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권 설정자를 잘못 읽고 입찰할 뻔한 이야기

전세권 설정자를 잘못 읽고 입찰할 뻔한 이야기

입찰 전날 등기부를 보다가 ‘전세권 설정자’라는 말을 전세금을 받을 사람으로 읽는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지만, 이 둘을 바꿔 읽으면 입찰가 계산부터 틀어집니다. 경매에서는 그 착각이 몇 천만 원짜리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전세권 설정자는 전세금을 받은 쪽이다

전세권 설정자는 자기 부동산에 전세권을 설정해 준 사람입니다. 보통 설정 당시의 소유자죠. 전세금을 지급하고 그 부동산을 사용하며, 등기된 전세권을 가진 사람은 ‘전세권자’입니다. 등기부에 ‘전세권설정’이라고 적힌 것은 등기 목적이고, 그 아래 ‘전세권자’로 적힌 사람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를 가진 쪽입니다.

민법 제317조는 전세권이 소멸하면 전세권 설정자가 목적물 인도와 말소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받는 동시에 전세금을 반환하도록 정합니다. 다만 등기부에서 오래전 설정자의 이름을 찾았다고 해서 그 사람만 현재 반환 의무를 진다고 단정하면 곤란합니다. 대법원은 전세권이 설정된 뒤 소유권이 이전되면 새 소유자가 전세권 관계의 당사자가 되어, 전세권 소멸 시 전세금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설정 당시 소유자와 현재 소유자를 따로 확인합니다.

낙찰자가 떠안는 돈인지는 순위부터 봐야 한다

초보 때 가장 위험한 문장은 “전세권이 있으니 낙찰자가 전세금을 무조건 돌려줘야 한다”입니다. 반대편의 “경매가 끝나면 전세권은 다 지워진다”도 틀릴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91조에 따라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는 전세권은 매각으로 소멸합니다. 그보다 앞서 대항할 수 있는 전세권은 원칙적으로 매수인이 인수하지만, 전세권자가 적법하게 배당요구를 하면 매각으로 소멸합니다.

가령 건물에 2020년 전세금 1억 5천만 원의 전세권이 등기되고, 2022년 근저당권이 등기됐다고 합시다. 뒤의 근저당권자가 경매를 신청했고 앞선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그 전세권은 매수인이 인수할 수 있습니다. 낙찰가를 1억 8천만 원으로 써냈다면 ‘1억 8천만 원에 샀다’고 계산할 일이 아닙니다. 인수할 전세금 1억 5천만 원에 취득세, 등기비용, 자금조달 비용까지 넣어야 실제 부담이 보입니다. 시세가 3억 2천만 원이라면 입찰가만 보고 싸다고 할 수 없겠죠. 이 숫자는 판단 방법을 보여 주기 위한 가정이고, 실제 부담은 권리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대로 전세권보다 먼저 근저당권이 있다면 뒤의 전세권은 매각으로 소멸하는지 검토합니다. 여기서도 ‘전세권 등기만 없어지면 점유 문제도 끝’이라고 넘기지는 않습니다. 같은 사람이 주택 임차인으로서 별도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여지가 있는지, 전입과 점유는 언제 시작됐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등기 하나로 현장에 사는 사람의 지위를 전부 읽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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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요구 한 줄이 입찰가를 바꾼다

선순위 전세권 물건에서 제가 가장 먼저 찾는 서류는 매각물건명세서와 배당요구 내역입니다. ‘배당요구가 있겠지’라는 예상으로 입찰하지 않습니다. 배당요구 종기까지 누가 어떤 권리로 요구했는지 사건기록에서 확인하고, 명세서에 인수되는 권리가 어떻게 기재됐는지도 읽습니다. 서류끼리 맞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으면 그 상태로 가격부터 쓰지 않습니다.

특히 배당요구가 있다는 말과 전세금 전액을 배당받는다는 말은 다릅니다. 배당 순위와 매각대금, 다른 채권을 함께 봐야 실제 배당액이 나옵니다. 또 전세권자의 채권자가 전세금반환채권을 압류했다는 사정만으로 전세권자 본인의 배당요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에도 채권자의 배당요구를 전세권자의 배당요구로 볼 수 없어 선순위 전세권이 매수인에게 인수된 사례가 있습니다. 서류의 제목보다 누가, 어떤 자격으로 요구했는지가 중요합니다.

현장에선 등기 범위와 사람을 함께 본다

전세권 등기에는 전세금과 등기일뿐 아니라 목적 범위도 적힙니다. 건물 전체인지 일부 층·호실인지부터 확인합니다. 건물 일부에 설정된 권리를 건물 전체에 걸린 것처럼 계산해도 틀리고, 반대로 일부라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봐도 곤란합니다. 등기부의 전세권 표시, 건축물대장, 현황조사보고서, 실제 점유 부분을 서로 맞춰 봐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확인합니다. 현재 소유자, 등기된 전세권자, 실제 점유자가 같은 조합일 수도 있고 서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전세권 양도나 전세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가 보이면 상대방과 지급 관계가 더 복잡해집니다. 이럴 때는 등기부의 갑구와 을구만 훑고 끝내지 않고 사건기록의 관련 서류까지 확인합니다. 점유자가 있다면 보증금 반환과 인도 문제를 빼고 명도비만 대충 잡는 계산도 피합니다.

저는 입찰표를 쓰기 전에 종이에 세 줄을 적습니다. ‘전세권자는 누구인가’, ‘이 권리는 매각으로 소멸하는가’, ‘인수한다면 전세금과 부대비용을 더한 금액이 시세보다 충분히 낮은가’. 셋 중 하나라도 서류로 답이 안 나오면 그 물건은 그냥 넘길 때가 많습니다. 경매장에는 다음 물건이 또 나오지만, 잘못 인수한 전세금은 낙찰 뒤에 없던 일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전세권 설정자를 잘못 읽고 입찰할 뻔한 이야기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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