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통시장에서 매달 10만 원쯤 쓴다는 분이 온누리 전용 신용카드를 보여줬다. 구매 할인에 카드 할인까지 더하면 꽤 커 보였다. 그런데 전월실적 화면을 같이 보니, 할인받은 시장 결제액은 다음 달 실적에서 빠져 있었다. 혜택률보다 먼저 볼 숫자가 따로 있는 셈이다.
1. 충전한 돈과 시장에서 쓴 돈은 다르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은 계좌로 충전하고, 앱에 등록한 신용카드로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2026년 10월 기준 평시 구매 할인율 7%를 적용하면 액면 10만 원을 충전할 때 내 돈은 9만 3천 원 든다. 이 7천 원은 카드사가 주는 할인이 아니다. 충전 자체도 신용카드 결제로 실적을 쌓는 과정이 아니다.
카드 실적을 따질 때는 등록한 카드로 가맹점에서 실제 사용한 금액을 봐야 한다. KB국민카드의 디지털 온누리 안내에는 등록 카드의 사용액이 전월실적에 포함되고 카드 상품 혜택도 적용된다고 적혀 있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위험하다. 개별 카드의 실적 제외 조항이 더 좁게 적용될 수 있다.
잔액도 확인해야 한다. 가령 온누리 잔액이 4만 원인데 5만 원짜리 물건을 등록 카드로 결제하면, 부족한 1만 원만 일반 카드로 청구되는 방식이 아니다. 해당 결제 5만 원 전체가 일반 카드 매출로 처리된다. 이 경우 온누리 사용 할인까지 받은 것으로 계산하면 숫자가 틀어진다.
2. 온누리 신용카드 실적은 할인받은 결제부터 빼고 본다
KB 전통시장온누리카드를 예로 들자. 이 신용카드는 전월 이용실적 40만 원 이상이면 전통시장 가맹점 결제와 온누리상품권 차감 결제에 각각 5% 할인, 월 최대 5천 원을 제공한다. 80만 원 이상 구간에서는 각각 10%, 월 최대 1만 원이다. 각 할인은 건당 1만 원 이상이라는 조건도 있다. 전통시장 할인과 온누리 차감 할인은 조건을 모두 충족한 한 건에 중복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KB국민카드의 이 카드 상품 안내에는 ‘이 카드로 할인받은 이용건의 전체 금액’을 전월실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온누리 안내의 일반적인 실적 포함 문구만 보고 시장에서 쓴 10만 원을 다음 달 40만 원 실적에 보태면 안 되는 이유다. 상품권 구입·충전액도 실적과 할인 대상에서 빠진다.
실적 40만 원을 이미 채웠다고 생각한 달을 가정해 보자. 생활비 35만 원과 온누리 결제 10만 원을 이 카드로 썼는데, 온누리 결제에서 카드 할인을 받았다면 다음 달 실적 계산에 남는 금액은 35만 원이다. 45만 원을 썼다는 체감과 달리 40만 원 문턱을 넘지 못한다. 아파트관리비, 세금, 공과금, 4대 보험료 등도 이 카드의 실적 제외 대상이어서 생활비 35만 원마저 전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월 10만 원 장보기에서 실제 남는 금액
전월에 인정되는 일반 소비 40만 원을 별도로 채웠고, 이번 달에는 전통시장 가맹점이면서 온누리 가맹점인 곳에서 등록 카드로 10만 원을 쓴다고 가정하자. 거래는 건당 1만 원 이상이고 두 할인 한도도 남아 있다. 온누리 구매 할인 7천 원, 전통시장 카드 할인 5천 원, 온누리 차감 카드 할인 5천 원을 합쳐 총 1만 7천 원이다. 같은 조건이 12개월 이어지면 20만 4천 원이다.
여기서 연회비를 빼야 한다. KB 전통시장온누리카드의 일반 실물카드 연회비는 2만 원이다. 위 조건이 매달 유지되면 첫해 계산상 18만 4천 원이 남는다. 다만 온누리 구매 할인 7천 원은 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카드 발급으로 추가되는 혜택만 보면 월 1만 원, 연 12만 원에서 연회비를 뺀 10만 원이다. 다른 카드로 받을 수 있었던 할인까지 포기했다면 그 차액도 더 빼야 한다.
연회비 손익분기도 카드 추가 할인만으로 계산하는 편이 맞다. 두 종류의 카드 할인이 모두 적용되는 40만 원 실적 구간에서는 온누리 사용액 월 약 1만 7천 원이 1년 내내 반복돼야 연회비 2만 원을 겨우 넘는다. 전통시장 할인 없이 온누리 차감 할인 5%만 받는다면 월 약 3만 4천 원이 필요하다. 둘 다 월 할인한도에 도달하기 전이라는 전제다.
4. 실적을 억지로 채워야 한다면 계산이 달라진다
이미 매달 인정 소비 40만 원을 이 카드에 모으는 사람에게는 온누리 결제가 추가 이익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결제 10만 원을 실적에 넣어 40만 원을 채우려던 사람은 다음 달 혜택이 끊길 수 있다. 다른 카드에서 할인받던 생활비를 옮겨 오거나 필요 없는 소비를 늘려 40만 원을 맞춘다면, 앞의 연 10만 원도 실제 이익이 아니다.
80만 원 구간의 숫자는 더 화려하다. 같은 시장·온누리 가맹점에서 월 10만 원을 쓰면 카드 할인만 최대 2만 원, 온누리 구매 할인까지 합쳐 2만 7천 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할인받은 10만 원은 다음 달 실적에서 제외되므로, 80만 원도 다른 인정 소비로 채워야 한다. 월 할인한도를 넘는 시장 지출에는 같은 비율의 카드 할인이 계속 붙지 않는다.
연회비가 없는 KB 전통시장온누리체크카드도 비교할 만하다. 전월실적 40만 원 이상일 때 전통시장과 온누리 차감 이용에 각각 5%, 월 최대 2천 원씩 적용된다. 월 10만 원 장보기라면 카드 할인은 최대 4천 원으로 신용카드의 1만 원보다 적지만 연회비는 없다. 신용카드의 추가 할인 차이 월 6천 원이 연회비 2만 원을 넘으려면 같은 소비가 적어도 네 달은 이어져야 한다. 체크카드는 실적 제외 항목도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는 온누리 카드 혜택을 볼 때 충전 할인은 먼저 떼어 놓고, 카드가 추가로 주는 금액만 계산한다. 그다음 할인받은 결제를 제외하고도 다음 달 실적을 채울 수 있는지 본다. 시장에 자주 간다는 사실보다 그 숫자가 맞는지가 카드 선택을 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