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여행 글을 쓸 때면 늘 첫 배 시간을 먼저 적습니다. 그런데 홍콩섬 여행은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섬이라는 이름 때문에 선착장부터 찾기 쉽지만, 공항에서 들어올 때는 철도가 편하고 배는 빅토리아 하버를 건너고 싶을 때 타면 됩니다. 이 차이를 알고 숙소와 걷는 길을 정하면 하루가 덜 바빠집니다.
공항에서 홍콩섬까지 먼저 들어가기
홍콩국제공항에 내렸다면 공항철도로 홍콩역까지 가는 동선이 단순합니다. 홍콩 MTR 안내상 공항에서 홍콩역까지 약 24분입니다. 홍콩역에 닿은 뒤 센트럴 일대로 이동하면 되지만, 역 안 통로와 거리 출구가 길어 짐을 든 상태에서는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립니다. 비행기 착륙 시각만 보고 저녁 식당을 촘촘하게 예약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으로 들어오는 날에는 스타페리가 쓸 만합니다. 침사추이에서 센트럴이나 완차이로 건너는 배입니다. 다만 공항에서 홍콩섬으로 가기 위해 굳이 배를 끼워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스타페리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짧은 이동 자체가 좋을 때 선택하면 됩니다. 해상 상황에 따라 운항이 달라질 수 있으니, 배를 타고 곧장 공항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이라면 시간을 넉넉히 남겨야 합니다.
섬 안에서는 MTR이 긴 거리를 맡고, 트램이 거리 풍경을 보는 구간을 맡습니다. 홍콩 트램웨이의 일반 노면전차는 홍콩섬 북쪽을 동서로 오갑니다.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센트럴에서 완차이, 코즈웨이베이 쪽으로 이동할 때 2층 창가에 앉아 길의 높이를 느끼기 좋습니다. 피크에 오르는 피크트램과는 이름만 비슷한 다른 교통수단입니다.
센트럴에서 셩완까지는 걸어서 잇기
첫날은 센트럴을 기준으로 잡으면 길을 익히기 쉽습니다. 홍콩역에서 나와 짐을 맡긴 뒤 센트럴의 큰길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몇 블록만 옮겨도 사무실이 빽빽한 거리에서 오래된 시장 골목으로 분위기가 바뀝니다. 이 구간은 지도로 본 직선거리보다 오르막과 계단이 체감 거리를 늘립니다. 편한 신발이 먼저입니다.
센트럴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 타이쿤 근처에서 내린 뒤, 할리우드 로드를 따라 셩완 방향으로 걷는 순서가 무난합니다. 타이쿤은 옛 경찰서와 교도소 건물을 활용한 문화 공간이라 잠깐 쉬어 가기에도 좋습니다. 전시 하나를 길게 보는 날이라면 뒤의 골목 구경은 줄이는 게 맞습니다. 모든 장소에 들르려 하면 이 동네 특유의 경사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에스컬레이터 방향은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홍콩 교통부 안내에 따르면 오전에는 내리막으로 운행하고, 오전 10시 이후부터 자정까지는 오르막으로 운행합니다. 아침 일찍 올라갈 생각이었다면 계단을 걸어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정보 같아도 더운 날에는 하루의 걸음 수를 바꿉니다.
셩완까지 걸었다면 돌아갈 때는 트램이나 MTR을 택하면 됩니다. 걸어온 길을 그대로 되짚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센트럴과 셩완은 가깝지만, 골목을 드나든 뒤에는 다리보다 햇볕이 먼저 부담됩니다. 숙소를 고를 때도 이 동선을 생각해 센트럴·셩완 역 주변이나 북쪽 트램 노선 가까이를 우선 보면 이동이 편합니다. 밤마다 남쪽 해안이나 산길을 다닐 계획이라면 북쪽 숙소에서 버스 이동 시간이 더해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피크와 해안 길은 같은 날 욕심내지 않기
빅토리아 피크는 첫 방문이라면 한 번쯤 올라갈 만합니다.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가면 가파른 경사와 빌딩 숲이 함께 들어옵니다. 다만 전망만 보고 곧장 내려오면 이동과 대기에 쓴 시간에 비해 머문 시간이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날이 맑고 걷기 좋다면 피크 주변 산책길에 시간을 주는 편이 낫습니다. 홍콩관광청이 안내하는 피크 서클 워크는 약 3.5km입니다.
반대로 구름이 낮아 건너편 건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 날에는 피크를 일정의 중심에 놓지 않습니다. 표를 예매했더라도 시야가 나쁘면 전망의 값어치가 줄어듭니다. 센트럴 골목이나 해안 산책로를 걷고, 하늘이 개는 시간에 맞춰 오르는 쪽이 낫습니다. 야경만 목표로 저녁 한 시간에 모든 일정을 몰아넣는 것도 피곤합니다.
도시보다 능선을 걷고 싶다면 드래곤스 백은 별도 반나절로 빼야 합니다. 홍콩관광청 기준 약 8km, 평균 4시간, 난이도는 중간입니다. 샤우케이완에서 버스 9번을 타고 토테이완 쪽 들머리로 가는 동선이 안내돼 있습니다. 끝은 빅웨이브베이 해변 쪽이라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산책과 다릅니다. 돌아갈 교통편까지 생각하면 아침에 시작하는 편이 편합니다.
솔직히 한낮에 이 능선을 걸은 뒤 센트럴 골목까지 꼼꼼히 보겠다는 계획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그늘이 끊기는 구간이 있고, 비가 온 뒤에는 발밑도 신경 써야 합니다. 등산화를 챙긴 여행자에게는 홍콩섬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짧은 일정에 쇼핑과 야경이 우선인 사람이라면 과감히 빼도 아쉽지 않습니다.
날씨에 맞춰 배와 걷는 시간을 바꾸기
홍콩섬에서는 국내 외딴섬처럼 마지막 배를 놓쳐 숙소에 갇히는 걱정은 적습니다. 그래도 바다를 건너는 일정은 날씨를 봐야 합니다. 홍콩 천문대에 따르면 5~8월은 덥고 습하며 소나기와 뇌우가 잦고, 열대저기압의 영향은 7~9월에 특히 많습니다. 여름에는 트레킹을 오전에 두고, 오후는 철도와 실내 공간을 엮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11~12월은 비교적 걷기 좋은 시기로 안내됩니다. 이때도 피크의 바람과 시내 기온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 얇은 겉옷 하나가 쓸모 있습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강하면 스타페리 운항과 산길 상태를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요금과 운행 시각도 바뀔 수 있으니 홍콩 MTR, 스타페리, 홍콩 트램웨이의 당일 안내를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홍콩섬을 하루에 전부 훑으려는 사람에게는 이 섬이 꽤 크고 가파릅니다. 첫날에는 센트럴에서 셩완까지 걷고, 다음 날에는 피크나 드래곤스 백 중 하나를 고르는 편이 기억에 남습니다. 배를 타는 순간보다 어느 거리에서 걷기를 멈추고 교통편을 바꿀지가 이 섬 여행의 리듬을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