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스팸 한 캔으로 반찬과 한 끼를 만들어 보면, 같은 재료인데도 맛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볶음밥은 김치의 물기를 얼마나 날렸는지, 감자조림은 물을 얼마나 붓고 언제 스팸을 넣었는지가 차이를 만듭니다. 200g짜리 스팸 한 캔을 반으로 나눠 김치볶음밥과 감자조림을 만들어 볼게요. 볶음밥은 2인분, 감자조림은 곁들여 먹기 좋은 2인분입니다.
스팸 한 캔을 나눠 손질하기
스팸 100g은 볶음밥용으로 0.8cm 정도의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썹니다. 나머지 100g은 조림용으로 1.5cm 크기로 썰고요. 볶음밥에서는 작게 썰어야 밥 한 숟갈마다 골고루 들어가고, 조림에서는 조금 큼직해야 끓이는 동안 모양이 남습니다.
스팸을 먼저 팬에 구울 때는 기름을 많이 넣지 않아도 됩니다. 자체 지방이 나오거든요. 짠맛이 걱정된다면 썬 스팸을 끓는 물에 20~30초만 데쳐 물기를 닦아 쓰세요. 다만 이 방법은 구울 때 갈색 면이 생기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저는 평소엔 데치지 않고 김치와 간장의 양을 줄여 맞춥니다.
김치볶음밥은 김치의 물기부터 날리기
재료는 밥 300g, 잘 익은 김치 120g, 스팸 100g, 양파 50g, 식용유 1작은술, 김칫국물 1큰술입니다. 밥은 따뜻한 밥도 괜찮지만 접시에 넓게 펴서 5분 정도 김을 빼면 덜 뭉칩니다. 김치는 가위로 잘게 자르고, 양파도 스팸과 비슷한 크기로 썰어 둡니다. 김치가 유난히 시다면 설탕 1/2작은술을 준비하세요.
지름 24cm 정도의 팬을 중불로 1분 예열한 뒤 스팸을 넣고 2~3분 굽습니다. 바닥에 닿은 면이 옅은 갈색이 되면 한쪽으로 밀고 식용유와 양파를 넣어 1분 볶으세요. 스팸에서 나온 기름으로 양파에 맛을 입히는 순서입니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김치를 넣고 중불에서 3분가량 볶습니다. 팬 바닥에 흥건한 김치 국물이 거의 보이지 않을 때까지가 기준이에요.
여기에 밥을 넣고 주걱으로 덩어리를 풀어 2분 볶습니다. 밥알이 팬 전체에 고르게 퍼지면 김칫국물 1큰술을 팬 가장자리로 둘러 넣고 1분 더 볶으세요. 처음부터 국물을 붓고 밥을 넣으면 김치를 볶는 대신 끓이게 되어 밥이 질어지기 쉽습니다. 맛을 본 뒤 싱거울 때만 김칫국물을 1작은술씩 더하세요. 김치와 스팸의 짠맛이 제각각이라 소금을 먼저 넣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볶음밥이 젖어 보이면 불을 중강불로 올리고 밥을 얇게 펼쳐 30초 둔 다음 뒤집으세요. 두세 번 반복하면 수분이 날아갑니다. 반대로 팬 바닥에 밥이 붙기 시작하면 불을 중불로 낮추고 물 1큰술을 팬 가장자리에 넣어 긁어 줍니다. 김치가 없다면 잘게 썬 양배추 100g에 고춧가루 1/2작은술을 넣어 볶을 수 있어요. 이때는 김칫국물 대신 간장 1작은술을 쓰되, 김치볶음밥과는 다른 담백한 맛이 납니다.
감자조림은 감자가 익은 뒤 스팸 넣기
재료는 감자 300g, 스팸 100g, 양파 50g, 물 180ml, 진간장 1큰술, 설탕 1작은술, 식용유 1작은술입니다. 감자는 껍질을 벗겨 1.5cm 정도로 썰고 물에 한 번 헹궈 표면의 전분만 씻어 냅니다. 크기가 들쭉날쭉하면 작은 조각은 무르는데 큰 조각은 설익으니 가능한 한 비슷하게 써는 게 좋아요.
작은 냄비나 지름 20cm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감자를 중불에서 2분 볶습니다. 겉면이 살짝 투명해지면 물 180ml, 간장, 설탕을 넣고 끓이세요.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덮고 중약불로 낮춰 8분 익힙니다. 뚜껑을 열어 젓가락으로 감자를 찔렀을 때 가운데가 조금 단단하면 양파와 스팸을 넣을 때입니다. 뚜껑을 연 채 3~4분 더 졸이면 감자는 익고 스팸의 모서리는 살아 있습니다.
제가 주방 초년생 때 자주 했던 실수는 스팸을 처음부터 넣고 오래 끓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스팸 맛이 국물로 빠지고 조각도 쉽게 부서집니다. 물도 감자가 잠길 만큼 붓지 않습니다. 이 크기의 팬에서 180ml면 감자 아랫부분이 잠기는 정도예요. 더 넓은 팬을 쓴다면 물을 2큰술 정도 보태고, 익는 중간에 바닥이 마르는지 확인하세요.
감자가 아직 단단한데 국물이 없어졌다면 물 2큰술을 넣고 뚜껑을 덮어 2분 더 익힙니다. 이미 감자가 부드러운데 국물이 많다면 뚜껑을 열고 중불에서 1~2분 졸이세요. 국물이 너무 짜졌을 때는 물만 많이 붓기보다 익힌 감자나 양파를 조금 더 넣는 편이 맛의 균형을 잡기 쉽습니다. 감자가 없다면 무 300g으로 바꿀 수 있지만, 무는 익는 데 시간이 더 걸리니 스팸을 넣기 전 12~15분 정도 끓여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남은 음식도 맛이 달라지기 전에
볶음밥은 먹을 만큼 바로 만드는 편이 가장 좋습니다. 남았다면 한 김 식혀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다음 끼니에 팬에서 골고루 뜨겁게 데우세요. 감자조림도 식힌 뒤 냉장했다가 먹을 만큼 덜어 데우면 됩니다. 감자는 냉장고에 오래 두면 식감이 퍽퍽해져서 저는 하루 이틀 안에 먹을 양만 만들어요.
스팸은 짭짤한 맛이 이미 충분한 재료입니다. 볶음밥에서는 김치의 물기를 먼저 보고, 조림에서는 감자가 익는 속도를 먼저 보면 간을 세게 하지 않아도 맛이 또렷해집니다. 한 캔을 나눠 써도 두 접시의 느낌이 꽤 다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