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한화에서만 120승 기록을 따져봤다

한용덕 한화에서만 120승 기록을 따져봤다

예전 투수 기록을 훑다가 한용덕의 통산 120승에서 잠깐 멈췄다. 한 팀에서 오래 던진 투수라는 기억은 있었는데, 시즌별 기록을 펼쳐 보니 승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굴곡이 꽤 선명했다. 먼저 이름부터 정확히 짚어야 한다. 흔히 ‘한화에서만 120승’이라고 말하지만, KBO 기록상 빙그레 시절 53승과 한화 시절 67승을 합친 숫자다. 구단의 계보를 따라 한 팀에서 쌓은 120승이라는 뜻에 가깝다.

빙그레 53승과 한화 67승이 이어졌다

한용덕은 1988년 빙그레 유니폼으로 2승을 거뒀고, 2004년 한화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KBO 정규시즌 기록에 적힌 팀 이름은 1993년까지 빙그레, 1994년부터 한화다. 시즌별 승수를 더하면 각각 53승과 67승. ‘한화에서만’이라는 표현을 현재의 팀 이름 그대로 받아들이면 53승이 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120승의 무게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적해 새로운 팀에서 승수를 보탠 기록이 아니라, 같은 구단의 이름이 바뀌는 동안 한 마운드를 지킨 기록이기 때문이다. 팬에게는 익숙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기록표에서 빙그레와 한화가 따로 적힌 이유를 알고 나면 이 숫자가 걸쳐 있는 시간이 더 또렷해진다.

가장 높이 올라간 1991년, 가장 많이 이긴 1994년

한용덕의 초반 흐름은 1990년부터 달라진다. 그해 13승 9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하며 171이닝을 던졌다. 이듬해에는 17승 6패, 평균자책점 2.23에 201⅔이닝까지 책임졌다. 31경기에서 완투 12회와 완봉 4회를 남긴 시즌이다. 지금의 투수 운용에 익숙한 눈으로 보면 특히 완투 숫자에서 시대의 차이가 느껴진다.

흥미로운 건 17승을 거둔 1991년이 그의 유일한 강한 시즌은 아니라는 점이다. 1992년에는 9승 11패에 그쳤지만 186⅓이닝을 던졌고, 1993년에는 10승 11패를 기록하면서 완투를 다시 12번 했다. 승패만 놓고 보면 1991년보다 한참 아래다. 그런데 등판 때마다 얼마나 오래 마운드를 맡았는지까지 보면, 두 시즌을 단순히 부진으로 묶기 어렵다. 승리는 투수가 혼자 만드는 숫자가 아니라는 사실도 여기서 드러난다.

한화라는 이름으로 뛴 첫해인 1994년에는 16승 8패를 거뒀다. 평균자책점 3.25, 투구 이닝은 177⅓이닝이었다. 1991년의 17승에는 한 승 모자랐지만, 팀 이름이 바뀐 뒤에도 선발진의 한 축으로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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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의 56경기가 보여주는 다른 얼굴

오래 뛴 투수의 기록을 볼 때 재미있는 대목은 역할이 달라지는 시점이다. 한용덕은 1998년 56경기에 등판해 131⅔이닝을 던졌고, 7승 3패 4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26을 남겼다. 1991년처럼 완투로 경기를 끝내던 모습과는 다른 숫자다. 등판 횟수는 늘고, 한 경기에서 맡는 이닝은 짧아졌다.

그래서 통산 120승을 선발승 120번처럼 읽으면 그의 경력을 놓치게 된다. KBO 기록에 남은 통산 성적은 482경기, 2079⅓이닝, 120승 118패, 24세이브와 11홀드다. 완투 60회와 완봉 16회도 함께 적혀 있다. 긴 이닝을 버틴 시절과 여러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시절이 한 줄에 포개진 기록이다. 한용덕의 가치를 승수 하나보다 넓게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승한 1999년에도 기록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화가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익숙하다. 하지만 그해 한용덕의 정규시즌 기록은 23경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7.47이었다. 팀의 가장 빛나는 장면과 선수 개인의 가장 좋은 시즌이 꼭 겹치지는 않는다. 우승 멤버였다는 말만으로 그해 마운드에서의 기여를 크게 부풀릴 수 없는 까닭이다.

그 뒤의 숫자까지 보면 경력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2000년에는 38경기에서 130⅔이닝을 던졌고, 2001년에는 31경기 144이닝, 8승 10패, 평균자책점 3.56을 남겼다. 1999년 기록 한 줄로 후반기를 설명하기에는 다시 맡아 낸 이닝이 적지 않다. 이후 2004년까지 마운드에 올라 통산 120승에 닿았다.

나는 이런 기록을 볼 때 최고 승수보다 시즌 사이의 변화에 오래 눈이 간다. 빙그레에서 한화로 이어진 53승과 67승, 201⅔이닝을 던진 해와 56경기에 나선 해가 모두 같은 투수의 경력이다. 한용덕의 120승은 오래 버틴 시간만큼 역할을 바꿔 가며 쌓인 숫자로 읽힌다.

한용덕 한화에서만 120승 기록을 따져봤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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