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사진에서 가장 잘 보이는 풍경보다 사진 밖에 있는 주차 자리, 화장실 거리, 밤의 소음이 잠자리를 더 크게 좌우한다는 것. 강원도 차박 캠핑장도 마찬가지다. 바다나 숲이 보인다는 말만 믿고 예약하면, 막상 차를 세웠을 때 기대한 풍경이 안 보이거나 차에서 잘 수 없는 자리일 수 있다.
자동차야영장이라고 차에서 잘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름부터 헷갈린다. 자동차야영장은 차를 사이트 가까이에 세우고 텐트를 치는 곳일 수도 있다. 차량 안에서 자는 차박, 차 뒤에 도킹 텐트를 연결하는 방식, 캠핑카 이용을 각각 다르게 허용하는 곳도 있다. 예약 화면에 ‘자동차야영지’라고 적혀 있어도 내가 하려는 방식이 가능한지 따로 확인해야 한다.
국립공원공단의 야영장 이용정책을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오대산 소금강산 야영장은 A·C영지에서 차박이 가능하지만 B영지는 불가능하다고 안내한다. 같은 야영장 안에서도 자리 하나 잘못 고르면 계획을 바꿔야 하는 셈이다. 캠핑카 전용 영지는 일반 승용차로 이용할 수 있는지까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예약 전에는 세 가지만 묻는다. ‘제 차종으로 차량 안 취침이 가능한가요?’, ‘꼬리문을 열거나 도킹 텐트를 연결해도 되나요?’, ‘차를 예약한 자리 안에 세울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답을 받아두면 현장에서 당황할 일이 꽤 줄어든다. 특히 사이트 사진에 차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차박 가능 자리라고 판단하면 위험하다.
바다 앞 자리라면 추암에서 먼저 볼 것
동해시 추암오토캠핑장은 바다 풍경을 기대하며 살펴볼 만한 곳이다. 한국관광공사 고캠핑 안내에는 자동차야영장 사이트 32면과 일반야영장 10면이 있고, 전기와 샤워장·화장실·개수대를 이용할 수 있다고 나온다. 다만 이 정보만으로 모든 사이트의 차량 안 취침이 허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약하려는 자리의 차박 허용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바다 캠핑장의 장점은 아침에 바로 드러난다. 차문을 열고 걷기만 해도 여행 온 기분이 난다. 아쉬운 점은 바람과 습기다. 낮에 따뜻해도 해가 지면 문을 오래 열어두기 어렵고, 창문을 닫으면 유리 안쪽에 물방울이 맺히기 쉽다. 창가 풍경만 보고 잠자리 방향을 정했다가 새벽 바람에 차를 다시 움직일 수도 있다.
조용히 쉬는 게 최우선이라면 바다와 가장 가까운 자리보다 진입로와 공용시설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가 나을 수 있다. 반대로 아이와 함께라면 화장실까지의 동선이 짧은 편이 편하다. 같은 캠핑장이라도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좋은 자리가 달라진다.
숲속 차박은 소금강산처럼 영지부터 봐야 한다
바다보다 산이 좋다면 강릉의 소금강산 야영장도 후보에 넣을 만하다. 다만 이곳을 검색할 때는 ‘소금강산 야영장’이라는 이름보다 A·B·C 중 어느 영지를 예약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립공원공단 안내상 차박이 가능한 영지와 불가능한 영지가 나뉘기 때문이다. 예약 직전에는 운영 일정과 해당 영지의 차량 조건도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숲은 바닷가보다 바람을 덜 맞는 느낌이 있지만, 밤 기온과 아침 이슬은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특히 차에서 자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보다 유리와 차체 쪽 냉기가 더 신경 쓰인다. 얇은 침낭 하나로 버티겠다는 생각보다는 매트 두께와 계절에 맞는 침구를 먼저 챙기는 편이 낫다. 비가 온 뒤라면 신발과 젖은 장비를 둘 공간도 계산해야 한다.
이런 자리는 늦게 도착해 차 안에서 잠만 자고 아침 일찍 떠날 사람보다, 해 지기 전에 들어가 자리와 동선을 살필 사람에게 잘 맞는다. 산길 운전이 부담스럽거나 숙소처럼 온수 샤워와 실내 공간을 기대한다면 캠핑장 시설 안내를 더 꼼꼼히 봐야 한다.
예약 버튼을 누르기 전 사진 밖을 확인한다
제가 가장 오래 보는 사진은 풍경 사진이 아니라 사이트 배치도와 이용객이 올린 현장 사진이다. 배치도에서는 화장실, 개수대, 출입로 위치를 보고, 현장 사진에서는 옆 차와의 간격과 바닥 상태를 본다. 차량 길이만 맞는다고 끝이 아니다. 문을 열 공간, 짐을 꺼낼 공간, 허용된다면 의자를 놓을 공간까지 필요하다.
- 차량 안 취침과 도킹 텐트 허용 여부를 예약한 영지 기준으로 확인한다.
- 사이트 크기와 바닥 재질을 보고 차종이 들어갈지 계산한다.
- 샤워장 운영 시간, 온수 사용 방식, 전기 이용 조건을 확인한다.
- 비·강풍 예보가 있으면 바닷가 자리와 계곡 가까운 자리를 다시 살핀다.
고캠핑도 등록 정보가 현장 상황과 다를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래서 시설 정보는 후보를 고르는 데 쓰고, 마지막 판단은 캠핑장 안내로 한다. 강원도 차박은 창밖 풍경이 좋아서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밤에 편히 자고 아침에 무리 없이 떠날 수 있었을 때 다시 가고 싶은 여행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