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캠핑 음식 직접 챙겨가니 저녁이 달라졌다

1회
겨울 캠핑 음식 직접 챙겨가니 저녁이 달라졌다

지난겨울 강원도 한 글램핑장에 갔을 때, 예약 사진에는 넓은 바비큐 공간이 보였다. 막상 도착하니 바람막이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왔고 테이블도 생각보다 작았다. 그날 저녁에 스테이크와 구운 채소를 차례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고기 한 판 굽는 동안 손이 얼어서 메뉴를 줄였다. 겨울 캠핑 음식은 맛보다 먼저 현장 조건에 맞아야 한다는 걸 그때 다시 느꼈다.

겨울엔 조리 시간부터 계산하게 된다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며 느낀 건, 같은 바비큐장이라도 겨울에는 쓰임새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지붕이 있다고 따뜻한 건 아니다. 바람을 막는 벽이 있는지, 조리대와 식탁이 떨어져 있는지, 실내에서 재료 손질이 가능한지가 훨씬 중요했다. 사진에 난로가 보여도 실제 이용 시간이나 추가 비용은 예약 전에 확인해야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저는 겨울 메뉴를 고를 때 ‘밖에서 몇 분이나 서 있어야 하나’를 먼저 본다. 꼬치를 여러 번 뒤집거나 재료를 하나씩 굽는 음식은 보기에는 근사해도 손이 많이 간다. 반면 집에서 손질한 재료를 냄비에 넣고 끓이는 음식은 현장에서 할 일이 적다. 도착 시간이 늦거나 바람이 강한 날일수록 이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숯불 바비큐가 목적이라면 고기 종류도 욕심내지 않는 편이다. 두 사람이 먹을 때는 고기 한 종류와 바로 올릴 수 있는 버섯 정도면 충분했던 적이 많다. 소시지, 새우, 채소까지 잔뜩 꺼내면 첫 접시는 즐겁지만 마지막 접시는 식은 채 남기 쉽다. 특히 야외 테이블에서는 구운 음식이 예상보다 빨리 차가워진다.

제가 가장 자주 챙기는 건 뜨거운 국물이다

한겨울에는 구이보다 국물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가장 편했던 조합은 미리 손질한 대파와 버섯, 얇게 썬 고기, 육수를 따로 챙긴 전골이었다. 숙소에 도착해 냄비 하나만 꺼내면 되니 짐을 풀고도 저녁 준비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채소는 씻어서 물기를 빼 두고, 국물 재료는 새지 않는 용기에 담아 가면 현장 싱크대가 좁아도 덜 불편하다.

얼큰한 음식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아이와 함께 갔을 때는 맵지 않은 어묵탕에 우동 사리를 따로 넣는 쪽이 반응이 좋았다. 사리를 처음부터 넣으면 국물을 금방 먹어 치워 나중에 데워 먹기 어려웠다. 성인끼리라면 김치찌개도 편한데, 숙소 냄비 크기를 모를 때는 재료를 과하게 가져가지 않는 게 낫다.

따뜻한 음식이라도 조리 장소는 꼭 구분한다. 실내 취사가 허용되지 않는 숙소도 있고, 숯이나 화로를 객실 안으로 옮기는 건 위험하다. 겨울에 밖이 춥다고 조리 기구를 안으로 들이는 대신, 예약할 때 객실 취사 가능 여부와 바비큐장 운영 방식을 확인해 메뉴를 맞추는 편이 안전하고 덜 번거롭다.

광고

근사한 한 끼보다 덜 남는 한 끼가 좋았다

예전에는 여행 기분을 내려고 장을 많이 봤다. 그런데 숙소 냉장고가 작거나 조리 도구가 부족하면 남은 식재료를 처리하는 일이 다음 날 일정까지 따라왔다. 지금은 저녁 한 끼에 쓸 양만 먼저 정하고, 부족할 것 같을 때 즉석밥이나 빵처럼 보관이 쉬운 음식을 더한다. 생고기를 넉넉히 사 가는 것보다 마음이 편했다.

두 사람이 하룻밤 묵을 때 제가 자주 고르는 구성은 국물 요리 하나, 바로 먹을 수 있는 반찬 하나, 밥이나 면 한 가지다. 바비큐를 신청했다면 국물은 조리가 간단한 어묵탕 정도로 줄인다. 메뉴가 두세 개를 넘는 순간 설거지도 늘어난다. 숙소 여행에서 저녁 준비에 한 시간을 다 쓰고 나면 풍경을 볼 여유가 없다는 걸 여러 번 겪었다.

  • 밀키트는 내용물과 필요한 물의 양을 출발 전에 확인한다. 냄비가 작으면 한 번에 조리하기 어렵다.
  • 냉장 재료는 이동 중에도 차갑게 보관하고, 도착하면 바로 냉장고에 넣는다.
  • 양념은 작은 용기에 나눠 담는다. 큰 병을 여러 개 가져가면 쓰는 양보다 짐이 더 많아진다.

밀키트도 무조건 편하지는 않았다. 어떤 제품은 손질은 끝나 있지만 냄비가 두 개 필요했고, 어떤 제품은 물만 부으면 돼서 정말 간단했다. 포장 앞면의 완성 사진보다 뒷면 조리 순서를 먼저 보는 이유다. 주방 사진이 잘 나온 숙소라도 실제로는 칼 한 자루와 작은 냄비 하나가 전부인 경우가 있다.

아침 메뉴는 전날 밤에 이미 결정된다

겨울 아침에는 전날보다 움직이기가 더 싫다. 퇴실 시간은 다가오는데 냄비를 다시 꺼내면 씻고 말릴 일까지 생긴다. 그래서 아침에는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는 수프나 컵국, 전날 남기지 않고 따로 챙긴 빵과 과일을 먹는다. 커피를 마신다면 전기포트가 있는지 확인하고, 없을 때를 대비해 음료 한 병을 준비한다.

남은 고기와 채소로 볶음밥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자주 실패했다. 밤사이 재료를 알맞게 보관해야 하고 아침에 다시 조리할 의욕도 있어야 한다. 다음 날 일정이 느긋하고 주방이 잘 갖춰진 숙소라면 괜찮지만, 이른 퇴실이라면 처음부터 저녁 음식을 남기지 않는 편이 현실적이다.

제가 겨울 캠핑 음식을 고를 때 결국 보는 건 화려한 메뉴 사진보다 조리 장소, 바람, 냄비 크기, 퇴실 시간이다. 따끈한 국물 한 냄비와 적당한 양의 식사가 준비되면 추운 밤에도 밖에서 보낸 시간이 피곤한 노동으로 남지 않는다. 숙소에서 먹는 저녁은 잘 차린 상보다 편하게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었던 순간이 더 선명하게 기억난다.

겨울 캠핑 음식 직접 챙겨가니 저녁이 달라졌다 - 요약
광고

댓글 0

평가를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모두 ID로 로그인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