자리가 뒤집힙니다. 순위를 이야기할 때 어떤 숫자를 기준으로 삼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죠.
애니메이션 두 편이 맨 위에 오른 이유
1위 주토피아 2는 2025년 11월 26일 개봉해 연말까지 770만 명 넘게 모았습니다. 전편의 주인공 주디와 닉이 다시 등장하는 이야기라 인물을 처음부터 익혀야 하는 부담은 적습니다. 다만 전편의 관계를 알고 보면 둘 사이의 변화가 더 잘 보입니다. 가족 관객과 함께 볼 작품을 찾는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만한 성적입니다.
2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8월 22일 개봉한 시리즈 극장판입니다. 무한성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다루는 만큼 앞선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고 보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화려한 전투 장면은 즐겨도 인물의 선택에 담긴 무게는 놓칠 수 있겠죠. 6위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역시 기존 시리즈와 이어지는 작품입니다. 두 편 모두 관객 수만 보고 가볍게 골랐다가 이야기 중간에 들어온 듯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에서는 애니메이션이 2025년 장르별 매출 1위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상위권에 애니메이션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관객의 취향이 바뀌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익숙한 캐릭터와 시리즈 팬층이 극장 관람으로 이어진 해였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해 보입니다.
한국 영화는 어떤 작품이 눈에 띄었나
한국 영화 가운데 관객 수가 가장 많은 작품은 7월 30일 개봉한 좀비딸입니다. 563만 9,964명으로 전체 3위에 올랐고, 2위 무한성편과의 차이는 약 5만 2천 명입니다. 제목만 보면 좀비물의 긴장감을 예상하기 쉬운데, 중심에는 좀비가 된 딸을 지키려는 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서운 장면만 기대하거나 반대로 공포영화라고 피하고 있었다면 이 성격을 먼저 알아둘 만합니다.
8위 야당은 범죄 수사의 어두운 분위기와 인물 간의 이해관계가 중요한 작품입니다. 관객 수는 337만 8,276명으로, 바로 위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약 1만 4천 명 차이입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기도 하니 동행인의 연령을 확인해야 합니다. 10위 어쩔수가없다는 294만 2,778명을 모았습니다. 취업과 생계의 압박에서 출발하는 블랙코미디라 통쾌한 웃음만 기대하기보다 불편한 상황을 비트는 방식에 마음이 맞는지가 관람 선택의 기준이 될 듯합니다.
순위를 볼 때 함께 확인할 숫자
2025년 흥행작을 찾으면 하얼빈이 순위표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2024년 12월 24일 개봉해 2025년에도 관객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25년에 개봉한 영화’라는 기준으로는 이 목록에서 빠집니다. 연간 박스오피스와 해당 연도 개봉작 순위가 서로 다른 지점입니다.
연말 작품은 집계 시점도 특히 중요합니다. 아바타: 불과 재는 12월 17일 개봉했으니 위의 456만 9,557명은 개봉 후 약 2주간의 2025년 실적입니다. 최종 흥행 성적처럼 읽으면 다른 작품과 비교가 어긋납니다. 반면 여름 개봉작은 그해 안에 관객을 모을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죠.
F1 더 무비와 아바타: 불과 재처럼 큰 화면과 소리가 관람 경험에 영향을 주는 작품은 관객 수와 매출액을 함께 보면 좋습니다. 특별관 관람 비중에 따라 두 순위의 간격이 달라질 수 있어서입니다. 저는 흥행표에서 볼 영화를 고를 때 먼저 관객 수로 관심작을 추린 뒤, 시리즈를 얼마나 알아야 하는지와 어떤 상영관이 어울릴지를 확인합니다. 숫자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관람 경험이 그 두 가지에서 갈리는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