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국가범죄에 맞선 범정부 체계가 가동된 지 1년 만에 동남아시아 지역 범죄자 검거 인원과 해외 도피사범 송환 인원이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동남아 지역 검거 인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배, 도피사범 송환 인원은 2.6배로 증가했다. 캄보디아 스캠 관련 납치·감금 피해신고와 보이스피싱 피해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정부는 21일 이 같은 성과가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을 국내에서 사후 수사하는 데 머물지 않고, 범죄가 발생하는 해외 거점을 현지에서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결과라고 밝혔다. 수사·외교·사법·금융 분야의 역량을 하나로 모으고 대통령 정상외교까지 결합하면서 장기간 해결하지 못했던 도피사범 송환도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1년의 핵심 변화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대응 역량을 하나의 체계로 묶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를 중심으로 핵심 조직원과 해외 도피사범을 추적하고, 현지 당국과 공조해 범죄거점을 단속하는 데 집중했다.
범정부 체계는 어떻게 시작됐나
범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움직임은 2025년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납치·감금과 스캠 범죄가 잇따르면서 시작됐다. 한국인 대학생 납치·살해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해외 범죄조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0월 11일 우리 국민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 23일 관계장관회의에서는 수사와 외교, 사법, 금융 등 국가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총력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2025년 10월 18일 캄보디아에서 스캠 범죄조직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64명을 전세기로 강제송환했다. 11월에는 캄보디아 현지에 한국과 캄보디아 경찰의 합동 근무 체계인 코리아전담반을 설치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한국인 대학생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인 리광호를 검거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스캠뿐 아니라 마약과 사이버범죄, 사이버도박 등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 만들어졌다. 범정부 컨트롤타워인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는 2025년 12월 29일 공식 출범했다.
TF 출범은 해외 사건을 개별 부처가 각각 처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의 관련 기능을 한데 묶는 전환점이 됐다. 범죄조직의 활동 지역과 수법이 여러 국가와 분야에 걸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수사와 외교, 사법, 금융 기관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갖춘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26년 1월 26일 TF 사무실을 찾아 캄보디아 현지 검거와 국내 송환 과정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는 부처의 경계를 넘어서는 유기적인 공조체계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73명 역대 최대 규모 단체송환
범정부 체계가 구축된 뒤 가장 뚜렷하게 달라진 부분은 해외 범죄거점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국내에서 개별 피해 사건을 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범죄가 실제로 벌어지는 해외 거점을 현지 당국과 함께 단속하는 방식으로 범위를 넓혔다.
정부는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현지 당국과 공조해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온 스캠 조직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2026년 1월 23일 피의자 73명을 국내로 단체 송환했다. 한 번에 송환한 인원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들은 우리 국민 869명을 상대로 모두 486억 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정부는 해외에 범죄거점을 설치하면 국내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범죄조직의 인식을 깨뜨리고, 국경 밖에서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줘도 끝까지 추적한다는 원칙을 이번 송환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73명 단체송환은 해외 거점 단속과 현지 검거, 국내 이송, 수사기관 인계가 하나의 범정부 체계 안에서 연결된 사례다. 개별 피의자를 따로 데려오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조직 가담자들을 동시에 송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박왕열 10년 만에 국내 송환
필리핀에 수감돼 있던 박왕열의 국내 송환도 범정부 공조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박왕열은 국내 마약 유통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아왔지만, 정부가 지속해서 송환을 시도했음에도 10년 가까이 국내로 데려오지 못했던 장기 현안이었다.
정부는 TF 출범 이후 박왕열 송환을 주요 현안으로 관리했다. 외교부와 법무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공조도 확대했다. 수사기관의 추적과 관계부처의 국제공조에 정상외교를 결합해 막혀 있던 송환 절차를 풀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26년 3월 필리핀을 방문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박왕열의 국내 인도를 직접 요청했다. 그로부터 3주 만인 3월 25일 박왕열의 국내 송환이 성사됐다.
정부는 박왕열을 국내로 데려오는 데서 수사를 끝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단서를 토대로 태국 현지에서 마약 공급책 최병민을 추가로 검거해 송환했다. 관련 마약 유통조직의 구조와 범행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장기간 풀리지 않았던 도피사범 문제에 수사·외교 역량과 정상외교를 함께 투입해 실제 송환으로 연결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불법 도박사이트 총책도 송환
정부는 단순 가담자 검거에 머물지 않고 해외에서 범죄조직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총책과 핵심 인물을 겨냥했다. 조직의 말단을 붙잡는 것만으로는 범죄 기반을 없애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휘부까지 추적하는 조직 와해형 수사에 힘을 모았다.
그 결과 10조 원 규모 불법 도박사이트 조직의 총책을 아랍에미리트 당국과 공조해 현지에서 검거했다. 해당 총책은 2026년 7월 4일 국내로 송환됐다.
또 다른 3조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의 총책급 핵심 조직원도 해외에서 검거돼 2026년 10월 14일 국내로 송환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해외에 숨어 범죄를 설계하고 지시하는 핵심 인물까지 추적해 범죄조직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식은 단순히 검거 인원을 늘리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해외 거점에서 자금과 조직원을 관리하고 범행을 지휘하는 핵심 인물을 붙잡아 조직의 운영 능력을 약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거점을 옮긴 스캠 조직도 추적
캄보디아 단속 이후 다른 국가로 이동한 범죄조직에 대한 추적도 이뤄졌다. 단속이 집중된 지역을 피해 새로운 국가에 거점을 만드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캄보디아에서 빠져나와 카자흐스탄에 새로운 거점을 만든 한국인 스캠 조직을 현지 당국과 함께 추적했다. 2026년 7월 23일 조직원 14명을 검거해 국내로 송환했다.
이는 특정 국가를 한 차례 단속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범죄조직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새로운 거점을 다시 찾아내는 상시 체계가 작동한 사례다. 범죄조직이 국경을 넘어 활동 지역을 바꾸더라도 추적을 이어간다는 원칙이 실제 검거와 송환으로 연결됐다.
검거와 송환 얼마나 늘었나
범정부 활동의 결과는 올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동남아 지역에서 검거된 인원은 834명이다. 2025년 같은 기간 340명과 비교하면 2.5배로 늘었다.
해외 도피사범의 국내 송환 인원은 같은 기간 254명에서 655명으로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2.6배다. 해외 현지 단속과 신속한 송환,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가 함께 이뤄지면서 검거 이후 국내 사법절차로 연결된 인원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 구분 | 2025년 1월부터 9월 | 2026년 1월부터 9월 | 변화 |
|---|---|---|---|
| 동남아 지역 검거 | 340명 | 834명 | 2.5배 |
| 도피사범 송환 | 254명 | 655명 | 2.6배 |
검거와 송환 증가뿐 아니라 국민이 실제로 입은 범죄 피해도 감소했다. 캄보디아 스캠과 관련한 납치·감금 등 피해신고는 386건에서 19건으로 줄었다. 감소율은 95.1%다.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건수는 1만8746건에서 9333건으로 50.2% 감소했다. 피해액은 9867억 원에서 4196억 원으로 줄어 감소율 57.5%를 기록했다.
| 피해 지표 | 이전 수치 | 최근 수치 | 감소율 |
|---|---|---|---|
| 캄보디아 스캠 관련 납치·감금 등 신고 | 386건 | 19건 | 95.1% |
| 보이스피싱 발생 | 1만8746건 | 9333건 | 50.2% |
| 보이스피싱 피해액 | 9867억 원 | 4196억 원 | 57.5% |
검거와 송환 실적의 증가가 피해신고와 피해액 감소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범정부 체계의 실질적인 억제 효과가 수치로 나타났다. 해외 범죄거점 단속과 핵심 인물 검거, 국제공조가 국민 피해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마약 1339kg 적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마약을 차단하기 위한 부처 간 공조도 확대됐다. 정부는 5개 우편집중국에 2차 저지선을 구축해 국제우편 등을 이용한 마약 반입을 막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적발된 마약은 모두 1339kg으로 집계됐다. 국내 반입 목적의 적발 건만을 기준으로 보면 2025년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정부는 해외 공급 단계와 국내 반입 단계에서 관계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인 결과로 평가했다. 해외 거점의 마약 공급책을 추적하는 동시에 국내 유입 통로에서도 차단망을 운용한 것이다.
범죄자금 차단 제도도 시행
범죄조직의 활동 기반을 약화하기 위한 법과 제도 정비도 병행됐다. 2026년 6월부터 금융위원회의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 제도가 시행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의심계좌에 있는 범죄자금의 흐름을 조기에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6년 8월에는 법무부의 독립몰수제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범인이 사망하거나 해외로 도피한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검거와 처벌만으로 대응을 끝내지 않고 범죄수익의 추적과 동결, 환수까지 연결해 조직의 물적 기반을 약화하려는 취지다. 범죄자가 해외에 머물러 있다는 이유로 불법 수익을 지키지 못하도록 제도적 수단을 보완한 것이다.
앞으로 달라질 대응 방향
정부는 지난 1년간 구축한 범정부 협업체계를 토대로 초국가범죄에 대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해외 범죄거점 현지 단속과 총책·핵심 조직원 검거, 신속한 국내 송환을 서로 연결하고 범죄수익의 추적·동결·환수도 함께 진행한다.
피해자 구조와 보호, 주요국과의 국제공조도 연계한다. 범죄조직 구성원을 검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직의 인적·물적 기반을 함께 약화해 범죄를 반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 해외 범죄거점에 대한 현지 단속
- 총책과 핵심 조직원의 추적·검거
- 도피사범의 신속한 국내 송환
- 범죄수익 추적과 동결·환수
- 피해자 구조와 보호
- 주요 국가와의 국제공조
- 범죄 억제와 예방을 위한 법·제도 정비
이 대통령은 TF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초국가범죄가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범행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며 엄정한 조치를 주문했다. 우리 국민을 범죄 대상으로 삼으면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동남아 현지에 알릴 것도 지시했다.
정부의 원칙은 범죄자가 어느 나라에 숨어 있더라도 끝까지 추적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범죄의 표적으로 삼은 조직에는 반드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이 원칙은 캄보디아 피의자 73명 단체송환과 박왕열 송환, 아랍에미리트 도피 총책 검거, 카자흐스탄 스캠 조직원 송환 등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는 부처별 역량을 하나로 모은 현재의 체계를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해외 범죄조직을 계속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현지 단속부터 국내 송환과 수사, 범죄수익 환수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초국가범죄의 기반을 약화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