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멸치볶음을 만들면 같은 재료를 써도 결과가 꽤 달라요. 어떤 분은 바삭하게 볶고, 어떤 분은 식자마자 한 덩어리로 굳죠. 제가 주방에서 여러 번 겪어 보니 차이는 대개 멸치를 먼저 말렸는지, 양념에 물을 얼마나 넣었는지, 단맛을 언제 넣었는지에 있었습니다. 알토란멸치볶음을 찾는 분도 집에서는 이 세 가지부터 잡으면 훨씬 수월합니다.
잔멸치 100g에 맞춘 재료와 계량
이 양이면 작은 반찬통 하나 정도 나옵니다. 밥숟가락은 집집마다 크기가 달라서 처음에는 계량스푼을 쓰는 편이 좋아요. 여기서 큰술은 15ml, 작은술은 5ml입니다.
- 잔멸치 100g, 편으로 썬 마늘 4쪽, 청양고추 1개
- 식용유 1과 1/2큰술, 양조간장 1작은술, 맛술 1큰술, 물 1큰술
- 설탕 1작은술, 올리고당 1큰술, 통깨 1작은술
마늘이나 청양고추가 없으면 빼도 됩니다. 견과류를 넣고 싶다면 잘게 부순 아몬드나 호두 2큰술을 준비하세요. 견과류는 멸치와 함께 오래 볶으면 쉽게 타니 마지막에 넣겠습니다. 멸치는 제품마다 염도가 달라요. 한두 마리 먹어 봤을 때 이미 짜다면 간장은 반 작은술로 줄이고, 아주 짜다면 아예 빼세요. 간장을 많이 넣어 짠맛을 맞추기보다 멸치 자체의 맛을 먼저 확인하는 게 정확합니다.
멸치를 먼저 볶아야 눅눅해지지 않아요
멸치를 체에 넣고 가볍게 흔들어 부스러기를 털어냅니다. 물로 씻지는 마세요. 씻은 멸치는 속까지 젖어서 짧은 시간에 바삭하게 만들기 어렵습니다. 멸치가 유난히 크면 머리나 내장을 손질해도 좋지만, 잔멸치는 보통 그대로 써도 괜찮아요.
마른 팬을 중약불로 30초쯤 데운 뒤 멸치를 넣습니다. 기름을 넣지 않은 채 2~3분 동안 계속 저어 주세요. 손을 팬 위로 가까이 가져갔을 때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되, 멸치가 금세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정도의 불입니다. 멸치가 가볍게 움직이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면 넓은 접시로 덜어 2분쯤 식힙니다. 팬에 그대로 두면 남은 열 때문에 색이 더 진해져요.
여기서 제가 처음 많이 했던 실수가 불을 세게 올리는 것이었어요. 빨리 수분을 날리려다가 겉만 타고 쓴맛이 남았습니다. 특히 작은 멸치는 색이 변하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라, 시간보다 냄새와 색을 함께 보는 게 낫습니다. 멸치가 노릇해지기 전에 불에서 내린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양념을 먼저 끓이고 불을 끈 뒤 버무립니다
멸치를 덜어 낸 팬에 검게 탄 부스러기가 있으면 키친타월로 닦습니다. 식용유와 마늘을 넣고 약불에서 40초~1분 볶아 향을 냅니다. 마늘 가장자리가 연한 노란색이 되면 청양고추를 넣고 10초만 더 볶으세요. 마늘이 갈색이 되면 볶음 전체에 쓴맛이 퍼질 수 있습니다.
간장, 맛술, 물, 설탕을 미리 한 그릇에 섞어 팬에 붓습니다. 중약불에서 20~30초, 설탕이 녹고 양념이 작은 거품을 낼 때까지만 끓입니다. 물 1큰술은 양념이 팬 바닥에서 바로 타지 않게 해 주고, 멸치 전체에 간이 얇게 퍼지도록 돕습니다. 그렇다고 물을 더 넣으면 멸치가 양념을 머금어 눅눅해져요.
이제 불을 끄고 볶아 둔 멸치를 넣어 30초 정도 뒤집으며 버무립니다. 올리고당과 통깨는 그다음 넣고 한 번 더 섞으세요. 견과류도 이때 넣으면 됩니다. 뜨거운 팬에서 올리고당을 오래 끓이면 식은 뒤 서로 달라붙기 쉬워요. 그래서 단맛의 일부는 설탕으로 양념에 녹이고, 윤기를 내는 올리고당은 불을 끈 뒤 넣습니다. 저는 이 순서를 바꿨다가 반찬통에서 멸치를 덩어리째 꺼낸 적이 있습니다.
딱딱하거나 눅눅해졌을 때 살리는 법
식었을 때 너무 딱딱하다면 팬에 다시 불을 켜지 말고, 물 1작은술과 올리고당 반 작은술을 섞어 멸치에 조금씩 묻혀 보세요. 한꺼번에 붓지 말고 두세 번 나눠 섞어야 젖은 부분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미 심하게 탄 경우에는 단맛을 더해도 쓴맛이 없어지지 않으니 탄 멸치와 부스러기를 골라내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양념이 많아 눅눅하다면 넓은 팬에 멸치를 펼치고 아주 약한 불에서 20~30초만 뒤집어 주세요. 바로 접시에 옮겨 완전히 식히면 남은 김이 빠집니다. 멸치볶음을 따뜻할 때 뚜껑 덮어 담으면 수증기가 다시 반찬으로 떨어져요. 충분히 식힌 다음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먹을 만큼씩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멸치 양이 50g이라면 양념도 모두 절반으로 줄이세요. 다만 팬이 넓으면 소량의 양념이 더 빨리 졸기 때문에 끓이는 시간은 10~15초부터 살펴야 합니다. 멸치볶음은 복잡한 재료보다 팬에 머무는 시간이 맛을 좌우하더라고요. 멸치를 먼저 가볍게 말리고, 양념은 짧게 끓이고, 올리고당은 불을 끈 뒤 넣으면 집에서도 먹기 좋은 한 접시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