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시금치나물을 무치면 같은 재료를 써도 어떤 접시는 싱겁고, 어떤 접시는 질겨요. 차이는 대개 데치는 시간과 짜낸 물의 양에 있습니다. 시금치 300g 한 봉지를 기준으로, 냄비에 넣는 순간부터 간을 맞추는 순서까지 적어볼게요.
시금치 300g에 맞는 재료와 손질
시금치 300g은 손질하고 데치면 보통 2~3인분 반찬이 됩니다. 양념은 국간장 2작은술(10ml), 참기름 1작은술(5ml), 다진 마늘 1/2작은술(약 2g), 깨 1작은술이면 시작하기 좋아요. 데칠 물 1.5L와 소금 1/2작은술도 준비합니다. 마지막 간을 볼 때 쓸 소금은 따로 조금만 꺼내 두세요.
시금치를 뿌리째 샀다면 뿌리 끝의 흙 묻은 부분만 얇게 잘라내고, 굵은 밑동은 십자로 칼집을 넣습니다. 밑동을 통째로 잘라버리면 잎이 흩어져 씻기도 데치기도 불편해요. 누렇게 변했거나 물러진 잎은 떼어냅니다. 찬물에 담갔다가 줄기 사이를 벌려 흔들어 씻고, 물을 갈아 두세 번 헹구면 숨어 있던 흙이 잘 빠집니다.
국간장이 없다면 진간장 1작은술(5ml)과 소금 한 꼬집으로 시작하세요. 진간장만 2작은술 넣으면 색이 진해지고 단맛이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써도 되지만 향이 강하니 1작은술부터 넣는 게 좋습니다. 마늘 향을 싫어한다면 마늘은 빼도 됩니다. 반 봉지인 150g을 무친다면 양념도 먼저 절반만 넣고 간을 보세요.
끓는 물에 밑동부터 데치기
넓은 냄비에 물 1.5L를 넣고 센 불로 팔팔 끓입니다. 소금 1/2작은술을 넣은 뒤 시금치를 한꺼번에 꽉 눌러 담지 말고 두 번에 나눠 데치세요. 물이 적거나 시금치를 많이 넣으면 끓는 기운이 뚝 떨어집니다. 그러면 짧게 데치려 해도 익는 시간이 들쭉날쭉해져요.
한 줌씩 잡아 밑동을 먼저 끓는 물에 15초 정도 담그고, 이어 잎까지 잠기게 넣어 25~35초 더 데칩니다. 얇고 어린 시금치는 총 35~45초, 줄기가 굵은 시금치는 50~60초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세요. 시간보다 믿을 만한 신호는 줄기가 부드럽게 휘어지면서도 잎이 선명한 초록색일 때입니다. 젓가락으로 뒤집어 잎이 고르게 잠기게 하고 바로 건져냅니다.
건진 시금치는 찬물에 넣어 열을 멈춘 뒤 한두 번 헹굽니다. 여기서 오래 담가두면 맛이 흐려져요. 물에서 꺼내 밑동 쪽을 가지런히 모으고 손바닥으로 눌러 짭니다. 손목에 힘을 줘 비틀어 짜면 줄기가 뭉개지고 나물이 퍽퍽해집니다. 손으로 잡았을 때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지 않되 촉촉함은 남아 있는 정도가 좋습니다. 너무 긴 줄기는 이때 4~5cm 길이로 한두 번 잘라주세요.
양념은 풀어 넣고 마지막에 간 맞추기
짠 시금치를 먼저 손끝으로 가볍게 풀어줍니다. 덩어리째 양념을 넣으면 겉에만 간이 묻고 속은 맹맛이 나요. 볼에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먼저 섞어 시금치에 고루 뿌린 다음,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듯 무칩니다. 그 뒤 참기름과 깨를 넣어 두세 번만 더 섞으세요. 마늘과 간을 먼저 퍼뜨리고 기름을 나중에 넣으면 양념이 한곳에 몰리지 않습니다.
한 줄기를 집어 줄기와 잎을 함께 먹어보고 간을 판단합니다. 싱거우면 소금을 한 꼬집씩 넣고 다시 섞으세요. 처음부터 국간장을 많이 부으면 나물 색이 어두워지고 짠맛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단계에서 꼭 한 번 멈춥니다. 무친 직후보다 접시에 담아 5분쯤 두었을 때 줄기에서 물이 조금 나오기 때문이에요. 그때 한 번 더 맛보면 간을 지나치게 세게 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기가 많거나 질겨졌을 때
접시 바닥에 물이 고인다면 데친 뒤 물기를 덜 짠 경우가 많습니다. 나물을 체에 잠깐 받쳐 국물을 빼고, 손으로 한 번만 살짝 눌러주세요. 이미 양념한 나물을 세게 다시 짜면 간과 향이 함께 빠집니다. 물을 뺀 뒤 맛을 보고 국간장 몇 방울이나 소금 한 꼬집으로 간을 다시 맞추면 됩니다.
잎이 흐물흐물하다면 데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요. 그럴 때는 더 주무르지 말고 젓가락으로 가볍게 섞어 담습니다. 반대로 줄기가 질기면 굵은 밑동이 덜 익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양념 전이라면 밑동만 끓는 물에 10~15초 더 담갔다 꺼내세요. 양념까지 마쳤다면 짧게 썰어 식감을 고르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시금치나물은 시간이 지나면 물이 생기므로 먹을 만큼씩 무치는 게 가장 편합니다. 남은 것은 밀폐 용기에 담아 바로 냉장하고, 가능하면 다음 날 안에 드세요. 제가 처음 주방에서 자주 하던 실수는 더 맛있게 만들겠다며 양념을 늘리는 것이었어요. 시금치는 물기만 알맞게 잡고 간을 조금씩 더할 때, 재료 맛이 가장 또렷하게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