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급등한 알트코인을 보다가 매수 버튼에서 손을 뗐다. 5분 봉은 강했지만, 거래량이 몰린 곳은 한 거래소뿐이었다. 이런 장면을 몇 번 겪고 나면 코인 단타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상승률이 아니라 그 가격에 실제로 얼마나 거래할 수 있는지라는 생각이 든다.
1. 거래량은 증가율보다 거래된 자리를 본다
평소 5분 거래량이 10억 원인 종목에서 30억 원이 찍히면 눈길이 간다. 다만 3배라는 숫자만으로 매수세가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 거래가 늘었는지, 긴 윗꼬리를 남기며 거래가 터졌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후자는 급하게 따라 산 물량을 누군가 받아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
나는 같은 시간대의 거래량을 비교한다. 새벽의 30억 원과 평소 거래가 활발한 시간의 30억 원은 무게가 다르다. 한 거래소에서만 급등했다면 다른 주요 거래소의 가격과 거래량도 확인한다. 가격 차이가 금방 사라지는지, 거래가 여러 곳으로 확산되는지가 다음 봉보다 유용할 때가 많다.
2. 호가 간격과 잔량이 진입 비용을 만든다
차트상 0.5% 수익 구간이 보여도 실제 매매에서는 그대로 가져가기 어렵다. 매수와 매도 호가 사이가 0.1%, 왕복 수수료가 0.1%, 진입과 청산의 미끄러짐이 합쳐 0.15%라면 비용만 약 0.35%다. 이 수치는 설명을 위한 가정이다. 종목과 주문 크기,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비용은 달라진다.
코인베이스의 호가창 설명대로 시장가 주문은 원하는 가격의 물량이 부족하면 다음 가격대까지 체결된다. 그래서 거래량과 함께 내가 넣을 주문 규모에 비해 최우선 호가 근처의 잔량이 충분한지 본다. 화면에 보이는 큰 매수벽도 취소될 수 있다. 잔량이 있다는 사실보다 그 자리에서 체결이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매수하려는데 가장 가까운 매도 호가의 잔량이 200만 원뿐이라면, 나머지는 더 비싼 가격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진입 때부터 계획한 손익비가 무너지는 셈이다. 호가가 얇은 종목에서는 주문을 줄이거나 아예 거래를 건너뛴다.
3. 미결제약정과 펀딩비는 과열 여부를 가늠한다
현물 가격이 오를 때 선물 미결제약정도 빠르게 늘면 새로운 포지션이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신규 매수만 늘었다는 뜻은 아니다. 선물 계약에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함께 있다.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가격, 현물 거래량, 펀딩비를 같이 놓고 본다.
예컨대 현물 거래량은 잠잠한데 선물 가격이 뛰고 미결제약정이 급증한다면 추격 매수에 기대어 움직이는 구간일 수 있다. 양의 펀딩비가 높아지면 롱 포지션의 보유 비용도 커진다. 반대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결제약정이 줄었다면 신규 자금 유입보다 기존 숏 포지션의 청산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생각한다. 두 경우 모두 상승률 하나만 보고 진입할 근거는 부족하다.
4. 거래소 유입은 매도 신호로 단정하지 않는다
온체인에서 거래소로 코인이 대량 이동하면 공급 부담을 의심한다. 다만 입금이 곧 매도 체결은 아니다. 거래소 내부 지갑 이동이나 보관 방식 변경일 수도 있고, 입금된 자산이 바로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 글래스노드도 거래소 주소 식별이 계속 갱신돼 최근 유입·유출 수치를 조심해서 읽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령 거래소 순유입이 커졌다면 먼저 해당 자산의 평소 유입 규모와 비교한다. 그다음 현물 거래량 증가, 매도 호가의 소화 여부, 가격 반응을 본다. 유입 직후에도 가격이 버티고 매도 물량이 꾸준히 체결된다면 수요가 공급을 받아내는 장면일 수 있다. 반대로 거래량 없이 호가만 얇아진다면 작은 매도에도 가격이 밀릴 수 있다. 온체인 지표는 초 단위 진입 신호보다 수급 배경을 읽는 데 어울린다.
5. 손절 폭보다 먼저 손실액을 고정한다
내가 매매 전에 적는 숫자는 목표 수익률보다 허용 손실액이다. 예를 들어 거래 자금 1,000만 원에서 한 번의 매매 손실을 0.5%인 5만 원 이내로 잡고, 진입가와 손절가 차이가 2%라면 수수료와 미끄러짐을 빼기 전 포지션 크기는 최대 250만 원이다. 손절 폭이 1%로 좁아지면 계산상 500만 원이지만, 변동성이 큰 종목에서는 주문이 손절가에 정확히 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손절가도 숫자만 예쁘게 맞추지 않는다. 최근 저점 아래에 두려면 그 거리에 맞춰 주문 크기를 줄인다. 기대 수익이 1.5%인데 예상 비용이 0.35%, 손절 폭이 2%라면 애초에 불리한 거래일 수 있다. 연속 손실이 나면 다음 주문을 키우고 싶어지지만, 그때 필요한 것은 만회할 종목보다 하루 손실 한도다.
코인 단타에서는 맞히는 횟수보다 잘못 봤을 때 얼마를 잃는지가 계좌를 오래 버티게 한다. 거래량, 호가, 선물 포지션, 온체인 흐름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날에도 손실 가능성은 남는다. 숫자가 서로 어긋나는 날에는 기다리는 편이 내 경험상 더 싼 선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