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교실에서 찜닭을 만들면 닭보다 당면이 먼저 사라집니다. 그런데 집에서 다시 만들었다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면이 국물을 다 먹어버리거나, 감자가 익기도 전에 양념이 졸아버린 경우가 많아요. 안동 유진찜닭을 떠올리게 하는 푸짐한 감자와 당면을 집에서 만들 때도 재료를 넣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아래 계량은 식당의 양념 비법이 아니라 제가 집에서 쓰는 3~4인분 기준입니다.
닭 한 마리에 맞춰 재료를 계량해요
볶음탕용 닭 1kg, 감자 2개(약 300g), 양파 1개(약 180g), 당근 1/2개(약 100g), 대파 1대, 건당면 100g을 준비합니다. 매운맛을 내려면 건고추 2개나 청양고추 1~2개를 더하세요. 고추가 없으면 빼도 됩니다. 당근도 없다면 생략하고, 그만큼 감자를 100g 정도 늘려도 괜찮아요.
양념은 진간장 90ml(계량스푼 6큰술), 설탕 25g(약 2큰술), 올리고당 30ml(2큰술), 다진 마늘 25g(약 1과 1/2큰술), 후춧가루 약간입니다. 물은 처음에 550ml를 붓고, 조리 중 보충할 물 100ml를 따로 둡니다. 밥과 먹기 좋은 간으로 잡았어요. 간장마다 짠맛이 다르니 마지막에 맛을 보고 조절하면 됩니다.
닭이 500g이라면 재료와 양념을 모두 절반으로 줄이되, 물은 300ml부터 시작하세요. 작은 냄비에서는 물이 덜 증발합니다. 반대로 당면을 150g까지 늘릴 생각이라면 물 100ml를 추가로 준비해야 해요. 당면은 양념뿐 아니라 물도 꽤 많이 가져갑니다.
손질할 때 당면과 감자를 따로 챙겨요
당면은 찬물에 25~30분 담가 불립니다. 손으로 구부렸을 때 뻣뻣하게 꺾이지 않을 정도면 됩니다. 뜨거운 물에 오래 불리면 냄비에 넣고 금세 퍼지니 찬물이 다루기 편해요. 급하게 만들어야 한다면 미지근한 물에 15분 정도 불리고, 끓일 때는 1~2분 일찍 상태를 확인하세요.
감자는 3cm 안팎으로 큼직하게 썰고 당근은 그보다 조금 작게 썹니다. 양파는 6~8등분, 대파는 손가락 길이로 썰어요. 감자를 얇게 썰면 닭이 익는 동안 모서리가 부서져 국물이 탁해집니다. 닭은 씻으며 물을 튀기기보다 키친타월로 겉의 핏물을 눌러 닦고, 눈에 띄는 기름 덩어리만 떼어냅니다. 손질한 도마와 칼은 채소에 다시 쓰기 전에 씻어 주세요.
닭 냄새가 걱정된다면 끓는 물에 닭을 2분 데친 뒤 건져서 냄비를 새로 쓰면 됩니다. 이 과정은 선택이에요. 오래 데치면 닭의 맛도 빠지니 겉면 색이 바뀔 정도에서 멈춥니다. 저는 신선한 닭이면 데치지 않고 바로 끓이는 편입니다.
센 불로 끓이고 중불에서 감자를 익혀요
넓은 냄비에 닭, 물 550ml, 간장, 설탕, 올리고당, 마늘, 후추를 넣고 센 불로 끓입니다. 끓기 시작하면 떠오르는 거품을 한 번 걷고 중불로 낮춰 뚜껑을 덮습니다. 15분 동안 끓이되 5분쯤 지나 닭을 한 번 뒤집어 주세요. 국물이 냄비 바닥에서 계속 보글보글 올라오는 정도가 중불입니다. 불꽃이 냄비 옆면까지 올라오면 너무 세요.
15분이 지나면 감자와 당근을 넣고 뚜껑을 덮어 10분 더 끓입니다. 감자는 처음부터 넣으면 가장자리가 먼저 무너지고, 너무 늦게 넣으면 닭만 푹 익습니다. 감자 가운데를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약간 저항이 남는 시점에 양파와 고추를 넣으세요. 양파까지 넣고 4~5분 끓이면 단맛이 국물에 배면서도 모양은 남습니다.
여기서 국물 높이를 보세요. 냄비 바닥에 국물이 넉넉히 고여 있고 재료를 뒤집으면 국물이 따라 올라와야 당면을 넣기 좋습니다. 자작한 국물이 거의 없다면 준비한 물을 50ml씩 보충하세요. 이때 간장을 함께 넣지 않습니다. 끓으면서 이미 짠맛이 농축됐을 수 있거든요.
당면을 넣은 뒤에는 국물부터 확인해요
불린 당면과 대파를 넣고 중강불에서 5~7분 끓입니다. 당면이 국물에 잠기도록 집게로 한두 번 뒤집어 주세요. 당면 한 가닥을 먹어 속까지 부드럽고, 감자 가운데가 쉽게 찔리면 불을 끕니다. 닭도 가장 두꺼운 부분을 잘라 속까지 익었는지 확인하세요. 불을 끈 뒤 2분만 두면 당면이 남은 국물을 더 머금습니다.
제가 예전에 수업 준비를 서두르다가 불리지 않은 당면을 그대로 넣은 적이 있어요. 면이 익기도 전에 국물이 사라져 물을 급히 부었더니 맛까지 묽어졌습니다. 같은 일이 생겼다면 뜨거운 물 50~100ml를 붓고 중불에서 면을 먼저 익히세요. 다 익은 다음 국물 맛을 보고 싱거울 때만 간장을 1작은술씩 더하는 게 안전합니다.
반대로 국물이 너무 짜다면 물 50ml를 넣고 2분 끓인 뒤 다시 맛보세요. 달기만 할 때는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더 넣지 말고 청양고추를 조금 추가하면 먹는 맛이 덜 무겁습니다. 국물이 많아 밍밍하다면 뚜껑을 열고 2~3분만 졸이되, 당면이 이미 부드러우면 먼저 건져 두세요. 면을 넣은 채 오래 졸이면 퍼집니다.
찜닭은 접시에 옮기는 동안에도 당면이 국물을 흡수해요. 그래서 불을 끌 때 국물을 바닥에 조금 남겨 두는 편이 먹을 때 딱 좋습니다. 감자 하나와 당면 한 젓가락에 양념이 고루 묻었다면, 그날 찜닭은 잘 된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