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에는 무엇이 유행하고 시민의 소비와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여주도서관이 새해의 변화를 한발 앞서 살펴보는 인문학 강연을 마련했다. 시민들은 갓 출간된 전망서의 핵심 내용을 공저자의 설명으로 접하며 빠르게 달라지는 사회와 소비 흐름을 차분히 짚어봤다.
책이 익숙하지 않은 시민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2027년의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자리였다. 가까운 공공도서관이 독서 공간을 넘어 시민의 배움과 문화생활을 뒷받침하는 생활 속 인문학 공간으로 기능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주도서관에서 만난 2027년
여주도서관은 2026년 10월 19일 오후 7시 여강홀에서 ‘2026 꿈꾸는 여주 인문학 특강’ 제1부를 열었다. 강연 주제는 ‘트렌드 코리아 2027 소비 트렌드로 바라보는 2027 대한민국’이었다.
강연은 트렌드 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한다혜 연구위원이 맡았다. 한다혜 연구위원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소비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비롯해 ‘K뷰티 트렌드’, ‘스물하나 서른아홉’ 등의 집필에 참여했다.
한다혜 연구위원은 강연에서 2017년부터 ‘트렌드 코리아’ 작업에 참여했으며 2021년부터 공저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7’은 2026년 9월 말 출간됐다. 이에 따라 이날 참석자들은 출간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책의 주요 내용을 공저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강연 초반 책을 읽어 본 사람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손을 든 시민은 많지 않았다. 객석은 책을 미리 읽은 사람보다 강연을 통해 2027년의 흐름을 먼저 접하려는 시민들로 채워졌다.
지나친 변동성으로 본 2026년
2027년 전망에 앞서 강연은 2026년의 소비와 사회 흐름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했다. 한다혜 연구위원이 제시한 2026년의 특징은 ‘지나친 변동성’이었다. 유행이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면서 소비자의 관심과 선택도 짧은 주기로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음식 분야에서는 두쫀쿠를 시작으로 버터떡, 봄동비빔밥, 우베, 한정선, 피자설기로 이어진 유행 사례가 소개됐다. 한다혜 연구위원이 이 가운데 다섯 가지 이상을 먹어 봤다면 트렌드세터라고 설명하자 객석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친숙한 먹거리 사례를 통해 유행의 교체 속도를 실감하게 한 대목이었다.
변동성은 식탁에만 머물지 않았다. 강연에서는 2026년 7월 서킷브레이커 발동을 비롯한 주식시장의 급격한 움직임과 이용하던 인공지능 서비스를 수시로 바꾸는 현상도 함께 제시됐다.
국내총생산이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경기는 나쁜 상태를 가리키는 ‘바이브세션’도 언급됐다. ‘트렌드 코리아’ 히트상품 조사에서 사상 처음으로 주식이 2026년 1위에 올랐다는 내용 역시 한 해의 높은 변동성과 불안정한 체감 분위기를 보여 주는 사례로 설명됐다.
2027년 표제어 알파쉽
2027년의 표제어는 ‘ALPHA SHEEP’, 우리말로 ‘알파쉽’이다. 2027년이 양띠 해라는 점에서 착안한 표현으로, 양 떼 속에서 시류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무리의 앞에서 먼저 길을 여는 ‘우두머리 양’이 되자는 뜻을 담았다.
2027년을 설명하는 10대 키워드의 영문 첫 글자를 차례로 이으면 ‘ALPHA SHEEP’이 완성된다.
- 권태사회
- 라이프 ROI
- 폼팩터 시프트
- 해봄경제
- 저장인류
- 바이브 워킹
- 리텐션 전략
- 휴먼엣지
- 하프시그널
- 안목자본
강연에서는 2027년의 주인공이 인공지능 자체는 아니라는 설명도 나왔다. 2009년 ‘울트라 모바일’ 이후 모바일이 별도의 핵심 키워드로 다시 등장하지 않았듯이, 인공지능 역시 일상과 산업 전반에 너무 당연하게 자리 잡아 모든 키워드의 바탕에 깔리는 ‘범용재’가 됐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하나의 특별한 유행으로 분리하기보다 모든 변화에 기본적으로 작용하는 환경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자극이 넘치는 권태사회
강연에서 구체적으로 다룬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권태사회’였다. 이는 자극과 볼거리가 넘치지만 오히려 어느 것에도 충분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바쁜 권태’를 뜻한다.
부산의 ‘부캉이’를 보기 위해 2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몰린 현상과 엘리베이터 안의 짧은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빈틈을 채우는 행동이 사례로 제시됐다. 필요한 것이 이미 다 있어 갖고 싶은 물건이 없다며 생일선물을 거절한 6살 아이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이 사례들은 자극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극이 지나치게 많아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빠르게 낮아지는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됐다. 한다혜 연구위원은 지금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수행하는 일의 의미를 계속 되새기는 태도를 해법으로 제안했다.
완벽함보다 시작하는 해봄경제
한다혜 연구위원이 특히 비중 있게 설명한 키워드는 ‘해봄경제’였다. 완벽하게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우선 시작하고, 실행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가는 경제 활동을 뜻한다.
20년 경력의 라디오 작가가 인공지능 성우를 활용해 동화 오디오북을 직접 출간한 사례가 소개됐다.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그늘이 있는 길만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대학생과 누구든 한 권부터 책을 낼 수 있는 자가 출판도 해봄경제의 사례로 제시됐다.
서로 다른 사례의 공통점은 거창한 준비보다 먼저 시도했다는 데 있었다.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제작 수단이 늘어나면서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옮기는 문턱이 낮아졌다는 흐름을 보여 줬다.
강연 도중 북한산 등반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가 어디인지 묻는 질문에 한 시민이 ‘현관문’이라고 답하면서 객석에 웃음이 번졌다. 한다혜 연구위원도 가장 어려운 코스는 집의 현관문이라며 우선 시작하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봄경제의 핵심은 처음부터 완성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작은 행동으로 출발한 뒤 경험을 쌓고 결과를 다듬어 가는 데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안목자본
강연의 마지막 메시지는 ‘안목’에 모였다. 인공지능이 공기처럼 일상화하는 시대에는 사람의 판단과 선택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한다혜 연구위원은 권태를 성급하게 다른 자극으로 채우지 말고, 결과물에 사람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도록 시간과 마음의 여력을 충전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시민들은 2026년의 변동성을 돌아본 뒤 권태사회와 해봄경제, 안목자본을 중심으로 2027년의 변화를 살펴봤다. 생활 속 사례와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과 반응이 나왔고, 익숙하게 지나쳤던 소비 행동을 다시 생각해 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번 강연은 시민들이 먼 곳을 찾지 않고도 지역 도서관에서 새롭게 출간된 책의 공저자를 만나 사회 변화를 배우는 자리였다. 여주도서관은 시민의 독서와 학습을 잇는 공공문화 공간으로서 인문학을 생활 가까이 전달했다.
다음 강연은 조선의 왕과 참모들
‘2026 꿈꾸는 여주 인문학 특강’ 제2부는 2026년 11월 11일 수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여주도서관 여강홀에서 열린다.
강연자는 건국대학교 사학과 신병주 교수다. 신병주 교수는 KBS ‘역사저널 그날’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에 출연했으며, 제2부에서는 ‘역사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조선의 왕과 참모들’을 주제로 강연한다.
제2부 신청은 여주시립도서관의 강좌 신청 절차 또는 여주시립도서관 전화 접수를 통해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