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눈이 쌓인 오르막에서 앞차가 스노우체인을 감은 채 빠르게 올라가려다 바퀴가 헛도는 모습을 봤습니다. 체인을 끼우면 마음이 놓이지만, 눈길에서 속도를 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체인은 타이어가 눈을 붙잡도록 돕는 장비입니다. 차를 멈추거나 방향을 바꿀 때 필요한 거리까지 없애주지는 못합니다.
스노우체인 속도는 몇 km/h가 적당할까
국내에서 차를 운전한다면 우선 차량 사용설명서와 체인 제품 설명서의 속도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여러 사용설명서는 체인을 장착했을 때 체인 제작사가 권장하는 속도 또는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도록 안내합니다. 제품에 시속 25km라고 적혀 있다면 그보다 낮게 달려야 합니다. 시속 30km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목표 속도가 아니라, 해당 차량에서 넘지 말라는 상한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정확합니다.
해외 자료에서 시속 50km라는 숫자를 봤더라도 자기 차에 그대로 적용하면 곤란합니다. 체인의 형태, 타이어 크기, 바퀴 안쪽 공간이 차량마다 다릅니다. 더구나 앞이 잘 보이지 않거나 노면에 얼음이 섞여 있으면 설명서의 상한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여야 합니다. 체인을 장착한 뒤에도 운전자가 실제 노면 상태에 맞춰 속도를 낮추는 것이 기본입니다.
속도만 낮추면 충분하지 않은 이유
시속 30km로 달리는 차는 1초 동안 약 8.3m를 이동합니다. 위험을 보고 브레이크에 발을 옮기는 사이에도 그만큼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눈길에서는 제동을 시작한 뒤에도 차가 더 미끄러질 수 있으니, 평소처럼 앞차에 바짝 붙어서는 안 됩니다. 앞차가 급히 멈춰도 부드럽게 감속할 공간을 남겨두세요.
출발할 때는 가속 페달을 조금씩 밟고, 회전하기 전에는 미리 속도를 줄이는 편이 좋습니다. 코너에 들어간 다음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크게 꺾으면 체인을 끼웠어도 차의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습니다. 내리막에서는 특히 속도가 저절로 붙기 쉬우므로 내려가기 전에 충분히 감속해야 합니다. 바퀴가 헛돌 때 가속 페달을 더 깊게 밟는 행동도 피해야 합니다.
체인이 눈을 물고 있는지, 바닥 아래가 얼음인지에 따라 차의 반응은 달라집니다. 같은 시속 20km라도 깊은 눈 위와 매끈한 빙판 위의 제동 느낌은 같지 않습니다. 핸들이나 브레이크의 반응이 예상보다 둔하다면 숫자에 맞추려 하지 말고 더 천천히 움직여야 합니다.
체인을 끼운 직후 확인할 것
속도를 지키려면 체인부터 제대로 맞아야 합니다. 타이어 규격에 맞는 제품인지, 차량에 장착이 허용되는지, 어느 바퀴에 끼워야 하는지를 차량 사용설명서에서 확인하세요. 전륜구동인지 후륜구동인지만 보고 장착 위치를 단정하면 안 됩니다. 일부 차량은 휠 크기나 타이어 주변 공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체인 종류가 다릅니다. 사륜구동 차량도 제조사의 장착 위치와 사용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장착 장소는 차량과 작업자가 충분히 안전한 평탄한 곳이어야 합니다. 체인을 끼운 뒤에는 아주 천천히 출발하고, 약 0.5~1km를 주행한 다음 안전한 곳에 멈춰 장착 상태를 다시 확인하세요. 현대자동차와 기아 사용설명서에도 이 구간을 달린 뒤 체인의 느슨함과 간섭 여부를 점검하라는 안내가 있습니다. 체인이 차체에 닿는 소리가 나거나 평소와 다른 큰 진동이 느껴지면 즉시 안전한 곳에 정차해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느슨한 체인을 단 채 속도만 낮춘다고 손상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눈이 없는 도로에 들어섰다면
눈길을 벗어나 마른 아스팔트가 이어지면 안전한 곳에 멈춰 체인을 분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눈이 없는 도로에서 체인을 계속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합니다. 금속 체인은 마른 노면에서 소음과 진동이 커지고, 체인이나 차량 부품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잠깐 눈이 녹은 구간을 지나는 상황과 제설이 끝난 도로를 계속 달리는 상황은 구분해야 합니다.
운전하다 보면 뒤차의 속도에 맞춰 서둘러야 할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스노우체인을 낀 차에서는 차량과 제품의 속도 기준을 먼저 지키고, 눈길 상태에 따라 그보다 더 늦추는 편이 낫습니다. 일정에 쫓기는 몇 분보다 차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감각이 훨씬 믿을 만한 기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