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장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다 설명이 기대와 달라 답답했던 적이 있다. 항의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항의가 직원을 향한 폭행으로 바뀌면, 더는 고객 불만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알려진 대표 허리띠 폭행 사건을 보며 판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안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수입차 매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10월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수입차 매장에서 50대 남성이 직원들에게 허리띠를 휘두른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차량에 결함이 있다며 항의하던 중 벌어진 일이다. 이 남성은 화장품업체 대표로 보도됐다. 다음 날 다시 매장을 찾아와 직원을 협박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건의 출발점인 차량 파손 원인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남성은 차량 결함을 주장하고, 매장 측은 운전자의 조작 과정에서 부품이 파손된 것으로 본다. 남성 측에서 직원이 먼저 폭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차량에 실제 결함이 있었는지, 현장에서 누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조사로 확인해야 한다. 다만 차량 문제에 관한 다툼과 사람을 때리거나 위협했다는 혐의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MBC는 피해 직원이 사건의 충격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와 별개로 피해자가 다시 일터에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 느끼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사건이 벌어진 뒤에도 같은 고객이 매장에 재방문할 수 있다면, 직원은 다음 근무를 앞두고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허리띠를 휘두르면 어떤 혐의가 적용되나
경찰은 이 사건을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형법 제261조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행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한다. 평소 몸에 착용하는 허리띠라도 휘두르는 방식과 상황에 따라 위험한 물건으로 판단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혐의가 인정될지는 수사와 재판을 거쳐 결정된다.
여기서 자동차 하자 다툼이 있었다는 사정이 폭행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폭행 혐의를 받는 사람이 제기한 차량 문제를 조사 없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소비자는 하자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사진과 점검 기록으로 남기고, 판매점과 제조사의 설명을 서면으로 받아 두는 편이 낫다. 감정이 격해진 현장에서 서로의 주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보다 나중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쉽다.
직원이 겪은 피해를 회사가 떠안길 수 있나
매장 직원에게 폭언이나 폭행이 발생했을 때 대응을 개인의 인내에 맡겨서는 안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 따르면 고객 등의 폭언·폭행으로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생겼거나 그럴 우려가 큰 경우, 사업주는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거나 전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근로자는 이런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회사는 그 요구를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
이를 매장 상황에 대입하면, 위협받은 직원을 고객과 분리하고 다른 사람이 응대를 맡는 것이 먼저다. 피해 직원의 치료와 상담, 신고 과정에 필요한 지원도 살펴야 한다. 고용노동부 안내 역시 업무 중단·전환과 치료·상담 지원을 고객응대근로자 보호 조치로 설명한다. 폭행 직후 피해자에게 다시 같은 고객을 응대하게 하는 방식은 안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사건 직후의 영상이나 문자, 목격자 진술, 진료 기록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도 상황을 알리고 고객과의 분리 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이런 기록은 피해를 설명하고 추가 접촉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 어떤 보호 조치가 필요한지는 위협의 정도와 근무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내 생활과 닿는 지점은 어디인가
이 사건이 곧바로 모든 매장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새 제도를 만든 것은 아니다. 그래도 소비자와 직원 모두에게 지금 있는 기준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고객은 불만을 제기할 권리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안전을 해쳐도 되는 것은 아니다. 직원은 고객을 응대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폭언과 폭행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수리비를 둘러싼 설명이 서로 다르면,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파손 부위와 점검 내용을 남겨 차례로 확인하는 편이 문제 해결에 가깝다. 매장도 직원 한 명이 반복적인 위협을 혼자 받지 않도록 응대 중단 기준과 책임자를 정해 둘 필요가 있다. 고객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는 절차와 직원의 안전을 지키는 절차는 함께 작동할 수 있다.
대표의 과거 직장 내 폭언과 폭행에 관한 전 직원들의 주장도 보도됐지만, 각각의 사실관계는 별도로 확인돼야 한다. 지금 분명히 볼 수 있는 것은 매장에서 벌어진 폭행 혐의와 그 뒤 피해 직원이 겪는 어려움이다. 누구나 언젠가 고객이 되고 또 일터에서는 응대하는 사람이 된다. 불만을 해결할 방법이 사람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일은 그래서 꽤 가까운 생활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