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두부조림을 만들다 보면 같은 양념을 써도 누군가는 촉촉하고, 누군가는 바닥이 타요. 제가 아버지의 집밥을 떠올리며 만드는 두부조림도 양념보다 불 세기와 물 양이 맛을 가릅니다. 두부를 먼저 살짝 굽고, 양념물은 팬 가장자리로 부은 뒤 천천히 졸입니다. 그러면 두부는 잘 부서지지 않고 속까지 간이 배어요.
두부 한 모에 맞는 재료와 양념
2인분 기준으로 두부 1모 300g, 양파 1/2개 80g, 대파 1/2대 30g, 식용유 1큰술 15ml를 준비합니다. 양념은 진간장 2큰술 30ml, 고춧가루 1큰술 약 7g, 다진 마늘 1작은술 5g, 설탕 1작은술 4g, 물 150ml예요. 계량스푼이 없으면 밥숟가락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숟가락마다 크기가 달라 간장을 먼저 조금 덜 넣고 마지막에 간을 맞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양파나 대파가 없어도 두부와 양념만으로 만들 수 있어요. 양파를 빼면 단맛이 줄어드니 설탕을 1/2작은술 정도 더하고, 대파를 빼면 마지막에 참기름 몇 방울을 넣어 향을 보탭니다. 고춧가루가 없으면 빼고 간장조림으로 만들어도 괜찮아요. 이때 물은 그대로 150ml를 넣으세요. 색이 연하다고 간장을 더 부으면 식은 뒤 지나치게 짜집니다.
두부가 500g짜리라면 양념과 물을 모두 1.5배로 늘리면 됩니다. 반대로 반 모 150g만 쓴다면 양념과 물을 절반으로 줄이고 작은 팬을 고르세요. 큰 팬에 물 75ml만 넣으면 두부가 익기도 전에 물이 날아갑니다. 팬 크기도 물 양만큼 중요합니다.
두부를 먼저 굽는 이유
두부는 1.5cm 두께로 썰어 키친타월 위에 10분 놓습니다. 표면의 물기만 닦으면 돼요. 눌러서 물을 짜면 두부가 갈라집니다. 양파는 0.5cm 폭으로, 대파는 어슷하게 썰고 양념 재료와 물은 작은 그릇에 미리 섞어 둡니다. 팬에 두부를 올린 뒤 양념을 하나씩 찾기 시작하면 그 사이에 바닥이 타기 쉬워요.
지름 24cm 안팎의 팬을 중불로 1분 데우고 식용유를 두릅니다. 두부를 겹치지 않게 놓아 한쪽 면을 약 2분 굽고, 뒤집어서 1분 더 굽습니다. 진한 갈색이 날 때까지 굽는 과정은 아니에요. 겉면이 살짝 단단해질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짧은 굽기 덕분에 뒤에서 양념을 끼얹을 때 모서리가 덜 무너집니다.
제가 주방에서 처음 두부조림을 맡았을 때는 빨리 색을 내려고 센 불에 구웠어요. 겉은 바삭해졌지만 양념을 넣자마자 바닥이 눌어붙었죠. 팬에 남은 기름과 양념이 함께 끓기 때문에 처음부터 불을 세게 쓸 이유가 없습니다. 두부를 뒤집을 때도 젓가락으로 집기보다 넓은 뒤집개를 아래까지 넣는 게 편합니다.
양념물을 붓고 불을 바꾸는 순서
구운 두부 사이에 양파를 넣고 섞어 둔 양념물을 팬 가장자리로 천천히 붓습니다. 두부 위에 고춧가루가 한꺼번에 쌓이면 그 부분만 짜거나 텁텁할 수 있어요. 양념이 끓어오를 때까지 중강불로 약 2분 두고, 가장자리에서 기포가 꾸준히 올라오면 중약불로 낮춥니다.
이제 뚜껑을 덮고 5분 익힙니다. 양파에서 수분이 나오고 두부도 데워지는 시간이에요. 뚜껑을 열어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두부 위에 두세 번 끼얹고, 대파를 넣어 2~3분 더 졸입니다. 두부를 여러 번 뒤집을 필요는 없어요. 국물이 팬 바닥에 3~4큰술 남았을 때 불을 끄면 밥에 얹어 먹기에도 좋습니다.
간은 불을 끄기 직전에 국물로 확인하세요. 끓는 중에는 물이 계속 줄어드니 초반 맛만 보고 간장을 보태면 짜지기 쉽습니다. 먹기 직전 싱겁다면 간장 1작은술 5ml를 넣고 30초만 더 끓입니다. 양념이 식으면서 맛이 조금 또렷해지니, 뜨거울 때 약간 순하다 싶은 정도가 편안합니다.
짜거나 탔을 때는 이렇게 수습해요
국물이 너무 빨리 줄었다면 먼저 불을 약하게 낮추고 물 2큰술 30ml를 팬 가장자리로 넣습니다. 한꺼번에 많이 부으면 조림이 아니라 국처럼 되니 30ml씩 추가하세요. 두부 윗면이 희다고 오래 끓일 필요도 없습니다. 남은 국물을 끼얹고 불을 끈 뒤 2분 놓아두면 윗면에도 맛이 묻습니다.
이미 짜졌다면 물 50ml와 양파 한 줌을 넣고 약불로 2분 더 끓여 보세요. 물만 붓고 바로 먹으면 국물만 묽고 두부는 여전히 짤 수 있습니다. 양파가 없다면 두부 반 모를 추가해 함께 데우는 방법도 있어요. 단맛을 더해 짠맛을 가리기보다 전체 양을 늘리는 쪽이 맛이 덜 흐트러집니다.
바닥에서 탄 냄새가 올라오면 팬을 긁지 말고 불부터 끕니다. 위쪽 두부와 멀쩡한 국물만 새 팬으로 옮기고 물 2~3큰술을 더해 약불에서 잠깐 데우세요. 검게 붙은 부분까지 섞으면 쓴맛이 퍼집니다. 다음번에는 양념물이 끓기 시작하는 순간 불을 낮추고, 팬이 넓다면 물을 20~30ml 더 잡으면 됩니다.
남은 두부조림은 완전히 식힌 뒤 뚜껑 있는 용기에 담아 냉장하고, 2일 안에 먹는 편이에요. 다시 데울 때는 물 1~2큰술을 넣고 약불로 데우면 국물이 덜 졸아듭니다. 아버지의 집밥 같은 반찬은 재료를 빠짐없이 갖췄을 때보다, 있는 두부 한 모를 서두르지 않고 익혔을 때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