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가 품은 작은 지리산

폐교가 품은 작은 지리산

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 직전마을 안쪽에는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걸을 수 있는 하동나림생태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들녘에서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차분한 자연과 옛 학교의 흔적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화려하거나 소란스러운 관광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목재 데크와 산야초원, 야생차 나무가 둘러싼 쉼터와 스카이워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방문객을 맞는다. 천천히 산책하면서 식물을 살펴보고, 곳곳에 남아 있는 학교의 기억도 함께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림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

공원 이름에 쓰인 ‘나림’은 하동 출신 소설가 이병주 선생의 호에서 따왔다. 문학의 향기와 자연의 숨결을 함께 품겠다는 의미가 이름에 담겨 있다.

이곳은 본래 북천중학교가 있던 자리다. 북천중학교는 2006년 문을 닫았고, 학생들이 떠난 뒤 학교 터는 오랫동안 조용히 남아 있었다. 이후 하동군의 정비사업을 거치면서 옛 교정은 생태공원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뛰놀던 학교 운동장과 교정이 식물과 산책길을 품은 녹지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남아 있는 옛 건물과 복도, 교실 창틀, 운동장 가장자리는 이 장소가 학교였던 시간을 보여준다.

자생식물로 꾸민 작은 지리산

하동나림생태공원은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지리산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작은 지리산’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공원에는 히어리와 백합나무, 당단풍을 비롯해 수백여 종의 수목과 초화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서로 다른 높이와 생김새를 지닌 식물들이 공간을 채우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공원은 연간 수십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중립형 녹지로 자리 잡았다. 폐교 터를 허물어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공간의 기억을 남기면서 녹지로 정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옛 교실과 운동장의 기억은 수목과 초화류가 자라는 풍경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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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데크에서 시작하는 산책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목재 데크가 나타난다. 방문객은 데크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주변에 자라는 식물을 살펴볼 수 있다. 나무 바닥을 밟는 발소리가 잔잔하게 이어지고, 산책로 주변의 식물은 걸음을 자연스럽게 늦추게 한다.

길을 빠르게 통과하기보다는 가까운 수목과 초화류를 하나씩 살펴보며 걷기 알맞다. 소란스러운 시설이 많지 않아 공원 본래의 차분한 분위기와 식물의 모습을 비교적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목재 데크를 벗어나면 넓은 산야초원이 펼쳐진다. 여러 식물을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며 자연의 형태와 색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바람이 지나가는 초원에서는 주변의 작은 소리도 한층 또렷하게 들린다.

비원에서 만나는 고요한 쉼표

산책길을 따라가면 야생차 나무가 울타리처럼 둘러싼 비원을 만날 수 있다. 내부에는 방문객이 앉아 쉬거나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벤치가 마련돼 있다.

이 작은 쉼터는 산책의 흐름을 잠시 멈추는 중간 지점 역할을 한다. 벤치에 앉으면 지나온 길을 돌아볼 수 있고, 야생차 나무가 감싼 차분한 공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계속 걷기보다 잠시 머물며 공원의 고요함을 느끼기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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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워크에서 보는 북천 들녘

산책의 마지막 구간에서는 스카이워크에 올라 공원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발아래에는 수목과 초화류로 채워진 공원의 풍경이 펼쳐지고, 시선을 멀리 두면 북천면 들녘 너머로 지리산 능선이 이어진다.

데크와 산야초원, 비원을 지나 높은 곳에서 공원을 바라보면 걸어온 동선과 공간의 구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에서 관찰했던 식물과 옛 학교 터의 모습도 넓은 풍경 안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학교의 기억과 자연이 머무는 곳

공원 곳곳에는 과거 학교였음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이 남아 있다. 옛 건물과 복도, 교실 창틀과 운동장 가장자리는 새롭게 조성된 녹지와 나란히 자리한다. 오래된 학교의 구조와 새로 뿌리내린 식물이 한 공간에서 겹쳐지면서 낯설면서도 친근한 인상을 전한다.

북천중학교를 기억하는 졸업생에게는 학창 시절의 흔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한 차분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숲과 산책로는 방문객을 재촉하지 않고 잠시 머물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지킨다.

하동나림생태공원은 폐교의 기억을 보존하면서 지리산 자생식물을 품은 생태 공간으로 바뀐 곳이다. 복잡한 시설보다 산책과 휴식에 집중할 수 있어 조용히 걷고 싶은 때 찾기 좋다.

하동나림생태공원 장소 정보

장소명하동나림생태공원
소재지경상남도 하동군 북천면 세이리길 14
주요 공간목재 데크, 산야초원, 비원, 스카이워크
공간 특징옛 북천중학교 터에 지리산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조성한 생태공원

하동 북천의 들녘과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며 조용히 걷고 싶다면 이곳의 산책 동선을 따라가 볼 만하다. 목재 데크에서 출발해 산야초원과 비원에서 잠시 쉬고, 스카이워크에서 공원의 전경을 살펴보는 흐름으로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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