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의 15승을 보고 지난 기록을 다시 펼쳤다

임찬규의 15승을 보고 지난 기록을 다시 펼쳤다

얼마 전 임찬규의 2026시즌 기록을 보다가 15승보다 평균자책점 4.46에 먼저 눈이 갔다. 2025년에는 11승과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했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둔 해에 실점을 막는 성적은 오히려 나빠진 셈이다. 이 차이를 보고 나니 승수 하나로 투수의 한 해를 설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껴졌다.

15승과 평균자책점 4.46이 함께 남았다

KBO 기록실에 따르면 임찬규는 2026년 정규시즌 31경기에서 169⅔이닝을 던져 15승 7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15승은 리그 다승 1위다. 개인 최다 이닝을 던지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점도 눈에 띈다. 선발투수에게 꾸준히 차례를 맡아 주는 능력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런데 15승을 곧바로 ‘가장 압도적인 투구’로 읽으면 기록의 절반을 놓친다. 승리는 투수가 던진 내용뿐 아니라 타선의 득점, 불펜의 수비, 교체 시점에도 영향을 받는다. 평균자책점 역시 수비와 구장, 경기 상황을 모두 떼어 놓고 볼 수는 없다. 그래서 두 숫자가 엇갈릴 때는 실제로 얼마나 오래 던졌고, 어떤 경기에서 흔들렸는지를 같이 보는 편이 재미있다.

9월 19일 한화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선발의 몫을 넉넉히 해냈다. 반면 10월 1일 SSG전에서는 3이닝 4실점에 그쳤다. 10월 7일 두산전에서는 5이닝 5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같은 시즌 안에서도 좋은 투구가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 날이 있고, 실점이 많은 날에 승리가 붙기도 한다. 임찬규의 15승을 읽을 때 이런 경기들을 함께 떠올리게 된다.

2023년부터 이어진 두 자릿수 승리

임찬규의 최근 흐름은 한 시즌만 떼어 보면 잘 보이지 않는다. 2023년에는 14승 3패, 평균자책점 3.42였다. 2024년에는 10승 6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11승 7패에 평균자책점 3.03까지 낮췄다. 2026년 15승을 더하면 네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다. 해마다 성적표의 모양은 달라도 LG 선발진에서 꾸준히 경기를 시작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이닝을 나란히 놓으면 변화가 더 또렷하다. 2023년 144⅔이닝, 2024년 134이닝, 2025년 160⅓이닝, 2026년 169⅔이닝이다. 특히 최근 두 시즌에는 한 해 160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물론 이닝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등판의 내용이 좋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긴 시즌 동안 선발 한 자리를 맡았다는 사실은 승수와 별개로 읽을 만하다.

2023년의 14승과 2026년의 15승도 같은 종류의 성적은 아니다. 2023년에는 평균자책점 3.42로 실점을 더 적게 허용했고, 2026년에는 더 많은 이닝을 던지며 개인 최다승을 거뒀다. 어느 해가 더 인상적인지는 무엇을 높이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한 번의 최고점보다 여러 해에 걸쳐 역할을 이어 온 과정에 자꾸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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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이 줄어든 자리에서 볼 숫자

투구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궁금하다. 2024년 임찬규는 134이닝에서 삼진 136개를 잡았다. 9이닝당 약 9.1개다. 2026년에는 169⅔이닝에서 삼진 102개로, 9이닝당 약 5.4개였다. 삼진으로 타자를 끝내는 빈도가 꽤 달라졌다. 단순히 승수만 훑으면 지나치기 쉬운 대목이다.

볼넷은 2024년 42개에서 2026년 41개로 거의 같지만, 2026년에는 더 많은 이닝을 던졌다. 다만 삼진이 줄어든 만큼 타자가 공을 경기장 안으로 보내는 장면은 더 자주 생겼다. 2025년 163개였던 피안타는 2026년 187개로 늘었다. 이닝 차이를 감안해도 9이닝당 피안타는 약 9.2개에서 9.9개로 올라갔다. 실점이 늘어난 배경을 생각할 때 이 변화는 승수보다 직접적인 단서다.

물론 이 숫자만으로 구종 선택이나 구속 변화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타구의 질과 수비 배치, 상대 타선의 차이도 봐야 한다. 다만 기록표가 말해 주는 범위에서는 2026년 임찬규가 2024년처럼 삼진을 쌓는 방식으로만 경기를 풀지는 않았다고 읽힌다. 그래서 다음 등판을 볼 때는 삼진 수와 함께 초반 출루를 얼마나 억제하는지, 주자가 나간 뒤 긴 이닝을 버티는지를 유심히 보게 된다.

완봉승 한 경기와 긴 시즌의 거리

2025년 3월 26일 한화전은 임찬규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경기다. 9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5탈삼진 무실점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뒀다. LG가 4대 0으로 이겼다. 8회까지 투구 수가 87개였고,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압도적인 한 경기를 숫자로 떠올리라면 이 기록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완봉승은 한 경기의 장면이고, 시즌 기록은 수개월 동안 쌓인 결과다. 2025년에는 평균자책점 3.03으로 안정감이 돋보였고, 2026년에는 평균자책점이 올라갔어도 더 많은 이닝과 승리를 남겼다. 둘 중 하나만 골라 선수의 현재를 규정하기보다, 어떤 조건에서 강점을 보이고 어디서 흔들렸는지 따라가고 싶다.

임찬규의 기록을 읽는 재미도 거기에 있다. 15승이라는 굵은 숫자에서 출발해 169⅔이닝, 줄어든 삼진, 늘어난 피안타, 한 경기의 완봉승까지 이어 붙이면 평평하던 성적표에 굴곡이 생긴다. 다음 시즌에는 그 굴곡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승수보다 먼저 투구 내용이 궁금하다.

임찬규의 15승을 보고 지난 기록을 다시 펼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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