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나현수 아포짓의 중요성은 경기 흐름에서 보였다

여자배구 나현수 아포짓의 중요성은 경기 흐름에서 보였다

경기 기록표를 넘기다 보면 득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다. 리시브가 흔들리고 세터가 공을 높이 띄웠을 때, 누가 그 공을 맡는가. 2026년 여자배구 대표팀의 나현수를 보면서 아포짓이라는 자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화려한 한 방도 좋지만, 어려운 공을 처리해 다음 랠리의 분위기를 바꾸는 공격수의 존재는 숫자 하나로 다 담기지 않는다.

미들블로커 출신이 오른쪽에 선 이유

나현수는 프로에서 미들블로커로 뛰어온 선수다. 그런데 2025~2026시즌 현대건설에서는 아포짓으로 투입되는 장면이 늘었다. 세터와 아포짓을 함께 바꾸는 더블 스위치가 대표적이다. 오른쪽 공격이 필요한 순간에 들어가 득점 선택지를 보태는 역할이었다. 익숙한 중앙을 떠나 측면에서 상대 블로킹을 마주하는 일은 단순한 자리 이동이 아니다. 공을 기다리는 위치도, 공격을 준비할 시간도 달라진다.

그 시즌 나현수는 정규리그 36경기, 116세트에 출전해 140점을 올렸다. 개인 한 시즌 최다 득점이었다. 다만 140점을 세트 수로 나눈 평균만으로 선발 아포짓의 생산성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교체로 뛴 세트와 오래 뛴 세트가 같은 한 세트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 기록에서 읽을 대목은 득점 순위보다 출전 기회의 변화다. 오른쪽에서 맡는 역할이 커졌고, 그 경험을 대표팀까지 이어 갔다.

아포짓 한 명이 공격 길을 넓힌다

아포짓은 주로 코트 오른쪽에서 공격한다. 리시브가 안정되면 세터는 중앙 속공과 양쪽 날개를 고를 수 있다. 반대로 첫 공이 흔들리면 빠른 공격이 어려워지고, 높이 올린 공을 누군가 처리해야 한다. 이때 오른쪽 공격이 살아 있으면 상대 블로커는 왼쪽 공격수에게만 시선을 묶어 두기 어렵다. 아포짓의 가치는 자기 득점과 다른 공격수에게 열어 주는 공간에 함께 있다.

나현수가 왼손잡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오른쪽에서 왼손으로 공을 때리면 몸을 여는 방향과 공격 각도가 오른손잡이와 다르다. 물론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득점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상대 블로킹이 준비를 마치기 전에 접근하고, 직선과 대각선 중 빈 곳을 읽어야 장점이 살아난다. 그래서 볼 때마다 궁금해지는 장면은 강타 자체보다 선택이다. 막힌 공을 무리하게 때리는지, 손끝을 이용해 다시 기회를 만드는지에 따라 한 랠리의 길이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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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점 속에 들어 있는 세 가지 득점

2026년 6월 AVC 여자배구컵은 나현수가 아포짓으로 쌓아 온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발리볼월드 집계에서 나현수는 대회 79점을 기록했다. 공격 62점에 블로킹 10점, 서브 7점이다. 약 78%가 공격 득점이지만 나머지 17점도 가볍지 않다. 오른쪽 공격수로서 공을 끝내는 일에 더해 네트 앞과 서브 라인에서도 점수를 보탰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79점만 보고 국제무대의 주전 문제가 모두 풀렸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대회마다 상대 전력과 출전 시간, 공격 시도 횟수가 다르다. 공격 성공률과 범실, 접전에서 받은 공의 질까지 함께 봐야 한 단계 더 정확해진다. 그래도 79점이라는 숫자가 반가운 이유는 분명하다. 대표팀의 공격이 한쪽 날개에만 몰리지 않도록 오른쪽에서도 실제 득점이 나왔기 때문이다. 나현수는 대회 베스트 아포짓에도 이름을 올렸다.

우승 경기에서 다시 본 오른쪽의 무게

대표팀은 대만과의 결승에서 3대 0으로 이겼다. 세트 점수는 25대 19, 25대 19, 25대 22였다. 앞선 조별리그 맞대결은 풀세트까지 갔는데, 결승에서는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이 차이를 나현수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다. 강소휘를 비롯한 다른 공격수와 수비진의 기여가 함께 만든 결과다. 다만 상대가 공격 방향을 좁혀 예측하기 어려운 팀이 되었다는 점에서 아포짓의 존재감을 읽을 수 있다.

앞으로 나현수를 볼 때는 득점 옆에 작은 표시를 더해 보고 싶다. 리시브가 흔들린 뒤 오른쪽에서 몇 번이나 공격을 이어 갔는지, 접전에서 블로킹을 어떻게 끌어냈는지, 서브로 상대의 첫 공격을 얼마나 불편하게 했는지 말이다. 그런 장면이 쌓이면 아포짓의 중요성은 기록표의 맨 윗줄보다 경기 흐름에서 더 선명해질 것이다.

여자배구 나현수 아포짓의 중요성은 경기 흐름에서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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