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직에서 손아섭의 안타를 오래 봐온 팬이라면 두산 방출 소식에 자연스럽게 롯데를 떠올렸을 것이다. 2026년 10월 19일 두산은 손아섭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친정팀 복귀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된다. 그런데 팀이 선수를 다시 데려올 때는 그 시절의 기억보다 다음 시즌에 맡길 자리를 먼저 계산한다.
2655안타의 이름값과 지금의 타격은 다르다
손아섭의 통산 2655안타는 쉽게 넘길 숫자가 아니다. 2023년 NC에서는 187안타와 타율 0.339로 두 부문 정상에 올랐다. 투수가 던진 공을 끝까지 보고 안타로 만드는 능력은 오랫동안 그의 가장 확실한 무기였다. 롯데 팬에게는 그 기록에 사직에서 쌓은 시간이 더해진다.
하지만 2026년 두산에서 남긴 성적은 54경기, 157타수 37안타, 타율 0.236이다. 출루율 0.301, 장타율 0.280을 더한 OPS는 0.581이었다. 홈런은 1개, 2루타는 4개다. KBO 기록실의 이 숫자를 보면 문제는 단순히 타율이 2할대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출루와 장타가 함께 줄면서 타석 하나가 만들어내는 기대값도 낮아졌다.
물론 157타수만으로 선수 생활 전체의 타격 능력을 단정할 수는 없다. 출전이 들쭉날쭉하면 감각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다만 새 팀은 반등 가능성과 함께 최근에 실제로 보여준 생산성을 따져야 한다. 특히 수비와 주루에서 맡길 역할이 좁아졌다면 방망이에 요구되는 기준은 더 높아진다.
롯데 타선에 넣어보면 자리가 좁아진다
손아섭을 영입한다면 어느 자리에 쓸지가 첫 질문이다. 롯데는 2026년에도 전준우를 지명타자로 기용했고, 경기 상황에 따라 레이예스와 한동희도 그 자리를 썼다. 외야에는 레이예스, 윤동희, 황성빈, 장두성 등이 출전했다. 손아섭에게 꾸준한 타석을 주려면 이 가운데 누군가의 출전 기회를 줄이거나 지명타자 운용을 바꿔야 한다.
전준우의 2026년 부진은 복귀론이 나오는 이유다. 전준우는 259타석에서 타율 0.221, OPS 0.559를 기록했다. 손아섭의 OPS 0.581과 비교하면 둘 다 아쉬운 시즌이었다. 그렇다고 손아섭을 더하면 지명타자 자리가 확실히 나아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록상 차이가 작고, 두 선수를 함께 활용하면 수비 위치를 바꿔가며 쉬게 하는 운용에도 제약이 생긴다.
반면 한동희는 2026년 25홈런을 쳤고 레이예스는 타율 0.363을 기록했다. 황성빈의 55도루처럼 손아섭과 다른 방식으로 공격에 기여하는 선수도 있다. 롯데 타선에 빈틈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빈틈을 메울 선수에게 필요한 능력이 손아섭의 현재 강점과 정확히 겹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1월의 영입 거절과 10월의 방출은 구분해야 한다
롯데가 손아섭 영입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미 나온 적이 있다. 올해 1월 FA 시장에서 롯데 관계자는 현재 팀 구성상 영입을 고려하지 않고, 대화도 나눈 적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외부 FA 영입에 따른 보상금 7억 5000만 원도 부담으로 거론됐다.
그런데 그 발언을 이번 방출 뒤의 공식 결정으로 옮겨 적으면 시점이 틀어진다. 손아섭은 이후 한화와 계약했고, 4월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가 10월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1월에 거론된 FA 보상금도 지금의 영입 판단에 그대로 적용할 숫자가 아니다. 10월 현재 확인되는 사실은 두산과의 결별과 롯데의 과거 발언이다. 롯데가 방출 뒤 다시 영입을 검토해 최종 거절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1월 발언은 롯데가 팀 내 역할을 중요하게 봤다는 단서다. 이후 손아섭의 2026년 성적까지 더해졌으니, 복귀가 쉬운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부분은 구단의 새 발표가 아니라 선수 구성과 기록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다.
복귀가 성립하려면 보여줘야 할 것
방출 선수 영입에서는 과거 연봉이나 명성보다 다음 시즌에 줄 수 있는 타석이 중요하다. 손아섭이 롯데로 돌아오려면 제한된 기회에서도 출루를 늘리고, 대타나 지명타자로 기존 선수보다 뚜렷한 가치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외야 수비까지 일정 수준 맡을 수 있다면 활용 폭은 넓어진다. 반대로 타격 반등을 기다리는 동안 한 자리를 계속 비워둬야 한다면 구단은 망설일 수밖에 없다.
팬으로서는 손아섭이 다시 사직 타석에 서는 장면을 보고 싶다. 다만 지금의 기록으로는 그 장면이 롯데의 전력에도 이득이라는 설명이 더 필요하다. 그의 2655안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숫자를 존중하는 일과 다음 한 타석을 누구에게 줄지 결정하는 일은, 아쉽지만 서로 다른 계산이다.
