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명도소송 앞에서 장부를 다시 펼친 이유

월세명도소송 앞에서 장부를 다시 펼친 이유

법원 입찰장을 다니다 보면 낙찰가보다 점유자가 언제 나갈지를 먼저 묻게 됩니다. 월세를 안 내는 임차인이 있는 집도 비슷합니다. 밀린 돈만 계산하고 집이 곧 비겠거니 생각하면, 그 사이 새 임차인을 받을 기회와 소송 비용까지 놓칠 수 있습니다. 월세명도소송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법원에 청구하는 내용은 보통 건물 인도입니다. 집을 돌려받으려면 먼저 임대차가 끝났다는 근거부터 분명해야 합니다.

월세 두 번 밀렸다고 바로 문을 열 수는 없다

민법 제640조는 건물 임대차에서 밀린 차임이 2기분에 달하면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월세가 70만 원이라면 연체액이 140만 원에 이른 때가 기준입니다. 두 달이 연속으로 비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간에 일부를 냈다면 입금 내역을 반영해 남은 연체액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여기서 자주 놓치는 말이 ‘해지할 수 있다’입니다. 연체액이 기준에 닿았다는 사실만으로 임차인이 그날 자동 퇴거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계약서의 지급일과 통장 입금일을 나란히 적어 연체표를 먼저 만듭니다. 그다음 어느 계약을, 어떤 연체를 이유로 해지하는지 명시해 임차인에게 통지합니다. 내용증명은 통지 내용을 남기는 수단이고, 실제로 상대방에게 도달했는지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보증금이 넉넉하니 밀린 월세를 거기서 빼면 된다는 말도 현장에서 많이 듣습니다. 보증금은 나중에 연체 차임 등을 공제할 때 중요하지만, 그것만 믿고 연체표나 해지 통지의 증거를 빼놓으면 다툼이 길어집니다. 임차인이 낸 돈이 어느 달 차임에 충당됐는지부터 서로 다르게 말하는 경우가 있어서입니다.

소장보다 먼저 확인할 사람과 서류가 있다

주택의 등기사항증명서에서 소유자를 확인하고, 임대차계약서·입금 내역·해지 통지 자료를 모읍니다. 집을 실제로 누가 점유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계약서상 임차인은 김 씨인데 현장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면, 그 사람이 가족인지 전차인인지에 따라 소송 상대방과 집행 문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상 판결에 적힌 채무자가 아닌 제3자가 목적물을 점유하면 그 판결만으로 인도 집행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점유자가 바뀔 우려가 구체적이라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검토합니다. 모든 월세 연체 사건에 기계적으로 붙일 절차는 아닙니다. 가처분에도 시간과 비용이 들고, 현재 점유 관계를 잘못 짚으면 본소송을 진행할 때 문제가 드러납니다. 현장에서는 우편함의 이름이나 이웃의 말만으로 점유자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확인한 사실과 추측을 구분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경매로 취득한 집이라면 경로를 한 번 더 가려야 합니다. 낙찰자가 인도를 요구하는 사건과 기존 임대인이 월세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건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낙찰 뒤에는 인도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지, 점유자에게 매수인에게 대항할 권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이름에 ‘명도’가 들어간다고 같은 서류를 내면 해결되는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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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명도소송의 청구 금액은 보증금과 함께 본다

가령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인 주택에서 차임 3개월분인 210만 원이 밀렸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숫자만 보고 ‘돌려줄 보증금은 790만 원’이라고 확정하면 이릅니다. 인도하는 날까지 추가 채무가 생길 수 있고, 관리비나 원상회복비는 누가 부담하는지와 금액을 따져야 합니다. 반대로 증빙 없이 예상 수리비를 크게 잡아 보증금에서 전부 빼겠다는 계산도 분쟁을 키웁니다.

소장에는 인도 청구와 이미 발생한 연체 차임 등을 어떻게 청구할지 구분해 적습니다. 계약 종료 뒤의 사용 대가도 무조건 ‘월세가 계속 붙는다’고 쓰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실제로 사용·수익했는지에 따라 부당이득 반환 범위를 달리 봅니다. 보증금 반환과 건물 인도의 관계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공제할 돈을 빼고 남은 보증금을 돌려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임차인에게 인도만 먼저 요구하는 주장이 막힐 수 있습니다.

소송비용도 계산에 넣습니다. 인지대와 송달료는 청구 내용에 따라 달라지고, 변호사 선임비·가처분 비용·집행 비용은 별도로 생길 수 있습니다. 저는 투자 수익표에 공실 기간과 이 비용을 따로 적습니다. 퇴거가 늦어지는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월세를 예상 수익으로 이미 넣어 두었다면, 숫자는 실제보다 좋아 보입니다.

판결을 받는 날과 집을 받는 날은 다르다

판결이나 집행할 수 있는 조서를 받았는데도 임차인이 나가지 않으면 집행관을 통한 인도 집행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58조에 따라 집행관이 점유를 넘겨주는 절차입니다. 판결문을 들고 직접 자물쇠를 바꾸거나 짐을 밖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집 안 물건의 반출과 보관에도 정해진 절차가 있습니다.

그 전에 대화가 가능하다면 퇴거일, 열쇠 인계, 보증금 잔액, 미납액을 숫자로 적은 합의가 도움이 됩니다. 말로만 ‘다음 주에 나가겠다’고 들으면 다음 주에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하게 됩니다. 합의금을 주기로 했다면 지급 시점과 실제 인도 확인 시점도 함께 적어야 합니다. 다만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필요한 증거 확보를 미루지는 않습니다.

월세명도소송에서 제가 가장 경계하는 건 화가 난 김에 순서를 건너뛰는 일입니다. 밀린 월세를 정확히 계산하고, 해지 의사를 남기고, 실제 점유자를 확인한 뒤, 보증금과 집행 비용까지 한 장부에 올려놓습니다. 집을 돌려받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 분쟁을 만들지 않는 게 결국 돈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월세명도소송 앞에서 장부를 다시 펼친 이유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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