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같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두 집의 청소 견적을 봤는데, 한 집은 36만 원, 다른 집은 52만 원이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36만 원 쪽에 마음이 가죠. 그런데 견적서를 펼쳐 보니 36만 원에는 베란다와 창틀, 보양테이프 제거가 빠져 있었습니다. 저는 생활서비스 견적을 볼 때 가격 옆에 작은 글씨로 적힌 작업 범위부터 확인합니다.
입주청소업체 가격은 평수 하나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청소할 공간, 오염 상태, 투입 인원, 작업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전화로 들은 금액을 그대로 계약 금액이라고 생각하면 현장에서 말이 엇갈리기 쉽습니다.
평당 가격보다 면적 기준부터 맞추세요
견적을 요청할 때는 ‘몇 평 아파트’라고만 말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공급면적 84㎡인 집을 전용면적 59㎡로 표시한 경우처럼, 같은 집도 어떤 면적을 기준으로 부르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업체가 공급면적과 전용면적 중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먼저 물어야 견적을 나란히 놓을 수 있습니다.
방과 화장실 수, 베란다 개수도 함께 전하세요. 같은 면적이라도 화장실이 하나 더 있거나 확장하지 않은 베란다가 길면 손이 가는 곳이 늘어납니다. 신축 입주 전이라면 공사 분진과 보양재 흔적이 있는지, 기존 거주자가 나간 집이라면 기름때나 물때가 어느 정도인지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정확합니다.
- 공급면적과 전용면적 중 어느 수치로 계산하는지
- 방·화장실·베란다 개수를 견적에 반영했는지
- 신축 분진, 묵은 오염, 보양재 제거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 몇 명이 와서 몇 시간 작업하는지
사진은 거실 한 장으로 끝내지 마세요. 주방 후드 주변, 욕실 바닥과 배수구, 창틀, 베란다 바닥을 각각 찍으면 좋습니다. 업체도 작업량을 가늠할 수 있고, 나중에 ‘그 상태인 줄 몰랐다’는 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싼 견적에 빠진 작업을 찾아보세요
가상의 견적 두 장을 비교해 보죠. A업체는 기본 청소 36만 원, B업체는 52만 원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A업체는 베란다 9만 원, 창틀 12만 원, 보양테이프 제거 8만 원을 별도로 받습니다. 세 작업이 모두 필요하면 A업체의 금액은 65만 원입니다. B업체가 같은 세 작업을 52만 원에 포함했다면 처음 보인 가격 순서가 뒤집힙니다.
이때 ‘창틀 포함’이라는 말만으로도 부족합니다. 창틀 레일의 먼지를 닦는 것인지, 창문 안쪽 유리와 방충망까지 하는 것인지 업체마다 설명이 다릅니다. 주방도 상판만 닦는지, 싱크대 수납장 안쪽과 서랍을 비워 닦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붙박이장, 신발장, 현관 바닥, 욕실 배수구도 견적서에 작업 범위가 적혀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포함한다는 말도 그대로 믿지는 않습니다. 외창 청소, 실리콘에 밴 곰팡이, 심한 접착제 자국처럼 일반 입주청소로 처리하기 어렵거나 별도 작업이 필요한 항목이 있습니다. 포함 여부와 작업 가능한 범위를 문자로 받아 두면 서로 기대하는 결과가 달라지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현장 추가금은 조건과 금액을 미리 적으세요
추가금 자체가 무조건 부당한 것은 아닙니다. 사진에 보이지 않던 심한 오염이나 계약 당시 없던 작업을 요청하면 비용이 달라질 수 있죠. 문제는 어떤 상태에서 얼마가 붙는지 설명 없이 ‘가서 봐야 안다’고만 하는 견적입니다. 이 말만 듣고 예약하면 청소 당일 짐을 들이기 직전에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습니다.
견적을 받을 때는 추가 작업의 기준과 금액을 함께 물으세요. 예를 들어 ‘창틀의 일반 먼지는 포함, 굳은 페인트 제거는 별도이며 작업 전 금액 안내’처럼 적어 달라는 겁니다. 쓰레기나 폐기물 반출, 냉장고·에어컨 내부 청소, 높은 곳의 외창 작업도 필요한 집이라면 처음부터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비용을 말하면 바로 작업 범위를 다시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추가 작업을 할지 결정하기 전에 해당 부분의 사진과 금액을 받아 두고, 동의한 내용만 진행해 달라고 전하세요. 처음 합의한 청소까지 추가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견적서의 포함 항목을 짚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업체를 고를 때는 하자 대응까지 확인하세요
견적이 비슷하면 작업 후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차이를 만듭니다. 청소가 끝나면 작업자와 함께 주방 수납장 안쪽, 욕실 배수구, 창틀 레일, 베란다 모서리를 확인할 시간을 줄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특히 이삿짐이 들어오면 가려지는 곳은 청소 당일에 보는 게 수월합니다.
미흡한 곳을 발견했다면 감정적인 말보다 위치와 상태를 구체적으로 남기는 게 빠릅니다. ‘안방 창틀 오른쪽 레일에 분진이 남아 있습니다’처럼 적고 사진을 붙여 업체 담당자에게 문자나 메신저로 재작업을 요청하세요. 언제 방문해 어떤 부분을 다시 처리할지도 답으로 받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손상 문제라면 청소 전후 사진과 견적서, 대화 기록을 함께 보관해야 합니다.
업체와 해결이 되지 않으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계약 내용과 사진을 갖고 상담할 수 있습니다. 상담 단계에서도 ‘청소가 마음에 안 든다’보다 약속한 항목이 무엇이고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는 자료가 도움이 됩니다. 입주청소는 낮은 숫자를 찾는 일보다, 그 숫자로 집의 어디까지 깨끗해지는지 서로 같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 먼저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