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소를 100곳 넘게 다니다 보니 여행 예산을 짤 때 사진보다 먼저 보는 게 있다. 객실 한 칸에 실제로 얼마를 내는지다. 발리도 마찬가지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말만 믿고 풀빌라 사진부터 고르면 발리여행비용은 금세 예상 밖으로 커진다. 반대로 숙소와 이동 동선을 먼저 정하면 어디에 돈을 쓸지 훨씬 선명해진다.
아래 금액은 인천 출발, 성인 2명이 객실을 함께 쓰는 5박 6일 여행을 가정한 1인당 예산이다. 예약 날짜와 환율, 여행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계획용 숫자로 봐야 한다. 특히 항공권과 숙박비는 같은 발리 여행이라도 차이가 크다.
항공권에서 이미 예산의 절반이 갈린다
항공권은 1인 왕복 85만~115만 원 정도를 먼저 잡겠다. 2026년 10월 대한항공이 공개한 인천~덴파사르 왕복 운임에도 80만 원대부터 100만 원이 넘는 날짜까지 보인다. 이 가격은 조회 시점의 운임이라 예약할 때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은 아니다. 주말 출발이나 휴가철을 고집하면 상한도 쉽게 넘어간다.
검색 화면의 최저가만 예산표에 옮기는 건 조심스럽다. 경유편은 대기 시간이 길 수 있고, 저렴한 운임에는 위탁 수하물이나 좌석 선택 비용이 붙기도 한다. 밤늦게 도착한다면 첫날 숙박비를 내고도 객실을 몇 시간만 쓰게 된다. 왕복 운임과 수하물, 도착 시간을 한꺼번에 봐야 실제로 싼 표인지 알 수 있다.
숙소는 1박 가격보다 객실 조건을 본다
2명이 1박 12만~20만 원짜리 객실을 5박 이용하면 숙박비는 총 60만~100만 원, 1인당 30만~50만 원이다. 수영장과 조식이 있는 숙소를 섞어도 이 범위에서 고를 여지는 있다. 다만 개인 풀을 갖춘 빌라, 바다 전망 객실, 유명 해변 앞 리조트까지 같은 가격으로 기대하면 선택지가 좁아진다.
사진과 실제가 달랐던 숙소를 떠올려 보면 공통점이 있다. 객실 사진은 넓어 보이는데 실제 면적은 작거나, ‘수영장 전망’이 방에서 고개를 돌려야 겨우 보이는 식이다. 발리 숙소도 대표 사진보다 예약하는 객실 유형의 사진과 면적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다. 최근 후기에서는 냉방 상태, 온수, 방음, 공사 소음 이야기를 찾아본다. 풀빌라라면 수영장이 완전히 독립된 공간인지도 중요하다. 프라이버시를 기대하고 추가 비용을 냈는데 옆 객실에서 훤히 보이면 아쉬움이 크다.
위치도 비용이다. 우붓 숙소가 마음에 들면서 매일 남부 해변 일정까지 넣으면 차량 이동에 시간과 돈이 든다. 숙소를 두 곳으로 나눌지, 한 지역에서 느긋하게 지낼지 정한 다음 객실을 고르는 게 편하다. 이동이 싫은 사람에게는 저렴하지만 일정과 먼 숙소를 권하기 어렵다.
식비보다 이동비가 더 의외일 수 있다
식비는 1인 6일에 18만~28만 원, 현지 이동은 8만~15만 원 정도로 잡는다. 현지 식당 위주로 먹는 날과 전망 좋은 카페나 리조트 식당을 이용하는 날을 섞은 가정이다. 숙소 조식이 포함돼 있다면 식비가 줄지만, 조식을 먹으려고 매일 아침 일정을 맞춰야 하는 객실이라면 그 가치가 사람마다 다르다.
교통비는 거리만 보고 계산하기 어렵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숙소에서 관광지까지 차를 부르는 횟수가 쌓인다. 당일 차량을 빌리는 날이 있다면 기사 비용과 주차비, 일정에 포함되지 않은 입장료도 확인해야 한다. ‘하루 투어’라는 이름만 보고 예약했다가 현장에서 별도 지출이 생기면 예상보다 비싸게 느껴진다. 이동이 많은 일정이라면 식당 한두 끼를 아끼는 것보다 숙소 위치를 바꾸는 편이 예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5박 6일이면 얼마를 준비할까
내가 2인 여행의 1인 예산을 잡는다면 항공권 85만~115만 원, 숙박 30만~50만 원, 식비 18만~28만 원, 이동 8만~15만 원, 체험과 입장료 8만~15만 원을 적겠다. 여기에 입국 관련 비용과 여행자보험·통신비 등을 더하면 대략 160만~235만 원이다. 쇼핑과 고급 마사지, 술값은 넣지 않은 금액이다. 항공권을 싸게 구하고 간단한 숙소를 고르면 낮출 수 있지만, 개인 풀빌라를 여러 밤 넣으면 상단도 넘는다.
입국 비용은 빼먹기 쉽다. 인도네시아 이민국 안내상 한국 국적자가 이용할 수 있는 도착비자 비용은 1인 50만 루피아다. 발리주의 외국인 관광객 부담금 15만 루피아는 별개다. 두 비용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현지에서 지출이 하나 더 생긴다. 출발 전에는 본인의 입국 조건과 납부 금액을 인도네시아 이민국과 발리주 안내에서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발리여행비용을 줄이려고 객실 등급부터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숙소에서 오래 쉬는 여행이라면 전망과 시설에 돈을 쓰는 게 맞을 수 있다. 대신 매일 다른 지역을 오가는 일정을 줄이고, 실제 이용할 객실 조건을 꼼꼼히 보는 쪽이 후회를 덜 남긴다. 사진 한 장보다 그 방에서 보낼 다섯 밤을 기준으로 고르는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