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점에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처음 봤을 때, 제목 앞부분에서 잠깐 멈칫했다. 그런데 뒤에 붙은 떡볶이 이야기가 이상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음이 힘든 날에도 배는 고프고, 좋아하는 음식은 여전히 생각나니까. 그 두 마음이 함께 있다는 데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좋겠다.
제목이 가볍게 느껴져도 내용은 솔직하다
백세희 작가의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와 나눈 12주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엮은 에세이다. 출판사 책 소개에 따르면 작가는 오랫동안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을 겪었다. 그렇다고 책이 증상을 차례로 설명하는 안내서처럼 흘러가지는 않는다.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혼자 남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작은 말 한마디를 오래 곱씹는 일상적인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목 속 떡볶이는 우울한 마음을 음식 하나로 해결한다는 뜻으로 읽지 않는 편이 좋다. 괴로운 감정이 있으면서도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마음 역시 있을 수 있다는 표현에 가깝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힘들면 아무것도 즐길 수 없어야 하나’ 같은 생각을 다시 보게 된다. 겉으로 웃거나 일상을 이어간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속마음까지 알 수는 없으니까.
이 책을 고를 때는 내가 기대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당장 기분을 바꾸는 실천법을 찾는다면 답이 적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설명하기 어려웠던 감정에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을 붙였는지 궁금하다면, 상담 장면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상담 장면은 답보다 질문을 따라 읽는다
대화 형식이라 몇 쪽씩 끊어 읽기 쉽다. 하지만 빠르게 넘기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기도 한다. 작가가 어떤 상황을 말했는지, 그때 스스로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상담자의 질문 뒤에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차례로 보면 흐름이 잘 보인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반응이 차갑게 느껴졌을 때를 떠올려 보자. ‘상대가 나를 싫어하나 보다’라는 생각은 순식간에 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한 것은 짧은 표정이나 말투뿐일 수도 있다. 책에 나오는 대화들을 읽을 때도 사건과 그 사건에 붙인 해석을 나눠 보면, 왜 같은 일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는지 이해하기 쉽다.
그렇다고 작가의 경험을 내 상황에 그대로 대입할 필요는 없다. 같은 말을 들어도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나도 저렇다’ 싶은 대목에는 잠시 머물고, 낯선 대목은 한 사람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공감이 되지 않는 장면까지 억지로 맞춰 읽으면 오히려 피곤해진다.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해질 때는
이 책에는 우울과 불안, 자기비난처럼 가까이 들여다보기 버거운 감정이 나온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몇 장만 읽고 덮어도 괜찮다. 상담 기록을 다룬 책이라고 해서 끝까지 읽어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제목의 앞부분이 지금 내 마음을 직접 건드린다면, 책보다 가까운 사람이나 전문적인 도움에 먼저 손을 내미는 편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책 속 대화가 위로가 되더라도 그것만으로 내 상태를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작가의 경험은 작가의 것이고, 상담 장면은 각자의 상황 속에서 오간 말이다. 잠을 자거나 일상을 보내기 어려울 만큼 괴로움이 이어진다면 자신의 상태를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는 게 더 분명한 다음 걸음이다.
읽는 속도도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볼 때 공감되는 문장 바로 다음에 낯선 감정이 나오면 잠시 쉬는 편이다. 조금 떨어져 있다가 다시 읽으면 처음에는 지나쳤던 말이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한 번에 다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책을 덮은 뒤에는 내 말로 한 줄만 남긴다
마음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긴 독후감 대신 짧게 적어 두는 것도 좋다. 책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나는 어떤 순간에 남의 반응을 오래 생각하지?’처럼 내 경험을 묻는 한 줄이면 충분하다.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나 반복해서 떠올리는 상황을 발견하는 것만으로 읽은 시간이 조금 선명해진다.
친구와 이 책을 이야기할 때도 ‘너도 이렇지?’라고 묻기보다는 ‘나는 이 장면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라고 말하는 편이 편안하다. 마음에 관한 책은 같은 페이지를 읽어도 서로 다른 기억을 불러온다. 상대의 경험을 미리 짐작하지 않을수록 대화가 깊어질 여지가 생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좋은 점은 사람이 늘 한 가지 감정으로만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 데 있다. 힘든 와중에도 떡볶이가 먹고 싶은 마음은 모순이라기보다 평범한 일상의 일부일 수 있다. 책을 덮고 나면 내 안에 함께 있는 여러 마음도 조금 덜 낯설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