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손님이 집에서 내린 커피가 매장보다 밋밋하다며 원두를 바꿔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같은 원두를 가져가셨는데도 맛이 달랐죠. 이야기를 나눠 보니 분쇄 원두를 한 번에 사서 열흘 넘게 쓰고 계셨습니다. 원두를 바꾸기 전에 마실 때마다 갈아 보는 편이 먼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커피 그라인더 추천 브레빌이라는 말을 검색했다면, 아마 도즈 컨트롤 프로와 스마트 그라인더 프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두 제품 모두 집에서 에스프레소와 필터 커피를 오갈 수 있지만, 돈을 더 내는 이유는 분쇄 단계의 숫자보다 분량을 맞추는 방식에 있습니다.
두 모델의 차이는 분쇄 시간 조절에 있다
브레빌 국내 공식 판매 정보 기준으로 도즈 컨트롤 프로 BCG600은 30만 원, 스마트 그라인더 프로 BCG820은 45만 원입니다. 둘 다 스테인리스 코니컬 버와 60단계 분쇄 설정을 갖췄습니다. 60단계라는 숫자만 보고 상위 모델의 분쇄 범위가 더 넓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BCG600은 분쇄 시간을 1초 단위로 조절합니다. BCG820은 화면에서 분쇄 설정과 시간을 확인하고, 시간을 0.2초 단위로 조절해 저장할 수 있습니다. 아침마다 같은 원두로 두 잔씩 내린다면 화면과 저장 기능이 제법 편합니다. 반면 원두를 자주 바꾸거나 한 번 쓸 양을 저울로 재서 넣는다면 그 차이에 15만 원을 더 쓸 이유는 줄어듭니다.
두 모델 모두 50~54mm와 58mm 포터필터용 크레이들이 제공됩니다. BCG820에는 분쇄 원두를 받을 수 있는 용기도 포함됩니다. 주방 선반 아래에 둘 생각이라면 높이도 보세요. 공식 치수상 BCG600은 34.3cm, BCG820은 38.9cm입니다. 호퍼에 원두를 넣고 빼려면 그 위로 손이 들어갈 공간도 필요합니다.
에스프레소를 마신다면 먼저 바스켓을 확인한다
손님에게 그라인더를 권할 때 저는 머신 이름보다 바스켓부터 묻습니다. 이중벽 가압 바스켓은 분쇄도가 조금 달라도 압력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싱글월 바스켓은 분쇄도가 추출 속도에 훨씬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후자를 쓰면 오늘은 잘 나오던 샷이 원두가 바뀐 다음 날 갑자기 빠르게 흐를 수 있죠.
시작점은 원두 18g을 넣고 추출액 36g을 받는 것입니다. 시간을 25~35초 정도로 잡고 맛을 봅니다. 시고 묽으며 너무 빨리 끝나면 조금 더 곱게, 쓰고 답답하며 오래 걸리면 조금 더 굵게 조절합니다. 이 수치는 맛을 찾기 위한 출발선이지 모든 원두의 정답은 아닙니다. 로스팅 정도와 원두 상태, 바스켓 크기에 따라 맛있는 지점은 움직입니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분쇄 시간입니다. BCG820의 0.2초 조절은 원두 무게를 0.2g씩 맞춘다는 뜻이 아닙니다. 같은 10초를 갈아도 원두의 크기와 밀도, 호퍼에 남은 양에 따라 나온 무게가 달라집니다. 특히 싱글월 바스켓으로 샷을 맞출 때는 분쇄가 끝난 뒤 저울로 실제 투입량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필터 커피 위주라면 편의에 값을 매긴다
드리퍼를 주로 쓴다면 BCG600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두 15g에 물 240g, 물 온도 92~94℃로 내려 봅니다. 전체 추출이 2분 30초 안팎에서 끝나는데 맛이 날카롭고 가볍다면 조금 더 곱게 갈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이 오래 고이고 끝맛이 거칠다면 굵게 조절합니다. 원두와 드리퍼가 달라지면 시간보다 컵의 맛을 우선하세요.
필터 커피 한 잔을 매일 같은 방식으로 내리는 집이라면 BCG820의 화면과 시간 저장이 아침 동선을 줄여 줍니다. 다만 시간을 저장해도 매번 정확히 같은 무게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한 잔 분량을 저울에 재서 갈고, 나온 가루도 가끔 확인하면 어느 모델이든 다루기 쉬워집니다.
프렌치 프레스와 드립을 오가거나 에스프레소까지 번갈아 만든다면 분쇄도를 크게 바꿀 때 이전 분쇄 가루가 조금 섞일 수 있습니다. 첫 잔의 맛이 평소와 다르면 설정 숫자만 계속 돌리기보다 남은 가루를 털어 내고 다시 맛보는 편이 낫습니다.
그라인더를 산 뒤 첫 잔에서 바꿀 것
예산이 30만 원 안팎이고 저울을 쓰는 일이 번거롭지 않다면 BCG600을 권합니다. 반복해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분쇄 시간을 화면으로 세밀하게 맞추고 싶다면 BCG820의 추가 비용이 납득될 수 있습니다. 이미 머신에 그라인더가 달려 있고 현재 분쇄 조절로 원하는 맛을 낼 수 있다면 별도 그라인더부터 살 필요는 없습니다.
새 그라인더를 들인 날에는 설정 숫자를 외우기보다 같은 원두와 같은 물로 두 잔을 비교해 보세요. 한 잔은 조금 곱게, 다른 한 잔은 조금 굵게 갈면 산미가 또렷해지는 쪽과 단맛이 길어지는 쪽이 보입니다. 원두는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고, 오래 둘 몫은 공기와 열을 피해 보관하는 것도 좋습니다. 13년 동안 제가 자주 본 맛의 차이는 기계 가격보다 이렇게 작은 조건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