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담실에서 월세 계약서를 펼치면 금리보다 먼저 묻게 되는 숫자가 있습니다. 보증금 중 얼마를 빌릴 수 있고, 계약 당일 내 돈은 얼마가 필요한지입니다. 월세보증금대출 한도가 4,500만 원이라는 말만 믿고 계약했다가 잔금이 모자라는 경우를 피하려면 이 순서가 중요합니다.
1. 보증금과 월세를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월세보증금대출은 이름이 비슷해도 돈을 빌리는 목적이 다릅니다. 보증금 대출은 입주할 때 내는 목돈을 마련하는 것이고, 월세 대출은 매달 낼 임차료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월세를 낼 여력은 있지만 보증금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보증금 한도부터 봐야 합니다.
청년이라면 주택도시기금의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안내되는 금리는 보증금 대출 연 1.3%, 월세 대출은 월 20만 원까지 연 0%, 그 초과분 연 1.0%입니다. 보증금 대출 한도는 최대 4,500만 원, 월세 대출은 24개월 동안 최대 1,200만 원이며 월 50만 원 이내입니다. 여기서 ‘최대’는 누구에게나 그 금액을 빌려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2. 4,500만 원 한도보다 계약 보증금의 비율이 중요합니다
신규 계약의 보증금 대출은 보증금의 70% 이내라는 제한을 받습니다. 보증금 대출과 월세 대출을 함께 받으면 두 금액의 합계도 보증금의 80% 이내여야 합니다. 실제 가능 금액은 보증 심사 결과에 따라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가령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55만 원인 집을 계약한다고 해보죠. 보증금 대출은 70%인 3,500만 원까지 계산됩니다. 월세 대출을 함께 신청한다면 두 대출의 합계는 4,000만 원 이내여야 하므로, 보증금 대출을 3,500만 원 받는 경우 월세 대출에 남는 한도는 500만 원입니다. 월세 대출의 상품상 최대치인 1,200만 원을 이 계약에서 모두 쓸 수는 없습니다.
보증금 잔금만 봐도 본인 자금 1,500만 원이 필요합니다. 계약금으로 먼저 지급한 돈도 이 본인 자금에 포함해 계산해야 합니다. 중개보수와 이사비까지 생각하면 통장에 정확히 1,500만 원만 있는 상태는 빠듯합니다.
3. 낮은 금리보다 먼저 자격과 집 조건을 확인합니다
주택도시기금과 서울주거포털 안내상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은 만 19~34세 무주택 단독 세대주가 대상이며,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 원 이하 등의 조건을 봅니다. 집도 임차보증금 6,500만 원 이하, 월세 70만 원 이하, 전용면적 60㎡ 이하라는 기준에 맞아야 합니다. 순자산 기준과 기존 대출 여부도 심사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기준 안에 들어도 보증금 7,000만 원인 집이라면 이 상품의 대상 주택 조건에서 벗어납니다. 나이와 소득만 확인하고 계약금을 보내면 곤란합니다. 또 월세가 70만 원인 집도 월세 대출은 월 50만 원까지만 가능하므로 차액 20만 원과 관리비는 매달 본인이 마련해야 합니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청년 버팀목전세자금이나 은행권 전월세 보증금 대출처럼 다른 상품의 대상 주택과 보증 가능 여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상품마다 금리와 한도 산식이 달라 이름만 보고 갈아탈 수 있다고 가정하면 안 됩니다.
4. 월 이자와 만기 원금을 한 장에 적어봅니다
앞의 사례에서 보증금 3,500만 원을 연 1.3%로 빌리면 이자는 단순 계산으로 월 약 3만 8,000원입니다. 같은 금액을 연 4.5%의 은행 대출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월 약 13만 1,000원입니다. 월 부담 차이는 약 9만 3,000원입니다. 실제 청구 이자는 대출 실행일과 일수 계산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월 이자가 낮아도 원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청년전용 보증부월세대출은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안내됩니다. 계약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대출 원금을 갚아야 하고,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면 다음 집 잔금까지 꼬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자 계산 옆에 ‘퇴거할 때 돌려받을 보증금, 갚을 대출 원금, 다음 집에 필요한 현금’을 같이 적습니다.
5. 계약금 보내기 전에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합니다
사전 상담에서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내 소득과 자산으로 신청할 수 있는지, 그 집이 대상 주택인지, 보증 심사를 거친 예상 대출액이 얼마인지입니다. 계약서에는 대출이 불가능할 때 계약금 처리에 관한 조건도 협의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출이 된다는 말만으로 보증금 반환 위험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 등기부의 권리관계와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도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제 가족이 월세집을 구한다면 ‘연 1.3%’보다 ‘잔금일에 필요한 내 돈’을 먼저 계산하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은 뒤 숫자를 맞추려 하면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보증금과 월세, 대출 원금과 만기까지 한꺼번에 감당할 수 있는 집이 결국 오래 편하게 살 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