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SSD를 바꾼 뒤 새 드라이브가 인식되는데도 윈도우가 뜨지 않는 PC를 봤습니다. SSD에 파일을 복사하면 운영체제도 따라올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부팅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EFI 파티션까지 필요합니다. 먼저 기존 윈도우를 그대로 옮길지, 새로 설치할지 정해야 작업 순서가 깔끔해집니다.
교체 전에 확인할 세 가지
첫째는 SSD 규격입니다. 2.5인치 SATA SSD를 쓰던 PC라도 메인보드에 M.2 슬롯이 있다면 NVMe SSD를 달 수 있을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M.2는 모양을 뜻할 뿐, 모든 M.2 슬롯이 NVMe를 지원하는 건 아닙니다. 메인보드 설명서에서 슬롯이 지원하는 방식과 길이를 확인하세요. 노트북은 분해 전에 저장장치 교체가 가능한 모델인지도 봐야 합니다.
둘째는 백업입니다. 바탕 화면, 문서, 사진뿐 아니라 브라우저 북마크, 게임 저장 파일, 프로그램 라이선스 정보도 별도 저장장치에 옮깁니다. 클라우드 동기화 중이라는 표시만 믿지 말고 중요한 파일 몇 개를 직접 열어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새 SSD에 윈도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디스크를 잘못 선택하면 기존 데이터가 지워질 수 있습니다.
셋째는 암호화와 인증 상태입니다. 윈도우 설정에서 장치 암호화 또는 BitLocker가 켜져 있다면 복구 키를 먼저 확보하세요. 저장장치와 부팅 구성을 바꾼 뒤 복구 키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설정의 ‘시스템 → 정품 인증’에서 현재 에디션이 Home인지 Pro인지도 기록해 둡니다. 같은 PC에 같은 에디션을 다시 설치하면 기존 디지털 라이선스로 온라인 인증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SSD만 교체한다고 윈도우 라이선스를 새로 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윈도우를 그대로 옮길 때
프로그램 설치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디스크 복제를 선택합니다. 새 SSD를 빈 슬롯이나 USB 외장 케이스로 연결한 뒤, 복제 프로그램에서 기존 SSD를 원본, 새 SSD를 대상으로 지정합니다. 방향을 반대로 고르면 데이터가 사라지므로 모델명과 용량을 한 번 더 대조하세요. C드라이브만 복사하지 말고 EFI 시스템 파티션과 복구 파티션을 포함해 디스크 전체의 부팅 구성을 옮겨야 합니다.
새 SSD의 용량은 최소한 실제 사용 중인 데이터보다 커야 합니다. 다만 복제 프로그램에 따라 원본 디스크의 파티션 크기를 먼저 줄여야 작은 SSD로 옮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TB SSD에서 300GB를 사용 중이라도 500GB SSD로 곧바로 복제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BitLocker나 장치 암호화가 켜져 있다면 복제 프로그램의 안내를 확인하고, 복구 키를 확보한 상태에서 진행합니다.
복제가 끝나면 PC를 끄고 기존 SSD를 잠시 분리한 채 새 SSD만으로 부팅해 봅니다. 두 드라이브가 함께 연결돼 있으면 어느 쪽의 부팅 파일을 쓰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부팅이 안 된다면 BIOS 또는 UEFI의 부팅 순서에서 새 SSD의 ‘Windows Boot Manager’를 선택했는지 확인합니다. 정상 부팅과 파일 확인을 마친 뒤에야 기존 SSD를 지우는 게 좋습니다.
새로 설치할 때는 대상 디스크부터 확인
기존 윈도우에 오류가 쌓였거나 프로그램을 새로 구성할 생각이라면 클린 설치가 편합니다. 다른 정상 PC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설치 미디어 만들기 도구로 빈 USB 메모리를 준비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내하는 최소 용량은 8GB이며, 만드는 과정에서 USB 안의 파일은 지워집니다.
가능하면 설치하는 동안 기존 SSD를 분리하세요. 설치 화면에서 디스크를 고르기 쉽고, 부팅 파티션이 기존 SSD에 만들어지는 상황도 피할 수 있습니다. USB로 부팅한 다음 새 SSD의 용량과 모델을 확인하고 설치 대상을 선택합니다. 새 SSD에 기존 파티션이 있더라도 삭제 전에 대상이 맞는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설치가 끝나고 인터넷에 연결되면 정품 인증 상태를 살펴봅니다. 제품 키 입력 화면에서는 기존 디지털 라이선스가 있는 PC라면 ‘제품 키가 없음’을 선택하고, 이전에 쓰던 에디션과 동일한 에디션을 설치하면 됩니다.
부팅 후 확인하면 좋은 것
첫 부팅이 됐다고 바로 기존 SSD를 포맷하지는 않습니다. 디스크 관리에서 새 SSD의 전체 용량이 잡히는지, 복제했다면 C드라이브가 원하는 크기로 확장됐는지 확인합니다. 장치 관리자에 인식되지 않은 장치가 있는지 보고 윈도우 업데이트를 진행한 뒤, 메인보드나 노트북 제조사의 칩셋·네트워크 드라이버가 필요한지도 확인하세요.
체감 속도는 SSD의 최대 전송 속도 숫자만큼 극적으로 벌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미 SATA SSD를 쓰던 PC라면 윈도우 로그인이나 웹 브라우저 실행보다 큰 파일 복사, 게임 로딩 같은 작업에서 차이가 더 잘 보입니다. 그래서 교체 작업에서는 속도 측정값보다 새 SSD만 연결한 상태로 안정적으로 부팅되는지, 필요한 파일이 모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