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에서 숙소를 고를 때 바다 전망 사진부터 본 적이 있다. 객실은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가려던 섬의 선착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꽤 걸렸다. 펜션과 숙소를 100곳 넘게 묵으며 느낀 건 사진 속 바다보다 다음 날 동선이 여행 만족도를 더 크게 바꿀 때가 있다는 점이다. 거제도 가볼만한곳 섬을 찾는다면 먼저 ‘어떤 풍경을 보고 싶은지’와 ‘배를 탈 수 있는지’를 나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사진이 목적이라면 외도, 대신 시간을 넉넉히
외도 보타니아는 잘 가꾼 정원과 바다를 한 장에 담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다. 섬에 내려 걷는 동안 식물과 조각 작품, 바다 풍경이 계속 바뀐다. 거제관광문화 안내에는 지세포·도장포·해금강·장승포·와현·구조라 선착장에서 외도행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다고 나온다. 숙소를 예약하기 전에 출발 선착장을 먼저 고르면 아침 이동이 한결 편하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외도는 마음 내키는 만큼 머물다가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유람선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코스다. 선착장까지 가는 시간, 승선 대기, 섬에서 걷는 시간을 합치면 오전이나 오후 한 덩어리가 필요하다. 외도 보타니아가 안내하는 입장료도 유람선 요금과 별도로 생각해야 한다. 정원을 느긋하게 오래 보고 싶은 사람이나 정해진 귀항 시간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겐 기대와 다를 수 있다.
숙소 사진에 ‘외도 근처’라고 적혀 있어도 그 말만 믿지 않는다. 어느 선착장에서 탈 건지, 숙소에서 그곳까지 차로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한다. 해금강을 함께 도는 상품인지도 살핀다. 같은 외도행이라도 출발지와 코스에 따라 하루의 리듬이 달라진다.
동백 숲을 걷고 싶다면 지심도와 내도
지심도는 화려한 시설보다 숲길이 끌리는 날에 잘 어울린다. 거제시 안내에 따르면 장승포 앞바다에 있는 동백 군락지로, 장승포와 지세포에서 도선을 이용할 수 있다. 동백꽃을 기대한다면 방문 날짜에 실제 개화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다. 꽃이 없더라도 숲을 걷는 여행은 가능하지만, 사진에서 본 붉은 꽃길만 생각하고 가면 실망할 수 있다.
내도는 외도보다 규모가 작은 섬 여행을 원하는 쪽에 가깝다. 거제관광문화는 구조라 선착장에서 도선으로 들어간다고 안내한다. 내도에 가는 날은 카페나 식당을 여러 곳 들르는 일정으로 짜기보다 걷는 시간 자체를 잡아두는 편이 자연스럽다. 반대로 유모차를 밀거나 걷는 거리를 최소화해야 하는 일행이라면 섬 안의 길 상태와 당일 체류 시간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두 섬 모두 배편이 여행의 기준점이다. 바람과 파도에 따라 출항이 달라질 수 있으니 ‘오전에 섬, 오후에는 숙소에서 쉬기’처럼 여유를 두는 편이 낫다. 특히 체크아웃 날에는 돌아오는 배를 놓쳤을 때 일정이 급해진다. 숙소를 잡는다면 장승포 출발 지심도는 장승포 쪽, 구조라 출발 내도는 구조라·와현 쪽을 먼저 찾아볼 만하다.
하룻밤 머물 섬을 찾는다면 이수도
이수도는 섬을 잠깐 보고 나오는 일정과 성격이 다르다. 거제시는 해산물 식사를 포함한 ‘1박 3식’ 민박으로 알려진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래서 예약할 때 객실 사진만 보면 빠지는 정보가 많다. 식사가 실제로 몇 끼 포함되는지, 메뉴는 어떻게 나오는지, 객실에 개별 화장실이 있는지까지 물어봐야 한다. 숙소를 많이 다녀보니 ‘식사 제공’ 한 줄만으로 기대치를 맞추기는 어렵더라.
조용히 쉬면서 섬의 저녁과 아침을 모두 보고 싶은 사람에겐 매력적이다. 하지만 최신 시설의 풀빌라나 객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면 취향이 안 맞을 수 있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숙박인 만큼 짐도 가볍게 챙기는 편이 편하다. 먹는 재미가 중심인 여행인지, 객실 시설이 중심인 여행인지 일행끼리 먼저 맞춰보면 선택이 쉬워진다.
배가 부담스럽다면 산달도부터
일행 중 배멀미가 심한 사람이 있으면 산달도가 현실적인 선택이다. 산달도는 연륙교로 거제 본섬과 이어져 차로 들어갈 수 있다. 거제관광문화 안내에는 섬의 해안 일주도로 길이가 8.2㎞라고 나온다. 잠깐 들어가 바다와 마을 풍경을 보고 나와도 되고, 거제면 쪽 숙소와 묶어 하루를 느슨하게 보낼 수도 있다.
다만 다리로 건너간다는 편리함 때문에 외도 같은 관광 시설을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다. 산달도의 매력은 빽빽한 볼거리보다 섬마을의 속도에 있다. 좁은 구간에서는 운전도 천천히 해야 한다. 주차할 곳이 보이면 차를 세우고 걷는 편이 풍경을 보기 좋고, 마을 안에서는 주민 차량의 통행을 막지 않도록 신경 쓰게 된다.
거제 숙소를 예약할 때는 섬 이름 하나만 적어두지 않는다. 출발 선착장, 첫 배에 맞출 수 있는 체크아웃 시간, 날씨가 나빠 배를 못 탈 때 갈 곳까지 함께 본다. 외도의 정원, 지심도와 내도의 숲, 이수도의 하룻밤, 산달도의 편한 접근성은 서로 다른 여행이다. 내가 고른 숙소가 그 여행을 편하게 만들어주는지까지 봐야 사진 밖의 거제가 만족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