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책상 서랍에서 예전에 적어둔 아이디어 메모를 찾았다. 그때는 꽤 마음에 들었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 그대로 넣어둔 종이였다. 마침 공모전 공고를 보다가 ‘이런 아이디어도 낼 수 있나?’ 싶어 끝까지 제출해 봤다. 막상 해보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일보다 공고를 읽고, 형식을 맞추고, 제출 버튼을 누르는 일이 더 손이 많이 갔다.
주제보다 먼저 참가 자격을 봤다
처음에는 제목이 재미있어 보이는 공모전을 몇 개 저장했다. 그런데 자세히 읽으니 학생만 참가할 수 있거나, 특정 지역 거주자만 받는 경우가 있었다. 관심이 생긴 뒤에 자격이 안 된다는 걸 알면 괜히 아쉽다. 그다음부터는 공고를 열자마자 참가 대상, 개인·팀 참가 가능 여부, 제출 마감 시간을 먼저 확인했다.
마감일도 날짜만 보면 부족했다. ‘금요일까지’라고 기억했다가 접수가 오후 5시에 닫히면 퇴근 후에는 낼 수 없다. 나는 마감 날짜와 시간을 휴대전화 달력에 적고, 그보다 이틀 앞선 날을 개인 마감으로 잡았다. 파일을 다시 열어보고 제출 화면에서 빠진 항목을 채우려면 그 정도 여유는 있어야 했다.
괜찮은 아이디어보다 공고에 맞는 아이디어
내 메모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공모전의 주제는 생각보다 좁았다. 생활 속 불편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받는 공고인데, 배경 이야기만 길게 쓰면 읽는 사람이 제안을 찾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메모를 세 문장으로 줄였다. 어떤 불편이 있는지, 누구에게 필요한지, 실제로 어떻게 쓸 수 있는지였다.
예를 들어 ‘분리배출을 쉽게 만들자’는 말은 너무 넓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헷갈리기 쉬운 품목을 사진으로 표시하고, 관리실이 자주 바뀌는 안내만 교체할 수 있게 하자’처럼 장면이 보여야 쓰는 쪽에서도 설명하기 편했다. 아이디어가 대단해 보이게 꾸미는 것보다, 공고에 적힌 심사 항목에 맞춰 빠진 설명을 채우는 데 시간이 더 들었다.
이때 공고의 예시 작품이나 지난 수상작을 볼 수 있다면 형식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만 내용을 따라 쓰지는 않았다. 내가 겪은 불편과 해결 방법을 내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제출한 뒤에도 마음이 편했다.
제출 직전에 가장 많이 고친 건 파일이었다
원고를 다 쓰고도 바로 내지 못했다. 지정된 파일 형식이 있었고, 파일 이름에 넣어야 할 정보도 따로 적혀 있었다. 신청서와 작품 파일을 각각 올리는 방식이라 하나라도 빠뜨리면 곤란했다. 나는 공고에서 제출과 관련된 문장만 다시 읽으며 아래 항목을 확인했다.
- 참가 자격과 팀원 정보가 맞는지
- 분량, 파일 형식, 파일 이름이 요구 사항과 맞는지
- 신청서와 작품 파일을 모두 첨부했는지
- 개인정보 수집 동의와 저작물 이용 조건을 읽었는지
- 제출 완료 화면이나 접수 확인 메일이 남았는지
특히 저작물 이용 조건은 대충 넘기기 어려웠다. 공모전마다 수상작 공개, 수정, 활용에 관한 문구가 다를 수 있어서 내 작업물을 어디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읽어봤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있다면 주최 측에 문의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상금만 보고 고르던 때에는 놓치기 쉬운 부분이었다.
제출하고 나서야 알게 된 작은 요령
제출 버튼을 누른 뒤에는 파일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화면에 ‘접수 완료’가 뜬 것을 보고 안심했지만,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접수 번호도 메모했다. 결과 발표일은 달력에 넣어뒀다. 기다리는 동안 계속 접수 페이지를 열어보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
이번에 낸 공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도 서랍 속 메모 하나를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제안으로 바꿨다는 점은 남았다. 다음에는 공고를 보자마자 아이디어부터 떠올리기보다, 내가 참가할 수 있는지와 실제로 제출할 수 있는 형식인지 먼저 볼 것 같다. 그 순서만 바꿔도 시작할 때의 막막함이 꽤 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