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30평대 아파트 외부창 견적 두 장을 놓고 비교해 달라는 상담을 받았다. 싼 쪽은 창호와 유리 가격이 적혀 있었고, 비싼 쪽은 기존 창 철거부터 외부 실리콘 마감까지 들어 있었다. 합계만 보면 차이가 커 보였지만, 같은 공사를 놓고 매긴 가격은 아니었다. 외부샷시 교체 비용을 볼 때 제가 먼저 확인하는 건 총액보다 공사 범위다.
평수보다 교체할 창의 수와 크기부터 적는다
‘30평대 샷시 얼마예요?’라고 물으면 정확한 답을 듣기 어렵다. 같은 평수라도 거실 발코니 창만 바꾸는 집이 있고, 방 외창까지 모두 바꾸는 집이 있다. 창의 가로·세로 길이, 열리는 창의 개수, 확장 여부도 다르다. 공개된 30평대 외창 전체 교체 견적에는 700만 원대 사례도 있지만, 유리 사양과 시공 조건에 따라 1,000만 원을 넘기도 한다. 이 숫자는 예산을 가늠하는 참고값이지 우리 집 계약 금액은 아니다.
먼저 거실, 안방, 작은방처럼 창 위치를 적고 각 창이 단창인지 이중창인지 표시한다. 발코니 바깥 창만 바꾸는지, 실내 쪽 창도 포함하는지 업체마다 같은 말을 쓰는지 확인해야 한다. 견적서에 ‘샷시 일체’ 한 줄만 있으면 나중에 빠진 창을 두고 다투기 쉽다. 실측 후에는 창마다 규격과 수량이 적힌 견적서를 다시 받아야 한다.
창틀 이름보다 유리와 시공 범위를 맞춰 본다
브랜드가 같아도 가격은 달라진다. 창틀의 정확한 제품명, 단창·이중창 구분, 유리 두께와 구성, 로이유리 적용 여부가 다르면 다른 제품이다. 예를 들어 ‘복층유리’만 적힌 견적과 ‘24㎜ 로이 복층유리’라고 적힌 견적을 같은 조건으로 비교하면 안 된다. 로이유리는 유리 표면의 코팅으로 열 이동을 줄이는 방식인데, 코팅 유무만 보고 무조건 비싼 사양을 고를 일도 아니다. 현재 창의 외풍, 결로, 소음 중 무엇을 해결하려는지 먼저 말해야 필요한 사양을 맞출 수 있다.
시공 항목도 한 줄씩 봐야 한다. 기존 창 철거와 폐기물 반출, 창틀 주변 빈틈을 채우는 작업, 외부 실리콘 마감, 내부 몰딩이나 도배 손상 부위의 처리 범위를 확인한다. 특히 외부 코킹이 빠진 견적은 설치가 끝난 뒤에도 별도 작업비가 들 수 있다. 실리콘을 바른다는 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어느 면을 누가 시공하고, 기존 마감재가 손상되면 어디까지 복구하는지 적어 달라고 해야 한다.
가령 A업체 620만 원, B업체 760만 원이라는 견적을 받았다고 치자. A에 철거·폐기물 35만 원, 장비 25만 원, 외부 코킹 40만 원이 별도라면 비교할 금액은 이미 720만 원이다. 여기에 유리 사양까지 낮다면 단순히 140만 원 싼 견적이라고 부를 수 없다. 금액은 예시지만, 이런 식으로 빠진 항목을 같은 조건으로 채워 넣으면 선택이 훨씬 쉬워진다.
현장 추가금은 공사 전에 기준을 정해 둔다
외부창은 장비비가 변수다. 고층이거나 차량 진입이 어려우면 사다리차를 못 쓰고 다른 양중 방법이 필요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사용과 보양, 작업 시간 제한도 단지마다 다르다. 관리사무소에는 공사 신고와 반입·장비 사용 조건을 미리 확인하고, 업체에는 그 조건을 전달한 뒤 비용을 다시 적어 달라고 한다. 외관이나 창의 형태를 바꾸는 경우에는 관리 규정과 필요한 절차도 사전에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철거해 보니 벽체가 약하거나 누수 흔적이 발견되는 일도 있다. 이런 숨은 상태까지 처음부터 확정하기는 어렵다. 대신 ‘추가 작업이 필요하면 사진과 금액을 먼저 보내고 승인받은 뒤 시공’한다는 문구를 넣을 수 있다. 추가금의 원인, 작업 범위, 금액을 문자로 남기면 현장에서 급하게 구두로 결정할 일이 줄어든다. 부가세 포함 여부와 계약금·중도금·잔금 지급 시점도 함께 확인한다.
업체를 고를 때는 하자 대응 방식까지 묻는다
견적이 비슷하다면 누가 실측하고 누가 시공하며, 문제 발생 시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묻는다. 계약을 받은 곳과 실제 시공팀이 다를 수 있어서다. 창틀·유리·시공 부위별 보증 범위와 기간, 방문 점검 비용이 발생하는 조건도 계약서에 적혀 있어야 한다. ‘몇 년 무상’이라는 말만으로는 유리 파손과 빗물 유입, 개폐 불량이 모두 포함되는지 알 수 없다.
시공 당일에는 창이 걸리지 않고 열고 닫히는지, 잠금장치가 맞물리는지, 창틀 주변 마감이 끊긴 곳은 없는지 확인한다. 비가 오기 전에는 누수를 판단하기 어려우니 외부 코킹 사진을 남겨 두는 것도 좋다. 하자가 보이면 위치와 증상을 사진·영상으로 기록하고, 계약한 업체에 보수 방법과 방문 날짜를 문자로 요청한다. 한국소비자원 안내에서도 창호·문 시공 피해와 하자 책임 다툼을 다룬다. 업체와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서, 견적서, 입금 내역, 하자 기록을 모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할 수 있다.
저라면 최저가보다 설명이 끝까지 이어지는 견적을 고른다. 어느 창에 어떤 유리가 들어가고, 철거한 뒤 어디까지 손보며, 문제가 생기면 누가 다시 오는지가 적힌 견적이다. 외부샷시는 설치한 날보다 비가 오고 겨울을 지날 때 품질 차이가 드러난다. 그때 확인할 수 있는 약속이 견적서에 남아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