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지인 집에 갔더니 거실 한가운데 놓인 나무가 창문 쪽으로 비스듬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본 자리에 그대로 뒀는데, 그곳에서는 빛이 부족했던 거죠. 저도 처음 플랜테리어 나무를 들였을 때 화분 색부터 골랐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나무는 가구처럼 한 번 놓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더라고요.
집에 어울리는 나무를 고를 때는 종류보다 먼저 놓을 자리를 봅니다. 그다음 크기와 관리에 쓸 시간을 맞춰야 오래 보기 좋습니다.
나무를 놓을 자리에서 빛부터 확인하기
창문이 있다고 다 밝은 자리는 아닙니다. 창이 북향인지, 맞은편 건물이 빛을 가리는지에 따라 거실 안쪽 밝기가 꽤 달라집니다. 나무를 놓고 싶은 자리에 낮 동안 서 있어 보세요.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확인하고, 책을 읽을 만큼 밝은 시간과 어두워지는 시간을 적어두면 식물을 고를 때 도움이 됩니다.
밝은 거실 창가라면 인도고무나무나 떡갈잎 고무나무를 먼저 볼 만합니다. 잎이 커서 한 그루만 둬도 존재감이 있죠. 다만 유리창에 잎이 닿는 자리나 여름 한낮의 강한 직사광선 앞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농촌진흥청 농사로에서도 아레카야자의 자리로 거실 창가 쪽을 안내합니다. 아레카야자는 잎이 넓게 퍼지므로 통로 옆보다는 여유 있는 구석이 어울립니다.
창에서 먼 곳이라면 드라세나 마지나타처럼 비교적 낮은 빛에 적응하는 종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낮에 늘 어두운 구석은 식물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그 자리에 꼭 큰 나무를 두고 싶다면 위치를 바꾸거나 식물용 조명을 둘 수 있는지부터 판단해야 합니다. 실내 조명을 하루 종일 켠다는 이유만으로 자연광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화분 지름보다 잎이 퍼질 폭 재기
매장에서 80cm쯤 되는 나무는 아담해 보이는데, 집에 가져오면 훨씬 커 보입니다. 매장은 천장이 높고 주변이 탁 트여 있어서 그래요. 저는 바닥에 신문지나 종이테이프로 화분 자리를 표시한 다음, 잎이 퍼질 폭까지 줄자로 재봅니다. 출입문을 열거나 청소기를 돌릴 때 잎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주변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 화분을 둘 바닥 면적과 잎의 좌우 폭을 따로 잽니다.
- 에어컨 바람, 난방기 열기, 겨울 창문의 찬 기운이 직접 닿는지 확인합니다.
- 아이 또는 반려동물이 닿는 자리라면 넘어짐 위험과 식물의 독성 정보를 구입 전에 확인합니다.
- 물을 준 뒤 화분을 들어 옮길 수 있는 무게인지 생각합니다.
특히 큰 화분을 높은 받침대에 올리면 보기에는 시원하지만 무게중심이 올라갑니다. 흔들리는 받침대는 쓰지 않고, 바닥이 평평한 곳에 둡니다. 바닥재가 물에 약하다면 물받침과 방수 매트가 필요합니다. 물받침에 고인 물은 그대로 두지 말고 비워야 해요.
처음 드는 비용과 작업 시간 계산하기
플랜테리어 나무는 식물값만 보고 사면 예산이 어긋납니다. 온라인 판매 사례를 보면 높이 70~85cm 정도의 인도고무나무가 2만 원 안팎인 경우도 있고, 장식 화분까지 갖춘 70cm 상품은 8만 원 수준이기도 합니다. 수형, 화분 재질, 배송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니 높이만 같다고 같은 상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처음 한 그루를 들이는 예산은 식물과 화분을 합쳐 대략 4만~10만 원 정도로 잡으면 선택하기 편합니다. 여기에 물받침, 방수 매트, 배송비가 붙을 수 있습니다. 집에 있는 화분을 재사용한다면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배수구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배수구 없는 장식 화분에 심어진 나무를 그대로 관리하는 건 초보자에게 까다롭습니다.
작업 시간도 조금 넉넉히 잡습니다. 자리 재고 구매 후보를 비교하는 데 30~60분, 배송된 잎과 흙 상태를 살피고 화분을 놓는 데 20~30분 정도 생각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분갈이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배송 직후 멀쩡한 나무라면 며칠간 새 자리에 적응하는 모습을 먼저 보는 편이 낫습니다. 줄자, 오래된 수건, 작은 물뿌리개 정도면 시작할 수 있어요. 한 그루 때문에 전문 공구를 새로 살 일은 거의 없습니다.
물주기 날짜 대신 흙 상태 확인하기
제가 초반에 가장 많이 실패한 부분이 물주기였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물을 줬는데, 장마철에는 흙이 아직 축축하더라고요. 농사로의 실내 식물 물관리 안내도 식물과 환경에 따라 물주는 간격을 달리 보라고 설명합니다. 달력에는 물 줄 날 대신 흙을 확인할 날을 표시하는 게 낫습니다.
손가락으로 흙 표면 아래 2~3cm를 만져보고, 마른 느낌이 들 때 물을 줍니다. 물을 줄 때는 배수구로 물이 흘러나오는지 보고, 받침에 고인 물은 비웁니다. 화분 크기와 흙 종류에 따라 아래쪽은 여전히 젖어 있을 수 있으니 무겁고 축축한 화분에는 물을 더 붓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흙이 마르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잎 한 장이 누렇게 변했다고 바로 비료나 물을 더 주지는 마세요. 최근에 자리를 옮겼는지, 흙이 계속 젖어 있는지, 찬바람을 맞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원인을 찾기 쉽습니다. 새 나무를 들인 첫 2주는 잎 색과 흙 마르는 속도를 살피는 데 하루 2~3분이면 충분합니다. 큰 나무 한 그루가 집 분위기를 바꾸는 건 맞지만, 제가 오래 곁에 두게 된 나무는 사진이 가장 예쁜 나무보다 우리 집 자리에서 무리 없이 자라는 나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