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거실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는 친구 집에 갔는데, 가구를 바꾸기 전에 벽 한 면부터 손보자고 했다. 소파 뒤 벽의 손자국과 못 자국만 없애도 방이 꽤 달라 보인다. 다만 페인트를 바르는 시간보다 벽을 확인하고 가리는 시간이 더 길었다. 제가 직접 해온 작업도 늘 그랬다.
처음 하는 인테리어라면 방 전체보다 벽 한 면이 낫다. 작업 범위가 작아 준비물과 시간을 계산하기 쉽고, 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다시 칠할 부담이 덜하다. 여기서는 도배지나 타일이 아닌, 상태가 괜찮은 실내 페인트 벽을 기준으로 잡겠다.
칠할 수 있는 벽인지 먼저 확인한다
손바닥으로 벽을 문질렀을 때 가루가 묻거나 페인트가 들뜨면 바로 덧칠하지 않는다. 젖은 자국, 곰팡이, 반복해서 생기는 얼룩도 마찬가지다. 물이 새는 곳이라면 원인을 먼저 잡아야 한다. 누수나 넓게 번진 곰팡이는 페인트 한 통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상태를 보여주는 편이 맞다.
멀쩡해 보이는 벽도 조명에 따라 얼룩이 드러난다. 낮에는 창가에서, 밤에는 평소 켜는 조명 아래에서 확인한다. 벽 전체가 아니라 가로 3m, 높이 2.3m인 소파 뒤 벽 한 면을 칠한다고 가정하면 면적은 약 6.9㎡다. 문과 창문이 없다면 이 숫자를 기준으로 페인트 양과 가릴 범위를 잡을 수 있다.
기존 벽지가 붙어 있다면 이 작업과 구분해야 한다. 벽지의 이음매가 벌어지거나 표면이 들뜬 상태에서 칠하면 페인트가 마르면서 경계가 더 눈에 띌 수 있다. 벽지 위에 칠하고 싶다면 먼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시험 칠을 하고, 벽지와 페인트 제품의 권장 방법을 확인한다.
재료비는 페인트보다 보양비까지 계산한다
제가 이런 크기의 벽을 계획할 때 잡는 예산은 대략 10만 원 안팎이다. 계산용으로 페인트 2L에 4만 원, 프라이머 2만 원, 롤러·트레이·붓 2만 원, 마스킹테이프와 바닥 보양재 1만 원, 퍼티와 사포 1만 원을 넣는다. 실제 구매액은 벽 상태, 브랜드, 집에 이미 있는 도구에 따라 달라진다. 벽을 닦는 천과 작업용 장갑도 빠뜨리지 않는다.
페인트 양은 제품 용기에 적힌 1회 도포 면적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위 벽을 두 번 칠하면 필요한 도포 면적은 13.8㎡다. 흡수가 많은 벽이나 진한 색 위에 밝은 색을 올릴 때는 더 들 수 있으니, 계산값에 조금 여유를 둔다. 색만 보고 큰 통부터 사면 남은 페인트를 보관하는 일이 더 골치 아프다.
롤러와 붓은 이 정도 작업이라면 사는 편이 편하다. 사다리는 집에 없으면 빌릴 수 있는지 먼저 알아본다. 의자를 포개 올라가는 건 절대 권하지 않는다. 천장이 높아 안정적인 발판으로도 손이 닿지 않거나, 벽을 넓게 보수해야 한다면 사람을 부르는 쪽이 안전하고 결과도 일정하다.
준비에 반나절을 쓰면 칠하는 동안 덜 멈춘다
소파는 벽에서 충분히 떼고, 바닥 보양재를 벽 아래에서 작업 동선까지 넓게 깐다. 걸레받이와 옆 벽, 창틀에는 마스킹테이프를 붙인다. 콘센트 주변도 외부를 조심스럽게 가리되, 전기 부품을 열거나 배선을 만지지는 않는다. 페인트가 흘러 들어갈 것 같으면 그 부분은 손대지 않는 게 낫다.
벽의 먼지와 기름기를 닦고 완전히 말린 뒤 못 자국을 퍼티로 메운다. 퍼티가 마르는 시간은 제품마다 다르다. 충분히 마른 다음에만 튀어나온 부분을 가볍게 다듬고, 생긴 가루를 다시 닦는다. 기존 벽과 보수한 자리가 유난히 다르게 페인트를 빨아들인다면 그 부분에 프라이머가 필요하다. 넓게 칠하기 전에 작은 면적에서 마른 뒤 색과 접착 상태를 보는 게 좋다.
친구 집 벽 한 면은 가구 이동과 보양에 약 2시간, 벽 닦기와 흠집 보수에 1시간 남짓 썼다. 퍼티와 페인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넣으니 당일 저녁에 가구를 제자리로 밀어 넣을 일정은 무리였다. 초보라면 주말 이틀을 비워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얇게 두 번 칠하고 마른 뒤 판단한다
작은 붓으로 모서리와 걸레받이 가까운 곳을 먼저 칠하고, 넓은 면은 롤러로 이어 간다. 롤러에 페인트를 너무 많이 묻히면 바닥에 튀고 벽에는 흐른 자국이 남는다. 트레이에서 한 번 고르게 굴린 뒤 일정한 폭으로 겹쳐 칠한다. 한 군데가 얼룩져 보여도 젖은 페인트를 계속 문지르면 표면만 거칠어질 수 있다.
첫 번째 칠이 마른 다음 두 번째 칠을 한다. 다시 칠할 수 있는 간격과 환기 방법은 사용하는 제품의 표시를 따른다. 창문을 열어 공기를 통하게 하고, 아이나 반려동물이 작업 구역에 들어오지 않게 한다. 테이프는 페인트가 굳어 가장자리가 찢어지기 전에 천천히 떼되, 제품의 건조 상태를 확인하며 작업한다.
가장 흔한 실수는 덜 마른 부분을 얼룩이라고 생각해 계속 덧바르는 것이다. 벽은 젖었을 때와 마른 뒤 색이 다르게 보인다. 다음 날 낮과 밤에 한 번씩 보고, 그때도 비어 보이는 부분만 작은 롤러로 손본다. 가구를 벽에 바짝 붙이는 것도 제품에 적힌 건조 시간이 지난 뒤로 미룬다.
벽 한 면을 바꾸고 나면 조명이나 쿠션을 당장 새로 살 필요가 없을 때도 있다. 저는 먼저 원래 쓰던 물건을 제자리에 놓고 며칠 살아본다. 그 작은 기다림까지 포함해야 돈과 시간을 덜 쓰는 인테리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