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겨울 캠핑장에서 옆 사이트를 보는데, 큼직한 난로에 두꺼운 담요까지 갖췄는데도 밤새 춥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저도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며 사진 속 ‘따뜻한 공간’과 실제 잠자리의 차이를 여러 번 겪었습니다. 겨울 캠핑은 장비 사진보다 새벽에 어디서 냉기가 올라오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챙길 게 많아 보여도 겨울 캠핑 필수품은 잠자리, 마른 옷, 안전 장비부터 고르면 훨씬 단순해집니다.
밤에는 공기보다 바닥이 먼저 차가워졌다
처음 겨울 텐트에서 잤을 때 침낭은 꽤 두꺼웠습니다. 그런데 등을 대고 누운 지 한 시간쯤 지나니 허리와 엉덩이가 서늘했어요. 침낭의 충전재는 몸에 눌린 부분에서 제 두께를 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침낭만 두껍게 바꾸는 것보다 바닥 단열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체감 차이가 컸습니다.
매트는 제품 설명의 두께만 보지 말고 단열 성능을 나타내는 R값도 확인합니다. 겨울용이라고 적혀 있어도 수치가 없으면 추운 땅에서 어느 정도 버틸지 판단하기 어렵거든요. 공기를 넣는 매트는 집에서 미리 펼쳐 바람이 새지 않는지 확인하고, 수리 패치도 함께 넣습니다. 현장에서 매트가 주저앉으면 침낭이 좋아도 밤이 길어집니다.
침낭은 ‘최저 온도’라는 큰 글씨보다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온도 표기를 봅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표시 온도를 자기 한계처럼 믿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는 침낭 안에 입을 얇은 옷을 따로 빼두고, 잘 때 발을 조이지 않는 마른 양말을 신습니다. 낮에 신은 양말을 그대로 신고 누웠다가 발끝이 더 차가웠던 적이 있거든요. 친구와 함께 간다면 침낭을 한 벌 더 사기 전에 각자의 매트 상태부터 비교해 보는 게 돈을 덜 헛쓰는 방법이었습니다.
난로를 고르기 전에 전기 사용 조건부터 본다
캠핑장 예약 화면에 전기 사용 가능이라고 쓰여 있어도 그 말만으로 전기요와 난방기를 함께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이트별 허용 전력과 콘센트 위치, 연장선 사용 규칙을 먼저 확인합니다. 전기요는 소비전력뿐 아니라 사용법도 살펴야 해요. 접힌 채로 켜거나 침구를 과하게 겹쳐 쓰지 말라는 제품 안내가 있다면 그대로 따릅니다. 야외용 연장선은 손상된 곳이 없는지 출발 전에 보고, 연결부가 물에 젖지 않게 둡니다.
솔직히 겨울 캠핑에서 가장 걱정되는 건 추위 자체보다 텐트 안 화기입니다. 소방청은 텐트 안 숯·장작 사용을 삼가고, 가스나 등유 난방기에도 환기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합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챙길 만한 안전 장비지만 경보기가 있다고 텐트 안에서 화로를 피우거나 난방기를 켜둔 채 잠들어도 되는 건 아닙니다. 취침 중에는 연소식 난방기를 끄고, 설치가 허용된 장비라도 캠핑장 규정과 제조사 설명을 확인하는 쪽이 마음 편합니다.
경보기는 출발 전 전원과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설명서에 맞춰 설치합니다.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이 생기면 피곤해서 그렇겠지 하고 버티지 말고 즉시 텐트 밖 안전한 곳으로 나와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장비가 많아질수록 안전 수칙을 대충 넘기기 쉬워서, 저는 난방기보다 이 확인을 준비 목록 앞쪽에 둡니다.
마른 옷 한 벌이 두꺼운 외투보다 쓸모 있던 밤
짐을 줄이겠다고 두꺼운 패딩 하나만 가져가면 의외로 난감합니다. 텐트를 치며 땀난 옷을 입은 채 저녁을 맞거나, 눈과 이슬에 젖은 양말을 그대로 신게 되거든요. 질병관리청도 추운 날 젖은 옷은 체온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어 마른 옷으로 갈아입도록 안내합니다. 저는 잠잘 때 입을 상·하의와 양말을 지퍼백에 따로 넣어 둡니다. 이 한 봉지는 늦은 밤에도 바로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장갑도 한 켤레로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팩을 만지고 설거지할 때 젖은 장갑은 다음 날 아침까지 잘 마르지 않아요. 작업용 한 켤레와 보온용 한 켤레를 나누면 손이 훨씬 편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목과 귀가 먼저 시려워서 목을 가리는 옷과 모자도 자주 쓰게 됩니다. 반대로 멋있는 캠핑용 소품은 차에 그대로 남는 날이 많았습니다.
예약할 때 확인하면 장비를 덜 들고 간다
숙소 사진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캠핑장 사진도 가장 좋은 시간대의 모습일 때가 많습니다. 겨울에는 전망 사진보다 사이트 바닥 재질, 바람을 막아줄 지형, 주차장에서 사이트까지의 거리, 온수와 화장실 운영 여부가 더 절실합니다. 온수가 나온다는 말만 믿지 말고 동절기에도 운영하는지 확인합니다. 밤에 화장실까지 멀면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가져가도 새벽이 괴롭더라고요.
처음 겨울 캠핑을 간다면 난방 장비부터 잔뜩 사기보다 전기 사용 조건이 분명하고 편의시설이 가까운 캠핑장을 고르는 편을 권합니다. 아이와 함께 가거나 추위에 약한 사람이 있다면 날씨가 급격히 나빠질 때 일찍 철수할 계획도 필요합니다. 겨울 캠핑 필수품을 하나만 더 담을 수 있다면 저는 장식용 랜턴 대신 마른 옷과 제대로 된 바닥 매트를 고르겠습니다. 밤새 덜 춥고, 아침에 덜 지치는 차이가 거기서 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