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고령의 부모를 집에서 돌보는 가족의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그래서 ‘아버지 굶겨 숨지게 한 딸’이라는 기사를 봤을 때도, 돌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함께 들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주목한 것은 딸이 돌봄을 혼자 맡았다는 사실만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가 스스로 먹거나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였는데도 필요한 식사와 치료를 받지 못했고, 그 상태가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도된 1심 판결 내용에 따르면, 70대 아버지는 혼자 음식을 먹거나 대소변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건강이 나빴습니다. 딸은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2025년 6월부터 7월 22일까지 식사와 치료 등 필요한 보호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아버지는 그해 7월 22일 숨졌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키 170㎝인 아버지의 사망 당시 몸무게는 34㎏이었습니다.
사망 전에는 위험을 알아챌 만한 장면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같은 해 5월 음식을 구하러 밖에 나왔다가 쓰러져 병원에서 전신쇠약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웃이 챙긴 음식이 있었고, 행정복지센터도 사례 관리 대상자로 등록해 도시락 등 지원을 시도했습니다. SBS 보도에 따르면 딸은 사망 나흘 전 방문한 복지 담당 공무원과의 대면을 거부했고, 사망 당일 찾아온 직원들도 돌려보냈습니다. 지원의 손길이 있었지만 아버지에게 필요한 식사와 치료로 이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돌봄이 부족하면 모두 같은 죄가 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족이 바빠서 한 끼를 늦게 챙겼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과 같은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아버지가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없었고, 딸이 그 상태와 치료 필요성을 알면서도 보호하지 않았는지였습니다. 또 그 방치와 사망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도 따져야 했습니다.
딸은 재판에서 계속 아버지를 돌봤고, 자신의 행동 때문에 아버지가 숨진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인천지법은 딸이 함께 살며 아버지를 보호할 위치에 있었고, 필요한 보살핌을 제공하지 않아 생긴 위험이 사망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존속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단입니다. 현재 알려진 내용은 1심 선고를 기준으로 봐야 합니다.
여기서 ‘유기’는 반드시 사람을 집 밖에 내버리는 행동만 뜻하지 않습니다.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곁에 두고도 먹을 것과 치료 같은 기본적인 돌봄을 제공하지 않는 상황 역시 법적 판단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책임은 당사자의 상태, 보호 의무, 당시 가능한 조치, 사망과의 관계 등을 사건별로 따져 결정됩니다. 이 판결을 모든 가족 돌봄 상황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집 돌봄에서는 무엇을 먼저 봐야 할까
이 사건을 읽고 생활 속에서 먼저 떠올릴 기준은 ‘가족이 얼마나 애썼나’보다 ‘돌봄받는 사람이 실제로 먹고, 치료받고, 안전하게 지내고 있나’입니다. 거동이 어려운 부모가 식사를 거르거나 체중이 빠르게 줄고, 대소변 처리도 혼자 할 수 없다면 가족의 노력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단계일 수 있습니다.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거나 탈수·쇠약이 심해 보인다면 돌봄 서비스 신청을 기다리기보다 119를 통한 응급 평가가 우선입니다.
당장 위급하지 않더라도 돌보는 사람이 식사 준비와 병원 동행을 계속 감당하기 어렵다면 도움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에 현재 상태를 설명하고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안내하는 129에서는 노인 돌봄, 장기요양제도, 긴급 지원과 관련한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상태라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인정 신청 절차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서비스마다 대상과 신청 절차가 달라 상담을 받았다고 곧바로 돌봄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주변 사람이 이상을 느꼈다면
이웃이나 친척에게는 판단이 더 어렵습니다. 집 안 사정을 모르는데 괜히 간섭하는 건 아닐까 망설이기 쉽습니다. 그래도 오랫동안 식사를 못 하는 듯하거나, 거동이 불가능한 사람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정황이 반복된다면 혼자 사실관계를 확정하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행정복지센터나 129에 상황을 알리고 필요한 확인과 지원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나 신체에 당장 위험이 있어 보이면 112나 119에 연락하는 편이 맞습니다.
돌봄의 부담은 실제로 무겁고, 한 가족이 모든 시간을 책임지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보호가 필요한 사람의 상태가 나빠질수록 바깥의 도움을 받아들일 통로가 중요해집니다. 이번 사건은 누군가를 비난하는 말에서 멈추기보다, 식사와 치료가 끊기는 신호를 보았을 때 우리 주변이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