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 시간에 학생이 “선생님께서 오셨어요”에서 ‘께서’와 ‘-시-’ 중 무엇이 높임말이냐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둘 다 높임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을 듣는 사람이 친구라면 ‘오셨어’라고 말할 수도 있지요. 높임말은 공손한 말을 한데 모아 놓은 목록이 아닙니다. 문장 속 누구를 높이는지에 따라 쓰는 자리가 달라집니다.
높임말 종류를 가르는 기준은 사람의 자리입니다
학교 문법에서는 높임 표현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행동하는 사람을 높이는 주체 높임, 그 행동이 향하는 사람을 높이는 객체 높임, 말을 듣는 사람을 높이는 상대 높임입니다. ‘누가 했나, 누구에게 했나, 누구에게 말하나’를 차례로 떠올리면 이름도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께서 할머니께 선물을 드리셨어요”에는 세 가지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선물을 준 어머니는 ‘께서’와 ‘-시-’로, 선물을 받은 할머니는 ‘께’와 ‘드리다’로 높였습니다. 끝의 ‘-어요’는 이 말을 듣는 사람에게 공손한 말투를 만듭니다. 한 문장에 높임 표현이 여럿 보이는 까닭은 같은 사람을 거듭 높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행동하는 사람을 높이는 주체 높임
“선생님이 교실에 온다”를 “선생님께서 교실에 오신다”로 바꾸면 주체 높임이 드러납니다. 주어인 선생님을 높이려고 조사 ‘께서’를 쓰고, 동사에 ‘-시-’를 붙인 것입니다. “선생님이 교실에 오신다”처럼 ‘께서’ 없이도 ‘-시-’로 주체를 높일 수 있습니다. 높임의 중심을 찾을 때는 우선 누가 오는지 살피면 됩니다.
때로는 말 자체가 달라집니다. 어른이 집에 계시다, 식사를 하시다, 밤에 주무시다처럼 말하지요. “할머니가 잔다”보다 “할머니께서 주무신다”가 자연스러운 이유도 할머니가 그 행동의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주무시다’에 이미 높임의 뜻이 있으므로 높일 말을 찾을 때 무조건 ‘-시-’만 덧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사람이 아닌 물건까지 높이면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가게에서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주문한 손님은 높일 수 있지만, 나온 주체는 커피입니다. 이때는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가 알맞습니다. 앞의 ‘주문하신’은 손님의 행동을 높이고, 뒤의 ‘나왔습니다’는 커피에 맞게 말한 표현입니다.
행동이 향하는 사람을 높이는 객체 높임
“제가 선생님께 책을 드렸어요”에서는 책을 준 사람이 ‘저’입니다. 높임을 받는 사람은 책을 받는 선생님이지요. 그래서 ‘에게’ 대신 ‘께’를 쓰고, ‘주다’ 대신 ‘드리다’를 씁니다. 국립국어원도 객체 높임을 설명할 때 ‘드리다’, ‘뵙다’, ‘여쭈다’ 같은 말을 예로 듭니다.
“내일 교장 선생님을 뵙겠습니다”도 같은 원리입니다. ‘보다’의 대상인 교장 선생님을 높여 ‘뵙다’라고 했습니다. “선생님께 여쭈었습니다”에서는 질문을 받는 선생님을 높였습니다. 객체 높임은 문장 끝을 공손하게 만드는 일과 다릅니다. “선생님께 책을 드렸어”는 듣는 친구에게는 편하게 말하지만, 책을 받는 선생님은 높인 문장입니다.
주체 높임과 객체 높임이 한 문장에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할머니께 선물을 드리셨어요”에서 ‘드리다’는 선물을 받는 할머니를, ‘-시-’는 선물을 주는 어머니를 높입니다. 같은 동사에 붙어 있어도 각각 향하는 사람이 다른 셈입니다.
듣는 사람을 높이는 상대 높임
상대 높임은 문장 안의 주어나 목적어보다 지금 내 말을 듣는 사람과 관계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선생님 오셨어”라고 했다면 선생님은 높였지만 친구에게는 편하게 말한 것입니다. 같은 소식을 학부모에게 “선생님 오셨어요”라고 전하면 듣는 사람을 대하는 말투가 달라집니다.
국어 문법에서는 상대 높임의 말투를 하십시오체, 하오체, 하게체, 해라체, 해요체, 해체 등으로 설명합니다. 일상에서 먼저 구별할 만한 것은 “합니다”처럼 격식을 갖춘 말, “해요”처럼 두루 공손하게 쓰는 말, “해”처럼 가까운 사이에서 쓰는 말입니다. 높임은 ‘높다, 낮다’만으로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발표 자리인지, 친한 사람과 나누는 대화인지도 말투를 고르는 기준이 됩니다.
같은 내용을 “할머니께서 주무십니다”, “할머니께서 주무세요”, “할머니 주무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 문장 모두 주무시는 할머니를 높입니다. 달라지는 것은 주로 듣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문장 끝이 공손하다고 해서 그 문장에 나온 모든 사람을 높였다고 생각하면 헷갈립니다.
높임말을 고칠 때 저는 학생들에게 먼저 세 사람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행동하는 사람, 그 행동이 향하는 사람, 지금 듣는 사람입니다. 자리가 보이면 ‘-시-’, ‘드리다’, ‘-어요’가 각각 왜 쓰였는지도 보입니다. 표현을 통째로 외우는 것보다 그 말을 누구에게 건네는지 생각하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