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면서 느낀 게 있다. 사진에서 제일 예쁜 방보다, 내 일정에 맞는 위치의 방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3박4일오키나와여행도 그렇다. 바다 전망만 보고 숙소를 잡았다가 공항과 관광지를 오가느라 차 안에서 시간을 다 쓰기 쉽다. 특히 오키나와 본섬은 나하, 온나, 모토부가 지도에서 보는 것보다 멀게 느껴진다.
첫날은 나하, 다음 두 밤은 온나가 편했다
오후나 저녁 비행기로 도착한다면 첫날 숙소는 나하가 무난하다. 공항에서 이동한 뒤 국제거리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쉬면 된다. 이때 비싼 오션뷰 객실을 잡아도 실제로 바다를 볼 시간은 몇 시간 안 된다. 저는 이런 날엔 객실 전망보다 늦은 체크인 가능 여부, 주차 조건, 캐리어를 펼칠 공간을 먼저 본다.
둘째 날부터는 온나 주변에 2박을 두는 구성이 편하다. 해변에서 쉬는 시간과 북부 관광을 하루씩 나눌 수 있어서다. 매일 숙소를 옮기면 체크아웃, 짐 싣기, 체크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든다. 다만 마지막 날 오전 비행기라면 온나에서 바로 공항으로 내려오는 일정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럴 땐 마지막 밤을 나하로 옮기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3박 4일은 북부에 하루를 온전히 써야 한다
1일 차와 2일 차
첫날은 나하 도착 시간에 맞춰 저녁과 산책 정도만 잡는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렌터카 수령이나 숙소 이동까지 끝내면 체력이 꽤 빠진다. 둘째 날엔 차탄에 잠깐 들렀다가 온나 숙소로 이동해 바다를 보는 식이 좋다. 해변에 앉아 있을 시간을 일정표에 남겨둬야 오키나와에 왔다는 느낌이 난다.
3일 차와 4일 차
셋째 날은 츄라우미 수족관과 고우리섬을 묶는다. 수족관만 보고 곧장 돌아오기엔 북쪽까지 이동한 시간이 아깝고, 여기에 남부 관광지까지 더하면 운전하는 사람만 고생한다. 수족관 관람은 2~3시간 정도를 생각하고 식사, 주차, 섬으로 이동할 시간은 따로 잡는 편이 현실적이다. 고우리섬에서는 다리 위 풍경을 보고 카페 한 곳에 앉는 정도면 충분했다는 후기가 많은 이유도 알 만하다. 여러 해변을 급히 찍고 나오면 기억이 흐릿해진다.
마지막 날은 비행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오후 비행기라면 숙소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공항 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렌터카 반납에는 주유와 셔틀 이동이 붙을 수 있으니 공항 도착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오전 비행기라면 관광지를 하나 더 넣으려 하기보다 일찍 이동하는 편이 낫다.
숙소 사진보다 예약 조건에서 차이가 났다
오키나와 숙소 사진은 맑은 날 창밖 풍경이 워낙 강렬하다. 그런데 예약 화면의 ‘오션뷰’가 모든 침대에서 바다가 보인다는 뜻은 아니다. 발코니 끝에 서야 보이는 방도 있고, 도로가 해변과 숙소 사이에 있는 곳도 있다. 객실 유형별 사진과 실제 투숙객 사진을 함께 보고, 어느 층과 어느 방향의 객실인지 확인하는 게 낫다.
- 렌터카를 쓴다면 무료 주차인지, 하루 요금과 출입 방식은 어떤지 확인한다.
- 해변 이용이 목적이라면 숙소에서 물가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지 본다. ‘해변 인근’이라는 말만으로는 거리를 알기 어렵다.
- 늦은 귀가가 예상되면 주변 식당의 영업시간과 숙소 편의시설을 살핀다.
- 아이와 함께라면 침대 가드, 욕조, 세탁 시설을 객실 유형별로 확인한다.
솔직히 3박 중 하루쯤은 전망 좋은 방에 돈을 더 쓸 만하다. 하지만 북부 관광으로 하루 종일 비울 날까지 같은 가격의 객실을 잡을 필요는 없다. 객실에 머무는 시간에 따라 숙박비를 배분하면 만족도가 올라간다.
운전 여부에 따라 숙소 선택도 바뀐다
오키나와 공식 관광 안내에서도 본섬 이동 수단으로 버스, 택시, 렌터카와 나하 시내 모노레일을 소개한다. 나하 안에서는 모노레일이 편하지만, 온나와 북부를 자유롭게 오가는 일정은 차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반대로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나하 숙소 한 곳에 3박하고 북부는 하루 투어로 다녀오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외곽의 저렴한 숙소보다 역과 버스 승차 지점에서 가까운 숙소가 실제로는 편할 수 있다.
렌터카를 예약했다면 숙박비만 비교하지 말고 주차비도 더해 봐야 한다. 같은 가격의 방이어도 주차가 포함된 곳과 매일 별도 요금을 받는 곳의 총액은 달라진다. 해변 앞 숙소는 저녁 식당까지 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운전할 사람의 피로까지 일정의 일부로 보는 게 맞다.
비 오는 날을 비워둔 일정이 더 좋았다
바다 사진에 맞춰 나흘을 빽빽하게 채우면 날씨가 흐린 하루에 계획 전체가 흔들린다. 저는 북부 이동일과 해변에서 쉬는 날의 순서를 바꿀 수 있게 예약한다. 수족관 운영시간이나 해변 이용 조건도 방문 날짜에 맞춰 다시 확인한다. 츄라우미 수족관처럼 운영시간이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곳은 예전에 저장한 일정표만 믿기 어렵다.
3박 4일이면 오키나와를 전부 보는 시간은 아니다. 나하에서 첫날을 가볍게 보내고, 온나에서 쉬고, 북부에 하루를 쓰는 정도가 오히려 선명하게 남는다. 숙소가 예뻤다는 기억보다 창밖을 보며 서두르지 않았던 시간이 남는 여행이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