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네일을 받으러 온 손님이 손끝에 올릴 베이지를 고르다가 거울 속 새치를 가리켰어요. “머리도 이 색처럼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는데, 무슨 색이 나을까요?” 네일숍에서 8년째 손님과 색을 고르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꽤 자주 나와요. 저는 헤어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그날 함께 이야기한 기준은 분명했어요. 새치를 얼마나 가리고 싶은지, 자라난 뿌리를 얼마나 자주 손볼 수 있는지부터 생각하는 거였죠.
처음 고른다면 자연 갈색이 편안해요
새치 염색 컬러 추천을 부탁받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자연 갈색이에요. 원래 머리가 검은 편이라면 너무 밝지도, 먹색처럼 어둡지도 않은 4~5레벨 안팎의 브라운을 헤어 디자이너와 상의해볼 만해요. 다만 레벨 표기는 브랜드마다 다르고, 같은 염색약도 기존 머리색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검정에 가까운 색은 염색 직후 새치가 또렷하게 가려진 듯 보여요. 그런데 흰 뿌리가 조금만 자라도 경계가 선명해질 수 있어요. 반대로 처음부터 밝은 갈색을 고르면 새치와의 색 차이는 덜해 보여도, 기존의 어두운 머리까지 고르게 밝히기는 쉽지 않죠. 지난달 손님 한 분도 늘 짙은 흑갈색으로 염색하다가 뿌리가 금세 눈에 띈다며 한 톤 부드러운 갈색을 고민했어요. 이런 경우에는 현재 염색된 길이와 새 뿌리를 함께 봐야 색이 따로 놀지 않아요.
초콜릿 브라운과 애시 브라운은 분위기가 달라요
얼굴이 조금 더 따뜻하고 부드러워 보이길 원한다면 초콜릿 브라운이 좋아요. 붉은 기가 강한 밤색보다는 은은한 갈색 쪽이 일상에서 부담이 적고, 새치가 섞인 어두운 머리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이에요. 골드 브라운은 빛을 받았을 때 한결 가벼워 보여요. 다만 기존 모발이 많이 어둡다면 사진 속 밝기를 염색 한 번으로 그대로 얻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붉거나 주황빛으로 빠지는 색이 싫다면 애시 브라운이나 차분한 베이지 브라운을 떠올릴 수 있어요. 근데 ‘애시’라는 이름만 보고 고르면 예상보다 탁하거나 어둡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웰라 프로페셔널스도 새치 색을 고를 때 원래 머리색과 원하는 커버 정도를 함께 보라고 안내해요. 차가운 색감을 원하면서 흰머리는 확실히 가리고 싶다면, 미용실에서 자연색을 섞어야 할지 먼저 물어보는 게 좋겠어요.
새치가 몇 가닥인지에 따라 방법도 바뀌어요
가르마에 듬성듬성 보이는 정도라면 모든 머리를 진하게 덮을 필요는 없을 수 있어요. 기존 머리와 가까운 색으로 새치를 부드럽게 섞으면 자랄 때 경계가 덜 도드라져 보이죠. 반면 관자놀이나 앞머리에 흰머리가 모여 있고 촘촘한 커버를 원한다면, 반영구 색상과 영구 염색 중 무엇이 맞는지 상담받는 편이 정확해요. 제품에 따라 새치를 섞어 보이게 하는 정도와 완전히 가리는 정도가 다르거든요.
밝은 베이지나 하이라이트도 선택지예요. 새치가 여러 곳에 퍼져 있다면 밝고 어두운 가닥을 섞어 흰머리가 덜 눈에 띄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탈색이나 반복 시술이 필요한 디자인이라면 모발 상태와 관리 시간을 먼저 생각해야 해요. 손톱에서도 표면이 약한 날엔 색보다 유지력을 먼저 보듯, 머리도 원하는 사진 한 장만으로 색을 결정하기엔 살펴볼 게 많아요.
집에서 염색할 때는 색보다 두피를 먼저 봐요
셀프 염색이라면 상자에 적힌 색 이름보다 현재 머리 상태를 먼저 확인하세요. 이전에 짙은 색으로 염색한 길이, 새로 자란 뿌리, 흰머리는 같은 약을 발라도 결과가 다를 수 있어요. 특히 밝은 색으로 바꾸고 싶어도 이미 어둡게 염색한 부분은 기대처럼 밝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때는 무리해서 여러 번 덧바르기보다 헤어 디자이너에게 현재 색과 염색 이력을 보여주는 편이 안전해요.
염색 전에는 제품 설명서의 피부 반응 확인 방법과 사용 시간을 지켜주세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늘 쓰던 염색약이라도 사용 전 피부 반응을 확인하도록 안내합니다. 예전에 염색 후 가려움이나 부종이 있었다면 다시 사용하기 전에 의료진과 상의해야 하고요.
손님과 색을 고를 때 제가 좋아하는 건 거울을 볼 때 편안한 색이에요. 새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몇 주 뒤 자라난 모습까지 마음에 들 색이라면, 화려한 사진 속 색보다 훨씬 오래 손이 가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