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인이 첫 월급을 받고 당황했습니다. 면접 때 들은 금액보다 적었는데, 쉬는 시간이 임금 계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서로 다르게 알고 있었거든요. 근로계약서는 이런 차이를 일하기 전에 확인하는 문서입니다. 처음 쓰는 사람도 어디를 봐야 할지 순서대로 짚어볼게요.
첫 출근 전에 무엇을 적어야 할까
근로계약서를 받으면 이름과 서명란보다 근로조건부터 읽는 편이 좋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 등을 명시하도록 합니다. 일할 장소와 맡을 업무도 확인해야 합니다. 면접에서 들은 이야기와 문서의 내용이 같은지 대조하는 게 첫 단계예요.
임금은 ‘월급 250만 원’처럼 총액만 보고 넘기기 쉽습니다.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시급이나 월급을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는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는지까지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식대가 월급에 포함된 금액인지 별도로 지급되는 금액인지에 따라 예상한 급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도 ‘주 5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고,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쉰다면 실제로 일하기로 정한 시간은 하루 8시간입니다. 출근·퇴근 시각과 휴게시간을 나눠 적으면 첫 급여를 계산할 때도 훨씬 수월합니다.
월급만큼 중요한 휴일과 휴가
매주 언제 쉬는지, 휴일에 일하게 되면 어떻게 처리하는지 계약서를 보며 확인하세요. ‘주말 휴무’라는 말도 토요일과 일요일이 모두 휴일이라는 뜻인지, 근무표에 따라 쉬는 날이 바뀐다는 뜻인지 모호할 수 있습니다. 교대근무라면 특히 근무일을 정하는 방식이 분명해야 서로 일정을 맞추기 쉽습니다.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내용도 빠뜨리면 안 됩니다. 다만 연차가 실제로 어떻게 발생하고 적용되는지는 근무 기간, 출근율, 사업장 규모 같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휴가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본인에게 적용되는 법정 기준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계약서의 문구가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낮다면 그 문구만으로 법정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고용노동부의 표준근로계약서에는 이런 항목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칸이 마련돼 있습니다. 빈 양식을 그대로 출력해 서명하기보다 실제 근무 조건에 맞게 채워졌는지 보는 데 쓰면 좋습니다. 특히 임금 지급일, 휴게시간, 쉬는 날이 비어 있다면 서명 전에 채워 달라고 이야기할 만합니다.
아르바이트와 기간제라면 더 살필 것
아르바이트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받아야 합니다. 단시간 근로라면 ‘주 15시간 정도’처럼 대략적인 표현보다 어느 요일에 몇 시간씩 일하는지 적는 게 중요합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단시간 근로자의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서면에 명시하도록 합니다. 월·수·금에 각각 4시간씩 일한다면 요일별 시간을 그대로 적는 식입니다.
계약기간이 정해진 경우에는 시작일과 종료일을 함께 확인하세요. ‘3개월 근무’라고만 쓰면 정확히 어느 날까지 일하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계약기간을 비롯해 근로시간과 휴게, 임금, 휴일과 휴가, 근무 장소와 업무를 서면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계약을 연장할 때도 새 기간과 달라진 조건을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시급제라면 실제 급여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간단히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시급 1만 2천 원에 하루 4시간씩 주 3일 일하기로 했다면, 약속한 근로시간은 주 12시간입니다. 여기서 시급과 시간을 곱한 금액이 기본적인 출발점이죠. 실제 지급액은 근무한 시간과 적용되는 수당, 공제 항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계약서의 계산 방식과 급여명세서를 함께 비교하면 좋습니다.
서명한 뒤에는 내 문서를 받아두기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본인도 한 부를 받아 보관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 유급휴가가 적힌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합니다. 전자문서도 가능하므로 받은 파일이라면 나중에 다시 열어볼 수 있게 저장해 두세요. ‘회사에 원본이 있으니 필요할 때 보여주겠다’는 말만으로는 내 조건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일을 시작한 뒤 근무시간이나 임금이 달라졌다면 바뀐 내용을 문서로 확인하세요. 예를 들어 오전 근무에서 저녁 근무로 바뀌었다면 새 근무시간과 임금 계산에 영향을 주는 조건을 서로 분명히 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급여명세서, 근무표, 출퇴근 기록도 함께 보관하면 나중에 실제 근무 내용과 계약 내용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일하고 있는데 계약서를 받지 못했다면 사업주에게 작성·교부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요청해도 해결되지 않거나 적힌 조건과 실제 근무가 계속 다르다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나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를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계약서는 서명을 끝내기 위한 종이가 아니라, 함께 일하기로 한 약속을 두 사람이 같은 내용으로 기억하게 해 주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